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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카-ICRC 협력사업에 분쟁 지역 주민 약 60만명 혜택
죽음 문턱 넘은 산모는 조산사 돼…시리아 등 중동에 사업 확대

[국제적십자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아프리카 대륙의 통합과 자립을 기념하는 '아프리카의 날'(5월 25일)을 맞아 국제사회 연대가 빚어낸 실질적인 공적개발원조(ODA) 성과가 주목받고 있다.
25일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등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북동부 3개주(州) 대상 분쟁 및 폭력 상황 피해 커뮤니티 지원을 위한 기초 보건의료 서비스 강화 사업'은 인도적 지원-개발-평화를 연계하는 이른바 'HDP 넥서스 사업'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는다.
코이카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2023∼2025년 400만 달러(약 60억원)를 투입해 나이지리아 보르노·아다마와·요베 주에서 이러한 분쟁취약국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어린이와 산모, 수유부를 포함해 58만8천여명이 혜택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코이카는 이 사업으로 매일 꺼져가던 생명이 되살아나고, 총성이 울리는 분쟁 지역에서 생이별했던 가족이 눈물로 재회했다고 평가했다. 단순한 원조와 식량 배급을 넘어, 현지 주민들이 자생력을 키우게 지원함으로써 아프리카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헬기 띄워 11개 보건소 운영 재개…의료 지원과 디지털 혁신
나이지리아 북동부 분쟁 지역은 무장세력의 군기지 습격과 민간인 납치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위험 지역이다. 특히 보르노주의 몽구노, 담보아, 사본 가리 구간은 육로 접근이 주 2회로 제한되거나 일부 도로는 무기한 폐쇄된 상태다.
이에 코이카와 ICRC는 의료 체계 재건을 위해 나섰다.
육로 접근이 차단된 곳에 전용 헬기를 투입해 의료진과 의약품을 수송했다. 2024년 한 해에만 40회 이상 헬기가 투입됐고, 의료진들은 제한 시간 내에 수십 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신소연 ICRC 한국사무소 정책·파트너십 전문관은 "정부 손길이 미치지 않거나 분쟁으로 공공 서비스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의 가장 취약한 계층에 기초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며 "공공 보건 체계 회복력 강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방치된 11개 보건 센터가 다시 문을 열었다.
운영 재개 후 센터 이용률은 50% 이상 증가했고, 2만 4천건이 넘는 외과 수술이 진행됐다. 폭발·총격 등으로 팔다리를 잃은 주민들에게는 2천800건의 의수족이 제공돼 재활을 도왔다.
코이카는 현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디지털 진료 애플리케이션을 적용하는 등 디지털 혁신도 이뤄냈다고 소개했다.
통신이 끊기는 오지에서 오프라인으로 진료 기록을 최대 3개월간 저장했다가 통신이 연결되는 시점에 한꺼번에 올려 환자 데이터 관리의 신뢰성을 확보한 것이다.
신 전문관은 "ICRC와 스위스 열대 공중보건연구소(TPH)가 공동 개발한 앱 'ALMANACH'를 통해 아동 건강검진의 정확성을 높이고, 의약품 처방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향상했다"며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진료 환경을 조성하는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죽음의 문턱서 돌아온 산모, 새 생명 지키는 조산사로 거듭나
의료 인프라 재건은 수혜자가 다시 지역 사회의 핵심 의료 인력으로 성장하는 희망의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나이지리아 북동부 디크와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 아이샤(가명)의 삶은 코이카와 ICRC를 만나 180도 달라졌다.
몇 해 전 임신 중이던 그는 분쟁으로 인근 의료 시설이 모두 파괴된 상황에서 출산 도중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를 겪었다. 다행히 문을 연 보건 센터로 긴급 후송돼 치료받고 위기를 넘겼다.
이에 자신의 생명을 지켜준 의료진의 헌신에 감명받은 아이샤는 다른 여성들을 돕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두 기관의 장학금을 통해 중등 조산사 과정을 수료했고, 2023년부터 보건 센터에서 조산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매달 수십 명의 산모를 돌보며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돕고 있다.
수혜자가 다른 생명을 구하는 의료인으로 성장한 이 사례는 단기적인 구호 활동이 어떻게 지역사회의 장기적인 인적 역량 강화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과로 기록됐다.

[코이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분쟁에 연락 끊긴 혈육 찾았다…1천700건 수색과 기적의 상봉
분쟁이 남긴 또 다른 뼈아픈 상처는 가족과 단절이다. 하루아침에 무장 세력의 습격으로 가족과 생이별한 나이지리아 주민들에게 가족을 찾는 일은 생존만큼이나 절실하다.
실제로 몽구노 지역의 한 이재민 캠프에 머물던 아미나(가명) 씨는 피습 와중에 남편과 헤어진 뒤 4년 넘게 남편의 생사도 모른 채 홀로 아이들을 키우며 지냈다.
코이카와 ICRC는 이러한 비극을 해결하기 위해 가족 연결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사진 추적, 커뮤니티 라디오 방송, 가족 상봉 센터의 기록망 등을 통해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그 결과 2024년 봄, 아미나 씨는 남편의 생존 소식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마침내 재회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 이 사업을 통해 운영 중인 가족 상봉 센터에는 1천700건 이상의 실종자 사례가 접수됐고, 그중 수십 건이 실제 이산가족 상봉으로 이어졌다.
코이카는 "분쟁으로 가장 소중한 관계마저 끊어진 이들에게 삶의 존엄을 회복시켜 주는 다리가 됐다"며 한국전쟁으로 가족이 갈라졌던 우리의 경험과도 맞닿아 있어,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코이카와 ICRC는 이 사업에서 심리·사회적 상담도 병행했다. 분쟁으로 가족을 잃은 슬픔, 강제로 쫓겨난 트라우마, 무력감에 빠진 주민들을 대상으로 1만5천건 이상의 상담과 심리치료를 진행해 나이지리아인들의 마음을 보듬었다.
정부는 이러한 긍정적인 성과를 확산하기 위해 2024년 8월 100만달러(약 15억원)를 추가로 투입해 성폭력 피해자 지원 및 예방 프로그램과 연계해 활용하고 있다.

장원삼 코이카 이사장(왼쪽)과 미르야나 스폴야리치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위원장. [국제적십자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아프리카 넘어 중동…시리아·요르단·레바논서 맞춤형 지원
이러한 인도주의적 성과는 아프리카를 넘어 중동 지역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코이카와 ICRC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간 총 1천90만달러(약 165억원)를 투입해 시리아·요르단·레바논 등 중동 3개국에서 '분쟁 피해 이산 및 실종 가족 지원을 통한 평화 구축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시리아 분쟁으로 발생한 대규모 실종자 추적과 신원 확인 등을 전면적으로 지원한다. 대상자는 4만3천100명(요르단 1만8천명, 시리아 1만6천명, 레바논 9천1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신 전문관은 "시리아에서는 실종자 사례 수집과 진상 규명을 위한 포렌식 방법론을 연계하고, 요르단·레바논에서는 가족 찾기 활동(PFL), 정신건강·심리사회적 지원(MHPSS), 생계지원 활동을 맞춤형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권리와 필요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서비스 접근성과 지원 네트워크를 강화함으로써 공동체 차원의 신뢰 구축, 화해와 분쟁 예방에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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