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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보다 무서운 순응…비리에도 침묵하는 '집단 사기극' 비판

[촬영 : 김동철]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진영 논리와 권력 구조를 분석해 온 강준만 전북대학교 명예교수가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 정치의 민낯을 직격하는 신간 '권력과 복종(이글루)'을 이달 펴냈다.
강 교수는 이번 사태를 '자폭의 광란극'으로 규정하며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제왕적 우두머리' 문화와의 결별을 촉구했다.
강 교수는 머리말에서 친윤석열계 핵심으로 분류되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의 사례를 언급하며 포문을 열었다.
윤 의원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윤 전 대통령에게 의대 정원 문제 사과와 수정을 건의했다가 10분 가까이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들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강 교수는 이를 두고 "대통령에게 직언했다가 '격노'와 '욕설' 공격을 받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우두머리가 어떻게 주변을 초토화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공포 분위기가 결국 12·3 계엄이라는 헌정사상 유례없는 사태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책의 핵심은 왜 이런 '광란극'이 가능했느냐에 대한 심리학적·사회학적 성찰에 있다.
강 교수는 미국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의 이론을 빌려 '복종'과 '순응'의 차이를 설명한다.
형식적 권위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복종이라면 명령권자가 없어도 동료들의 언행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따라 하는 것이 순응이다.
강 교수는 정당 내부의 공천 비리를 예로 들며 우두머리와 실세들이 특정 계파를 죽이기 위해 상식 밖의 비리를 저질러도 구성원들이 침묵하는 현상을 '기묘한 집단 사기극'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피해자조차 "탈당하면 춥고 배고프다"는 두려움과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승리해야 한다"는 유권자의 압박 때문에 침묵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강 교수는 두 정치 지도자의 화법도 날카롭게 해부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화법에 대해서는 '자기 인식 능력(메타인지)'의 박약을 가장 큰 비극으로 꼽았다.
스스로를 전천후형 달변가로 오해해 '도어스테핑'을 강행하거나 부적절한 비속어 논란을 자초하는 등 '정치적 자해'를 반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의 화법은 '매끄럽고 날카롭지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유형'으로 분류했다.
자기 진영을 열광시키는 데는 탁월하지만 상대 진영에게는 혐오감을 주어 정치적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지지층을 결집하는 '양극화 화법'을 구사한다고 분석한다.
그는 내부 비판을 '내부 총질'이나 '배신'으로 규정하는 프레임을 경계했다.
강 교수는 "증오에 찌든 두뇌는 졸아들 대로 졸아들어 우두머리의 범죄에는 관심이 없다"며 '배신 타령'이 언론과 시민의 눈을 가리는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법으로 강 교수는 '탈당'과 '분당'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왕적 우두머리의 독재는 "우리가 뭉쳐야 산다"는 폭압적 단일대오에서 힘을 얻기 때문이다.
그는 "언론과 시민이 기존의 집단 정서를 바꾸는 데 협력해 다양성의 가치를 앞세울 때만 이 저주를 넘어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신간은 강 교수가 정기적으로 기고해 온 칼럼들을 엮은 것이다. 특이점은 12·3 계엄 이전에 썼던 글들을 고쳐 쓰지 않고 그대로 실었다는 점이다.
그는 "계엄을 예견했다거나 필연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꿈에도 이런 미친 짓이 일어날 줄 몰랐다"고 고백했다.
사후 확신 편향에 빠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하기보다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당시 시점에서 기록된 글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겠다는 취지다.
대신 각 글에 '덧붙이는 말'을 달아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코멘트를 추가했다.
강 교수는 "한국 사회가 제왕적 우두머리의 저주를 넘어서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전해진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저술 배경을 밝혔다.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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