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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노력에도 선박 탈출 요원…美·이란 충돌재개로 韓 운신폭↓

입력 2026-05-05 11: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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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韓선박 폭발=이란 공격' 단정…정부는 '사고원인 파악 우선' 신중 기류




호르무즈 해협 전경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민선희 기자 =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박이 처음으로 피해를 보면서 그간 미국, 이란 양측과 대화를 통해 한국 선박의 안전한 통행을 확보하고자 해온 정부의 운신 폭이 좁아지는 형국이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에 별 진척이 없는 가운데 미국의 일방적인 해협 통과 시도에 이란이 무력으로 대응하고, 미국은 해협 재개방 작전에 한국의 참여를 거듭 압박하면서 외교 당국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한 한국 화물선에서 발생한 폭발·화재 사건의 최대 관심사는 이란의 공격 여부이지만, 정부는 속단하는 대신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선원의 안전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5일 선박의 정상 운항 가능 여부가 불확실해 인근 항구로 예인한 뒤 수리할 예정이라면서 "정확한 사고원인은 선박 예인 후 피해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파악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응 방식을 결정하기 전에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는 기조인데, 정부 내에서는 이란의 공격으로 실제 확인될 경우 한국이 외교적으로 더 부담스러운 상황에 부닥칠 가능성을 경계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국이 호르무즈 봉쇄에 따른 경제적 피해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공격의 피해자가 될 경우 지금처럼 전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제3자의 위치를 고수할 수 없고, 해협 개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국내외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 미국은 이 사건을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에 한국의 참여를 종용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이란이 한국의 화물선을 공격했다고 단정하고서는 한국이 '해방 프로젝트' 작전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3월 한·중·일과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에 군함을 파견하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한 데 이어 재차 한국에 호르무즈 개방을 위한 모종의 역할을 주문하는 모습이다.


국방연구원 유지훈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 선박 피해를 근거로 한국도 호르무즈 위기의 제3자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메시지로 평가된다"며 "동시에 미국이 추진하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 또는 선박 보호 작전에 한국 등 동맹국의 참여를 요구하려는 압박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 봉쇄에 투입된 미 해군 구축함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해방 프로젝트'는 이란의 통제로 호르무즈에 발이 묶인 각국 선박이 안전하게 빠져나오도록 지원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으로 선박 폭발이 발생한 지난 4일 오전에 개시됐다.


미국 군함이 선박들을 기뢰가 없는 안전한 항로로 인도해 빠져나오게 한다는 구상으로 알려졌지만, 정부는 미국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보고 이 작전에 참여하거나 한국 선박이 이를 통해 해협 탈출을 시도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기조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해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실질적 기여'를 하겠다는 입장이며, 이와 관련해 영국과 프랑스 주도의 다국적 논의에도 꾸준히 참여해왔지만,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구체적인 기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는 이란이 '해방 프로젝트'를 미국의 휴전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한국 선박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에 따르면 이란은 4일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선박에 순항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가하고, 고속정으로 위협하는 등 자국 동의 없는 해협 통과를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막겠다는 태세다.


반면 정부는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 2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과 통화에서 한국 선박의 안전한 통항 재개 필요를 강조하는 등 이란과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해왔다.


동시에 미국과도 긴밀히 소통하며 한국 선사들이 이란과 협의하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행하려고 할 경우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외교 노력은 미국과 이란이 다시 호르무즈에서 무력 공방에 나서고, 휴전이 붕괴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있던 한국 선박들은 미군을 따라 해협 탈출을 시도하기는커녕 이번 사건 이후 안전 확보 차원에서 더 안쪽으로 카타르를 향해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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