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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적대국가' 선언 후 첫 방남…체육교류로 대화 물꼬 틀까(종합)

입력 2026-05-04 15: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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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항전 성격 고려해 北 결단한 듯…남북관계 고비마다 스포츠가 큰 역할


통일부 "국제대회라는 틀 존중하며 협력"…정치적 확대해석은 경계하는 분위기




(SP)AUSTRALIA-SYDNEY-WOMEN'S ASIAN CUP-CHN VS PRK

(260309) -- SYDNEY, March 9, 2026 (Xinhua) -- Players of DPRK pose before the Group B match of Women's Asian Cup between China and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 in Sydney, Australia, March 9, 2026. (Photo by Hu Jingchen/Xinhua)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처음으로 북한 스포츠 선수단의 방남이 성사되면서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푸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4일 통일부와 대한축구협회 등에 따르면, 북한 여자 축구팀 '내고향선수단'이 오는 20일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에 참가하기 위해 남쪽 땅을 밟는다.


북한 선수단의 방남은 2018년 12월 이후 약 7년 5개월 만이다.


북한 스포츠 선수단의 마지막 방남은 인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 투어 그랜드파이널스 대회에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한 5명의 선수단이었다.


북한을 대표해 국내에서 출전한 마지막 경기는 2018년 9월 창원 세계사격선수권대회였으며, 민간 차원에서는 그해 10월 강원 춘천에서 열린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 축구대회가 있다. 여자 축구팀 기준으로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이었다.


'내고향'팀의 방남이 특히 주목받는 것은 2023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 두 국가'이자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전쟁 중인 상황에서 '내고향'팀을 교전상대방 지역에 보내는 셈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북한은 '국가 대 국가'라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국제 스포츠 대회 참가에 의미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출전국과 마찬가지로 내고향팀은 판문점 육로를 통하거나 평양에서 직항편을 이용하지 않고 중국 베이징을 거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고위급 인사 교류 없이 선수단을 위주로 한 최소한의 인원만 방남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특수한 상황 탓에 북한 내부에서도 참가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4강 진출국인 일본과 호주가 4월 중순 일찌감치 대회 참가를 확정한 것과 달리 북한은 지난 1일에서야 AFC측에 참가 소식을 통보했다는 점에서다.


정부도 북한 선수단의 대회 출전을 환영하면서도 정치적으로 확대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되 최대한 국제대회라는 점을 존중하면서 소통하고 협력하겠다"며 정부의 역할은 최소화한 채 주관기관인 AFC를 후방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은 최근 축구와 레슬링, 수영 등 두각을 드러내는 종목에서 국제대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며 정상국가로서의 면모를 부각하고 있다.


살만 빈 이브라힘 알칼리파 AFC 회장이 지난달 29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가 열리는 동안 김일국 북한축구협회 회장을 만나 북한여자축구가 "세계적 모델"이라 치켜세울 정도로 국제적 위상이 높은 상황이다.


오는 9월 적대국인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도 북한은 참가 의향서를 제출하고 대규모 선수단 파견을 예고한 상태다.


비록 남북 당국 간의 직접 교류는 아니지만, 그동안 남북관계 주요 고비마다 스포츠가 남북 교류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이번 대회를 계기로 남북 대화의 재개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 남북 당국 간의 첫 대화도 체육교류를 매개로 이뤄졌다. 1962년 북한이 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동경올림픽 남북 단일팀 참가를 주장하면서 이듬해 스위스와 홍콩에서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한이 접촉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며 해빙 무드를 맞았던 2018년에도 북측 대표단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북한이 그간 남측에서 열리는 대회에는 불참을 통보하다가 이번에 참가를 결단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9월 광주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는 북한이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아, 남북한 간의 스포츠 교류가 여전히 단절된 상태라는 점을 확인한 바 있다.


다만 이번 방남은 비정치적인 성격의 스포츠 이벤트인 데다 남북 간의 양자 교류가 아닌 제3의 국제기구를 매개로 한 것이란 점은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측 의도는 압도적 실력을 통한 체제 우월성 과시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라며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보다 선명하게 선전하는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a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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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04 16: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