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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중단한 기존 인도주의 사무소에 정치적 권한도 부여
NNSC 참여 등 '중립국 외교'…"스위스의 중립성은 타국에도 이익"

(베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스위스 외교부 마르쿠스 라이트너 아시아·태평양 국장이 3월 24일 스위스 베른에서 한국 취재진을 상대로 한국-스위스 양자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6.4.8
jk@yna.co.kr
(베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스위스가 운영이 중단됐던 북한 평양 내 사무소를 다시 가동하고, 대화 가능성 타진에 나선다.
러시아·중국과의 연대 속에 독자적 핵 추구 노선을 강화해 가는 북한이 중립국 스위스의 역할을 발판 삼아 대화 테이블 복귀 모색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24일 스위스 베른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난 스위스 외교부 마르쿠스 라이트너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올해 상반기 중 평양 사무소의 운영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위스는 외교부 산하 개발협력청(SDC)이 대북 인도주의 사업을 위해 1997년부터 평양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인력이 철수한 상태다.
라이트너 국장은 "사무소 자체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코로나 이후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며 "당시 우리 직원들이 떠났는데 이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스위스는 이 사무소에 기존의 인도주의적 사업을 넘어 정치적 역할도 부여할 계획이다.
라이트너 국장은 "사무소의 권한 역시 변경할 것"이라며 "기존 사무소는 인도적 지원 제공에 주력했다. 이제는 정치적 권한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사무소는 양국 관계 측면의 권한뿐 아니라 소통 창구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대화를 위한 플랫폼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는지 살피는 역할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권한의 목표는 대화와 신뢰 구축"이라며 "무역을 확대하거나 더 많은 투자를 하기 위해 북한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사무소는 매우 구체적인 정치적 임무를 띠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리는 거기서 가능성을 보지만, 분명히 말하건대 우리는 결코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다"며 "그저 제안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라이트너 국장은 사무소 재가동을 한국 측과도 논의했다며 "한국 측은 우리 계획을 매우 환영했고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스위스 외교부의 다른 관계자는 "물류와 세부 내용을 위해 여러 차례 임무단이 파견되고 있다"며 "상반기 중에는 현장에서 운영을 책임질 인력을 배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관련 동향은 계속 파악하고 있다"며 "긴밀하게 교류하면서 소통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라이트너 국장은 북한 근무 지원자가 많으냐는 질문에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외교관이 쉬운 곳만 찾지는 않는다. 베를린에서 보고서를 쓰는 경우도 괜찮겠지만, 평양에서 보고서를 쓴다면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스위스가 국제사안 중재에 적극적인 이유는…"중립성 가치 증명"
스위스가 자발적으로 북한에 사무소를 운영하고 대화 중재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은 중립국으로서 전 지구적으로 가치와 이익이 조율되는 발판을 제공해 온 오랜 경험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외교가의 평가다.
대표적인 공간이 유엔 사무소가 위치해 유럽의 유엔 중심지로 인식되는 제네바다. 제네바에는 42개 국제기구, 497개 비정부기구가 터를 잡고 있으며 수도가 아닌데도 185개국이 상주 대표부를 두고 있다.
스위스 연방정부와 제네바 주정부가 운영하는 '국제 제네바' 포털은 "세상 그 어느 곳도 제네바처럼 많은 숫자의 글로벌 플레이어를 유치하지 못했다"고 단언한다.
둘이 만나면 다투는 나라나 단체들도 스위스에 와서는 중재와 협상에 임하는 게 국제사회의 흔한 모습이다. 스위스는 중립국이라는 지위를 십분 활용해 협상의 장을 제공하고, 자신들의 중립성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라이트너 국장은 "중립성은 우리 외교의 목표가 아니라 정책의 도구"라며 "가령 동맹은 뭔가 증명할 필요가 없고, 동맹의 도움이 필요할 때 돕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중립국은 중립국으로서 인정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립성은 다른 국가들에도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곳에서 안전하고 비밀이 보장되는 회의 장소를 제공하고, 선의의 중개와 적절한 중재에 많은 자원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위스가 70년 넘도록 6·25전쟁 정전협정 준수를 감시하는 중립국감독위원회(NNSC) 참여를 통해 한반도 안정에 힘을 써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NNSC 파견은 중세 시대 이후 스위스군이 해외로 나간 첫 사례라고 한다.
NNSC 파견 역시 스위스의 중립성이 타국에도 이익이 된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이 라이트너 국장의 설명이다.
그는 "많은 나라에 중립성이란 '복잡한 일은 남들이 처리하게 두고 뒤에 물러나 조용히 있는 것'으로 비친다"며 "(NNSC는) 중립성의 가치를 증명하기에 좋은 기회였고, 우리는 이 노력에 기여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트너 국장은 "한국이 그 가치를 인정하는 한 우리는 NNSC에 계속 머무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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