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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② 상고심 적체대안? 정치논리?…'뜨거운감자' 대법관 증원론

입력 2025-09-23 07: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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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개헌 이후 대체로 14명 체제 유지…상고제 개선과 맞물려 현안 부상


1990년대부터 상고심사제·고법상고부 설치 등 논의…변협은 "증원론" 맞서

2010년대 국회선 정쟁 대상되며 공회전…법조계 "상고제 연장선서 검토돼야"




조희대, 대법관 증원법에 "공론장 마련 희망…국회와 협의"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은 5일 출근길에서 대법관 증원과 관련해 "대법관 증원법'과 관련해 "공론의 장이 마련되길 희망하고 있다"며 "헌법과 법률이 예정하고 있는 대법원의 본래 기능이 무엇인지, 국민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개편 방향이 무엇인지를 계속 국회에 설명하고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4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사진은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2025.6.5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의 하나로 추진 중인 대법관 증원은 법조계 안팎에서 오랜 기간 언급돼 온 쟁점 중 하나다. 그 배경에는 국민의 권리의식 강화와 사회적 변화 등 여러 요인으로 상고심 사건 수가 갈수록 증가하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민주당이 대대적인 대법관 증원을 통한 대법원 개편을 추진하는 이유가 법조계에서 논의해온 것과 궤가 다르다는 지적은 있지만,


어쨌건 대법관 증원은 가장 현실적인 쟁점 사안이 됐다.


그간 사법부는 상고 사건 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상고제 개편을 고민해왔다. 대법원이 기존 판례에 영향을 주는 중요 사건만 심리해 우리 사회가 지향할 법적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에 집중하자는 취지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이런 형태로 운영된다. 연방대법원은 상고허가제를 채택해 중요한 쟁점을 제시하는 사안에 대해서만 상고를 선별적으로 허용한다. 평균적으로 1년에 100여 건 미만의 사건만 처리한다. 이처럼 대법원은 소수 핵심 사건에 역량을 집중해 연방 대법 판결은 강력한 영향력과 무게감을 가진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모든 국민이 대법원에서 재판받을 기회를 누려야 한다는 반론에 부딪혔고 변호사 단체를 중심으로 상고 제한에 강력히 반발하며 그 대안으로 대법관 증원을 제시해왔다.


정치권에선 2010년 한나라당이 '사법개혁'을 일성으로 대법관 증원을 주장하자 민주당이 '사법부 장악 음모'라고 반발하며 국회에서 치열하게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대법원 옛 청사

(서울=연합뉴스) 박강남 기자 = 대법원 청사. 1988.6.15 (끝)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법원조직법 제정으로 지금과 같은 3급 3심제가 확립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법원 사건 급증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해결책으로는 대법관 증원안(9명→15명)과 대법원판사제 도입안이 대립했다.


1959년 개정 법원조직법은 후자를 채택해 대법관 9명 외에 대법원판사 11명을 두고 대법원을 이원적으로 구성하는 방식을 시도했으나 운용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노출돼 2년 만에 폐기됐다.


대법관 수는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기 여러 차례 헌법과 법원조직법 개정에 따라 조정되다가 1987년 개헌 이후 대법원 구조는 현재와 같은 대법원장 포함 14명(대법원장 및 대법관 13명)으로 정해졌다. 2005년 법원행정처장을 대법관이 아닌 정무직 공무원이 맡도록 해 일시적으로 13명으로 줄었다가 2년 만에 14명으로 돌아왔다.


전두환 신군부 집권기인 1981년에는 민사사건에 상고허가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헌법을 위반하거나 헌법 해석이 부당한 때,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이 부당한 때, 법률·명령·규칙에 대한 해석이 대법원 판례와 상반된 때로 상고 이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이런 상고 이유가 없다면 대법원 허가를 받아야만 상고할 수 있도록 했다.


무익한 상고를 막아 분쟁 해결 지연과 소송비용 가중을 방지한다는 명분이었으나 국민의 권리구제 기회를 억압한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1987년 민주화 이후 폐지됐다.


상고허가제 폐지로 상고사건 급증 우려가 제기되자 대책도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당시 대법원은 상고허가제의 이점을 인식하면서도 신군부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서 만들어졌다는 도덕적 정당성의 결함 탓에 그 필요성에 대한 입장을 고수하지 못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1990년 대법관 수를 21명 이내로 하고 10명 이내의 대법원판사를 두는 입법안을 건의하기도 했으나, 대법원은 "대법관 수를 계속 늘이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고, 대법원이 법률 문화의 선도자 역할을 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며 반대했다.




사법제도발전위원회 최종회의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대법원 사법제도 발전위원회는 16일 오후 대법원에서 현승종 위원장 주재로 최종회의를 갖고 대법원장에게 건의할 제도 개선안을 심의했다. 1994.2.16 [본사 자료사진]


1990년대 이후 본격화한 사법개혁 논의 과정에서도 상고제도 개선 방안을 두고 사법부와 변협이 정면으로 맞섰다.


문민정부 시기인 1993년 출범한 사법제도발전위원회(사발위)는 상고심사제 도입을 건의했으나 변협은 "재판 편의만을 위한 제도 개선"이라고 반발하며 대법관 증원을 주장했다. 이런 변협의 태도를 두고 법률시장 위축과 수임료 감소를 우려한 '직역 이기주의'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대법원은 변협과 절충점을 찾지 못한 채 심리불속행 제도 입법안을 발표했고 반발 속에도 국회 논의를 거쳐 1994년 제도가 시행됐다.


심리불속행 제도는 상고 이유에 중대한 법령 위반 사항이 없으면 심리를 속행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는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한 것으로, 상고 남용을 걸러내 대법원이 법률심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게 하고 신속하게 법률관계를 확정하기 위해 제정됐다. 민사, 가사, 행정소송 상고사건에 적용되고 형사소송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 시절 2003년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 논의 과정에서도 사법부는 고등법원 상고부를 설치해 대법원은 주요 사건만 심리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변협을 중심으로 한 대법관 증원안이 맞서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사개위에 이어 출범한 사법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는 사개위 다수 의견이었던 고등법원 상고부 도입을 위한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는 등의 반발에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사법개혁특위

(서울=연합뉴스) 성연재기자 =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사법제도개선특위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된 한나라당 이주영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2010.3.16


2010년에는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법관 증원을 뼈대로 한 사법개혁론이 부상했다.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이용훈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 좌편향'을 지적해오던 한나라당은 사법개혁을 강도 높게 주장하기 시작했다.


상고심 적체 해결이란 명분을 들어 14명인 대법관 수를 24명으로 증원하자고 했는데, 주장대로라면 이명박 당시 대통령 임기 안에 상당수 대법관이 교체되는 점에서 사법부를 예속화하려는 정치적 의도란 비판도 나왔다.


특히 한나라당 주도로만 진행된 논의를 두고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은 "사법부가 배제된 제도 개선 논의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고, 민주당은 "사법부 장악 음모"라며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이후 검찰 개혁을 요구하던 민주당과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했지만 양당이 각자 주장하던 특별수사청 설치와 대법관 증원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증원은 사실상 백지화했다.




대법원, 여당 사법개혁안에 반발

(서울=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대법관인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이 18일 서초동 대법원 회견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법관 증원 등이 포함된 한나라당 사법제도개혁특위원회 개혁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0.3.18


이후 상고제도 개선을 위한 사법부 내부 논의에서도 대법관 수 증원보다는 상고사건 감소안이 주를 이뤘다.


양승태 전 원장 시절 대법원은 상고법원 설치를 추진했으나 사실상 '4심제'가 될 수 있단 우려 속에 무산됐다. 상고법원에 대한 박근혜 정부 동의를 얻고자 재판을 거래했다는 의혹마저 불거지면서 결국 용도 폐기되는 운명을 맞았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임기 마지막 해인 2023년 상고심사제를 도입하고 대법관을 4명 증원하는 입법 의견을 냈지만, 임기 막판 동력을 잃고 흐지부지됐다.


그간 경과를 돌아보면 2010년 한나라당 요구를 제외하고는 대법관 증원론은 상고 제도 개선이란 논의의 틀에서 제시됐다. 민주당도 대법관 증원론의 명분으로 상고심 적체 해소를 들고 있으나 실제로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한 불만이 배경이란 지적도 있다.


이에 법조계에선 대법관 수에 매몰되거나 '대법관을 늘리면 상고 처리가 빨라진다'는 단순 논리를 고집하기보다는 오랜 상고제도 개선 논의의 연장선에서 대법관 증원의 명암이 다각도로 검토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관 증원의 진정한 목적이 상고심 적체 해소에 있다면 하급심 심리를 충실히 하도록 해서 재판 불복률이 낮추는 게 먼저고, 증원하더라도 전합 판결 운영 가능성을 생각하면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서 자리하고 있다. 2025.9.18 saba@yna.co.kr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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