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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LNG 집행 지연 우려…일정 늘어질수록 비용 부담 커져
AI 전력 규제에 반도체도 촉각…ESS·신재생에너지엔 수주 기회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박초롱 김민지 기자 =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블루 쓰나미'(Blue Tsunami·민주당 압승)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 변수가 생겼다.
트럼프 행정부와 합의한 투자 사업이 당장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의회의 견제와 인허가 지연으로 사업 속도가 늦어지고 비용이 불어날 수 있어서다.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을 이끈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투자도 규제 압박을 받게 됐다. 전력 소비와 전기 요금 부담을 둘러싼 규제론이 강해지면 국내 반도체와 첨단 산업계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 사업 무산 가능성 낮지만 행정 지연 변수
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투자는 자금 집행에 들어간 단계다.
1호 프로젝트인 223억달러 규모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에는 24억달러가 1차로 투입됐다.
2∼3호 프로젝트인 대형 원전 8기 건설 사업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이 각각 협의 중이거나 검토에 착수한 단계다.
1호 프로젝트만 확정됐을 뿐 나머지 프로젝트가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중간선거 결과는 향후 사업 추진에 불확실성을 더할 전망이다.
민주당이 사업 집행에 대한 의회 차원의 점검과 감독을 강화할 방침인 데다 행정부와의 충돌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발생할 경우 인허가 등 행정 절차가 줄줄이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 1천200억달러 규모의 원전 사업의 경우 인허가 심사가 까다로워지거나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서 초기 비용 부담이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건설 기간이 긴 원전은 일정이 늘어질수록 금융 비용과 공사비 부담이 커진다.
관건은 투자금 회수를 위한 안전장치의 실효성이다.
한국은 특정 사업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전체 투자의 수익률을 지켜내는 '우산형 구조'를 통해 투자 안전판을 확보한 상태다.
전체 투자 원리금을 회수할 때까지 수익을 5대 5로 배분하고, 사업성이 훼손되거나 공사비가 20% 이상 늘면 사업계획과 예산을 수정할 수 있도록 미국 측과 합의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미투자 관련해 과도한 비관론은 이르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행정부 주도로 이미 합의된 사업을 의회가 일방적으로 백지화하는 것 역시 어렵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텍사스 발전소 등은 초기 비용 외에는 공정 진도에 맞춰 자금이 투입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투자금 반출을 조절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통제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에 마련해 둔 납입·상환 조건이나 우산형 수익 배분 같은 안전장치들이 실제 현장에서 빈틈없이 작동하는지 점검하면서 미국 내 절차 진행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AI 투자에 규제 압박…전력·에너지산업엔 기회?
반도체 업계는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늦어지거나 전력 확보 비용이 커지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의 주문 시점과 규모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AI·데이터센터 규제 여론의 중심에는 전기 요금이 있다.
지난달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층의 80%가 AI 규제 강화에 찬성했고, 데이터센터 건설 제한에 찬성한 비율은 69%였다.
데이터센터가 전력과 용수를 대량 소비하면서 주민 부담을 키운다는 반발은 공화당 지지 지역으로도 확산한 상태다. 일부 공화당 주지사 후보들이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의 일시 중단과 세제 혜택 축소를 공약했을 정도다.
다만 규제 강화가 곧바로 AI 투자 급감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강도 높은 법안이 통과되기 어려운 데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중국과의 기술 경쟁을 고려해 투자를 지나치게 막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 drone view shows a data center at the Google Storey County Campus in the Tahoe-Reno Industrial Center in Sparks, Nevada, US October 9, 2026. REUTERS/Daniel Cole
데이터센터는 재산세 등 지방 세수 기여가 크고, 건설과 전력 인프라 투자로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상당해 민주당도 이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전면적 건설 제한보다는 전력 비용을 사업자가 부담하고, 자체 전력 확보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구체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B증권 권희진 연구원은 "규제가 강화되는 경우 기업들이 자체 변전소와 전력망, 발전원을 직접 구축해야 하므로 오히려 투자 규모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업종별로 엇갈릴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는 고객사의 투자 속도 변화를 살펴야 하지만 전력기기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업계는 전력망 확충 및 데이터센터의 자체 전원 확보 과정에서 수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태양광, 풍력발전 업계도 민주당의 세제 지원 확대 기조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민주당은 올해 3월 신재생에너지 세액공제 복원 및 송전망 투자 확대에 대한 내용을 담은 '에너지요금 구제법'을 발의한 바 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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