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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코인 탈취로 공격력 고도화 과시…대응 골든타임 놓쳐선 안 돼
통합 대응체계 구축·능동적 대응전략 전환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거액을 탈취한 주체로 북한 해킹 조직이 지목됐다. 미국 수사 당국에 따르면 북 정찰정보총국 산하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가 역대 단일 공격 최고액(63억 달러)을 사이버 해킹으로 훔치는 데 필요한 시간은 고작 20분이었다. 세계 최상급 보안 시스템을 가진 기관이 미처 대응할 여유조차 없이 속수무책 털린 것이다. 이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 능력이 고도로 발전한 단계임을 보여준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DB 금지]
우리 금융권도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연쇄 사이버 공격에 지난달 내내 시달렸다. 주요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들과 빗썸을 비롯한 일부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네트워크가 잇달아 뚫렸다. 10만 명 넘는 고객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등 실제 국민 피해가 컸다. 금융권을 겨냥한 해킹 시도에서 하루에만 무려 440만 건이 넘는 북한발 인터넷 주소(IP)의 접근 시도가 확인되기도 했다. 이는 조직적인 금융권 해킹 주체가 북한일 가능성을 유력하게 했다.
가상자산 탈취나 개인정보 유출도 문제지만, 정말 심각한 건 사이버 공격이 우리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국민 생존이 걸린 국가 안보 문제란 뜻이다. 북한을 비롯한 잠재적 적국들의 온라인 공격은 자산, 정보, 기술을 탈취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현대사회는 민간부터 공공 영역에 이르기까지 전산 네트워크에 모든 걸 의존한다. 사이버 공격이 상하수도·전력·통신·교통 네트워크 등 핵심 국가 기간망과 시설을 교란하고 파괴하면 우리 일상은 한순간에 붕괴해 대혼란의 재앙을 맞게 된다.
특히 현대전에서 '사이버 전쟁'(Cyber War)은 승패를 가를 주요 전장(戰場)으로 부상했다. 디지털 사회에서 전쟁 패러다임은 물리적 무력보다 사이버 공격으로 적국의 주요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마비시키는 전략·전술에 점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핵 못지않게 사이버 전력 강화에 명운을 건 북한은 악성 코드 유포와 온라인 심리전 등을 통해 이미 사이버 전쟁을 수행 중이다. 사이버 해킹은 제재로 돈줄이 막힌 김정은 정권이 핵 개발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주요 외화벌이 수단이기도 하다.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북한이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8조원대 해킹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으로 자리 잡은 해킹 산업에 재조명되고 있다. yoon2@yna.co.kr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는 북한의 정예 해킹 조직들이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AI) 활용 기술을 갖췄다고 공식 평가했다. 과연 우리 정부와 군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북한의 사이버 도발을 막아낼 역량과 대비책을 갖추고 있는가. 이 분야에서 북한과 공조해온 중국·러시아의 온라인 공격에는 어떤 식으로 대처하고 있는가. 북한은 이미 세계 각국 금융기관은 물론 군대, 방산업체, 공공기관을 상대로 주요 정보와 기술 등을 탈취하려 시도하고 있다. 사이버 공격이 우리 군 시설, 공항, 댐, 발전소 등을 직접 겨냥할 거라 생각하면 아찔하다. 실제로 북한 또는 중국 소행으로 의심되는 사이버 공격에 국방부와 외교부 산하기관 서버가 털려 군인과 외교관들의 정보가 유출된 적도 있다.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사이버 안보에 국가와 국민 생존이 걸렸다. 정부와 정치권이 진지하게 힘을 모아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지금처럼 국가정보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방부 등으로 대응 체계가 분산된 상태로는 급속히 고도화하는 전방위 사이버 공격을 막는 게 역부족이다. 급증하는 금융권, 이동통신사, 온라인 유통망에서의 정보 유출은 그 증거다. 국가 차원에서 관리 체계를 일원화해 사이버 공격 발생 시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통합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
이미 주요 선진국들은 통합 사이버 지휘 체계를 갖췄다. 미국은 사이버안보인프라안전국(CISA)을, 일본은 총리 직속 사이버보안전략본부를 운영한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등도 전담 기구를 뒀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은 수동적 방어에서 벗어나 사이버 공격 징후가 감지되면 미리 원점을 무력화하는 능동적 억제 전략을 운용 중이다. 사실상 선제 타격 전략이다. 그런데 우리는 사이버 안보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관리 체계를 통합하기 위한 관련법이 20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잠자고 있다. 이는 정치권과 정부의 직무 유기다. 대형 사고가 일어난 뒤에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나쁜 습관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민·관·군이 신속 통합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능동적으로 사이버 공격을 억제할 역량을 조속히 보유해야 한다.

[조선중앙TV 화면] 2026.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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