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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성인 34만명 13.4년 추적…맥주·증류주는 소량에도 위험 증가
와인은 적게 마시면 사망위험 낮춰…과음 땐 암 사망 위험 증가

[AI가 만든 이미지]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술도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 좋지 않을까."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져봤을 법한 생각이다. 실제로 과거 일부 연구에서는 소량의 음주가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거나 수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과가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적당한 음주의 건강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술을 얼마나 마시느냐뿐 아니라 어떤 종류의 술을 마시느냐에 따라서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국제학술지 '영양학 저널'(Nutrition Journal) 최신호에 따르면 한국·중국·미국·유럽 공동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40∼70세 성인 34만924명을 대상으로 음주량과 주종에 따른 사망 위험을 분석했다.
평균 추적 관찰 기간은 13.4년이었으며, 이 기간 총 2만2천381명이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암 1만1천63명, 심혈관질환 4천288명, 기타 원인 7천30명이었다.
연구팀은 순수 알코올 섭취량을 기준으로 참가자를 거의 마시지 않는 군, 저음주군, 중간 음주군, 고음주군으로 구분했다.
거의 마시지 않는 군은 남녀 모두 일주일에 순수 알코올 20g 이하를 섭취하는 사람들이었다. 고음주군은 남성의 경우 하루 40g 초과, 여성은 20g 초과로 정의했다. 알코올 도수 5%인 맥주로 환산하면 남성은 하루 약 1천mL, 여성은 약 500mL를 넘게 마시는 수준이다.
분석 결과, 고음주군은 거의 마시지 않는 군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24% 높았다.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은 14%, 암 사망 위험은 36% 각각 증가했다.
특히 중간 음주군(남성 20g 초과∼40g 이하, 여성 10g 초과∼20g 이하)에서도 암 사망 위험이 11% 높게 나타났다. 과음에 해당하지 않는 음주 수준에서도 암 사망 위험이 증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목되는 건 술의 종류에 따라서도 사망 위험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맥주와 사과 발효주(Cider)를 많이 마시는 사람은 해당 주종을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51%,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47%, 암 사망 위험이 66% 높았다. 적게 마시는 군에서도 암 사망 위험이 7% 증가했다.
위스키와 보드카 같은 증류주는 적은 음주량부터 사망 위험 증가와 연관성을 보였다.
증류주 저음주군은 거의 마시지 않는 군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8%,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9%, 암 사망 위험이 7% 높았다. 중간 이상 음주군에서는 각각 62%, 51%, 55% 증가했다.
반면 와인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와인을 적게 마시는 사람은 해당 주종을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11%,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14%, 암 사망 위험이 8% 낮았다.
중간 정도의 와인 음주군에서도 전체 사망 위험은 8%,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은 21%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와인 역시 많이 마시면 암 사망 위험이 10% 증가했다.
연구팀은 와인에서 관찰된 상대적으로 낮은 사망 위험이 레드와인에 포함된 항산화 성분인 레스베라트롤 등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와인을 마시는 사람은 다른 주종을 선호하는 사람보다 식생활의 질이 높고 생활 습관이나 사회경제적 특성에서도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와인 자체가 사망 위험을 낮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언급했다.
암 종류별 분석에서는 음주와 사망 위험의 연관성이 더욱 두드러졌다.
전체 음주량이 많은 사람은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두경부암 사망 위험이 3.01배 높았다. 폐암 등을 포함한 호흡기계 암 사망 위험은 1.79배, 소화기계 암 사망 위험은 1.48배, 대장암 사망 위험은 1.45배 높았다.
연구팀은 술을 식사에 곁들여 마시는지 여부도 살펴봤다.
그 결과 식사와 함께 술을 마시는 사람은 식사와 별개로 마시는 사람보다 전체 및 원인별 사망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였다. 반대로 식사와 관계없이 술을 마시는 습관은 맥주·증류주의 중간 이상 음주와 와인의 고음주에 따른 사망 위험 증가를 더욱 두드러지게 했다.
연구팀은 음식과 함께 술을 마시면 알코올의 흡수 속도와 체내 노출 양상이 달라질 수 있지만, 이런 결과가 식사 중 음주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과거 일부 연구에서 소량 음주가 건강에 이로운 것으로 나타난 데는 건강 문제로 술을 끊은 사람들이 비음주군에 포함되면서 음주의 보호 효과가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이런 편향을 줄여 분석한 결과, 전체 음주량을 기준으로 사망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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