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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 부수는 ASMR 영상에 수백만 뷰…촉감 놀이와 친환경 소비 결합

[인스타그램 'ruralmoram' 계정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풍기 인턴기자 = "천연 '왁뿌볼'(왁스 부수기 볼)은 어떠세요?"
한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말린 수세미 껍질을 바스러뜨리는 영상과 함께 올린 문구다.
최근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식물 수세미가 이색적인 촉감 놀이와 친환경 생활용품으로 동시에 주목받고 있다.
바짝 말린 수세미 껍질을 손으로 바스러뜨리는 촉감과 소리가 최근 유행하는 왁스 코팅 점토 완구 '왁뿌볼'과 비슷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다. 주방용품으로 여겨지던 수세미가 촉감 놀이(ASMR)의 도구이자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생활용품으로 재조명받는 모양새다.
다만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소비 트렌드로 안착하려면 사용 편의성과 내구성 개선, 위생 관리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소리 쾌감에 친환경 덤"…SNS 강타한 '수세미 부수기' 열풍
3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에서는 수세미 열매를 직접 손질하고 껍질을 깨부수는 영상들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수세미가 식물의 열매인 줄 몰랐다", "직접 구해서 까보고 싶다" 등 호기심부터, "소리가 너무 좋다", "생수세미 과즙이 저렇게 많이 나오다니" 등 독특한 소리와 질감에 매료된 반응이 주를 이룬다.
친환경적인 가치에 주목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누리꾼은 "갖고 놀아도 쓰레기는커녕 천연 수세미가 생기는 것 아니냐"고 반겼고, "플라스틱 '왁뿌' 대신 '수뿌(수세미 부수기)'하자"는 제안도 공감을 얻었다. 합성섬유로 된 공산품 수세미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수세미가 식물 열매에서 비롯됐다는 사실 자체가 신선한 문화적 자극으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수세미는 본래 박과에 속하는 덩굴식물인 '수세미오이'의 열매다. 열매가 익으면 내부에 그물망처럼 질긴 섬유질이 형성되는데, 껍질과 씨앗 등을 제거하고 말리면 설거지나 청소에 쓰이는 천연 수세미가 된다.
과거에는 식물성 수세미가 널리 사용됐지만, 합성섬유와 철 수세미가 보급되면서 점차 자취를 감췄다. 천연 수세미는 플라스틱 소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내구성이 약하고 습기가 남으면 오염되기 쉬워 사용 후 충분히 말려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수세미 손질 과정은 최근 SNS에서 하나의 힐링 콘텐츠로 소비된다. 인스타그램 이용자 'rur***'는 부모님 밭에서 딴 수세미 열매를 천연 수세미로 만드는 영상을 올려 누적 조회수 397만 회를 기록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영상 속 그는 수세미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 끓는 물에 삶은 뒤 물렁해진 껍질을 벗기고 과육과 씨앗을 털어내 말렸다. 이 과정에서 껍질이 벗겨지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드러나는 그물망 형태의 섬유질 구조는 누리꾼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특유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촉감에 '왁뿌볼을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나오는가 하면 천연 수세미의 독특한 구조가 신기하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바짝 마른 껍질을 손으로 부수거나 수세미를 꾹꾹 짜내는 또 다른 영상들 역시 각각 600만 회와 3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올리며 화제를 모았다.
관심은 실생활 속 활용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인스타그램 '56_olyug' 게시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다양한 수세미 활용법을 공유한 인스타그램 이용자 '56_***'는 수세미를 말린 뒤 가운데 심지를 제거해 넓게 펼쳐 쓰거나, 집게에 끼워 입구가 좁은 텀블러 세척용 솔로 활용하는 팁을 전했다.
그는 "수세미를 즙이나 차로 섭취할 수도 있고, 푹 익혀 말리면 설거지용으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스타그램 '56_olyug' 게시물 캡처]
◇ '놀이'로 시작해 '실천'으로…재미와 가치 잡은 2030
천연 수세미 열풍의 이면에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려는 '제로웨이스트' 흐름도 자리 잡고 있다.
미세플라스틱 우려가 있는 석유계 합성섬유 제품과 달리, 식물성 섬유질로 이뤄져 자연 분해된다는 점이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천연 수세미를 소개하는 기존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다소 진지한 실천 중심이었다면, 이번 유행은 SNS를 매개로 '놀이'와 '체험' 문화가 더해진 점에서 차이가 있다. 부수고 만지는 감각적 재미로 진입 장벽을 낮춘 뒤 자연스럽게 친환경 실천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열풍이 일상적인 소재에서 색다른 경험을 찾는 젊은 세대의 감성과 친환경 가치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천연 수세미의 인기는 단순히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보다는 시각적·청각적 자극을 통해 얻는 감각적 만족감과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의 즐거움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일상적인 소재에서도 새로운 재미와 경험을 발견하려는 젊은 세대의 소비 성향이 반영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에는 친환경 소비가 환경보호라는 가치나 책임감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재미있는 경험을 통해 제품을 접하고 친환경적 가치를 자연스럽게 발견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관심이 지속적인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사용 편의성과 위생관리, 내구성 등 실질적인 효용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pun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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