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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연구팀, 슴새 1천45마리 GPS 추적…"생체시계-태양시 어긋나 방향 오차"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바닷새가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면 내부 생체시계(internal clock)와 현지 태양시(solar time)가 어긋나면서 사람의 시차증(jet lag)과 비슷한 현상을 겪어 방향을 잘못 잡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웨일스 펨브로크셔의 스코머 섬 주변을 날고 있는 맹크스슴새(Puffinus puffinus) [Dr Joe Wyn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국 옥스퍼드대 팀 길퍼드 교수팀은 30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맹크스슴새(Puffinus puffinus) 1천여마리의 GPS 추적 자료를 분석, 동서 방향의 빠른 이동이 생체시계와 태양시 간 오차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야생 동물의 자연스러운 이동 중에도 생체시계가 어긋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위치를 파악해 이동 방향을 보정하는 능력이 부족한 개체에서는 이런 오차가 누적돼 이동 종착지가 수백㎞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동물은 이동할 때 지구 자기장이나 별, 태양 등을 나침반처럼 이용해 방향을 잡는다. 태양을 길잡이로 삼으려면 하늘에서 움직이는 태양의 위치 변화에 맞춰 자신의 방향을 보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내부 생체시계가 관여한다.
동물도 동서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면 생체시계와 현지 태양시가 어긋나 시차증과 비슷한 현상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인공조명으로 명암 주기를 바꾸거나 아델리펭귄을 경도 방향으로 이동시키는 실험 등에서 확인된 바 있다.
연구팀은 북극권 야생 철새의 이동 경로에서도 이와 일치하는 양상이 관찰됐지만 자연 상태에서 장거리 이동 자체가 생체시계를 어긋나게 해 항법 오류를 일으키는지, 또는 지구 자기장의 변화가 원인인지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새가 이동할 때 생체시계가 태양시를 따라가지 못하면 태양 위치로 판단하는 방향에 오차가 생길 수 있고, 이 경우 동쪽으로 이동할 때는 의도한 방향에서 시계 방향으로, 서쪽으로 이동할 때는 반시계 방향으로 벗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어 이를 검증하기 위해 번식 중인 맹크스슴새 1천45마리에 부착한 GPS로 수집한 자료에서 먹이활동 비행 3천688건을 분석했다.
맹크스슴새는 영국의 번식지와 북동 대서양의 먹이터 사이를 오가며, 번식지에서 서쪽으로 최대 약 1천㎞ 떨어진 바다까지 날아가 먹이를 찾은 뒤 돌아온다.
연구팀은 이 가운데 번식지로 향하는 비행 구간을 구분하고, 이동 경로에서 관찰된 방향 편차가 생체시계의 어긋남으로 예상되는 편차와 일치하는지 분석했다.

ChatGPT 활용 제작 [Science, Patrick Lewin et a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분석 결과, 육지가 보이지 않는 바다에서 귀환하던 슴새들은 생체시계와 현지 태양시의 차이로 예상되는 방향 오차가 클수록 실제 비행 방향도 그에 맞춰 어긋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지구 자기장 변화로 인한 나침반 오차를 적용한 모형보다 태양 나침반 오차를 적용한 모형으로 설명된다며 이는 슴새가 육지가 보이지 않을 때 방향을 찾는 데 태양을 주요 단서로 이용한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또 해안선을 따라 비행할 때도 태양시의 영향은 사라지지 않았다. 해안선 같은 지형 단서를 이용할 수 있는데도, 태양 나침반으로 예상되는 방향 편차가 해안선 방향과 맞물리면 새들은 해안에 더 가까이 날아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슴새가 해안선을 따라 비행할 때도 태양 나침반을 이용하며, 지형 단서를 활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태양 나침반의 영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찰된 방향 편차는 최대 약 15도로, 위치를 파악해 목표 방향으로 다시 조정할 수 있는 슴새의 능력을 고려하면 이 오차 때문에 이동 거리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번식지에서 1천㎞ 떨어진 곳에서 돌아오는 슴새가 위치를 확인하며 비행하고 태양 나침반의 방향 오차가 평균 7도라면, 이동 거리는 약 5㎞ 늘어나는 데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결과는 경도를 따라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생체시계의 영향을 받는 다른 생리적·행동적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 연구는 야생 동물에 대한 시간생물학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 출처: Science, Patrick Lewin et al., "Rapid longitudinal flights cause time shifts and Sun compass error", https://doi.org/10.1126/science.adz2542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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