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전국 197개 대학 가상 파괴 웹게임 화제…100만 명 몰려 스트레스 '와르르'
"대리만족" vs "과몰입 경계"

[인스타그램 'storybox.archive' 게시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풍기 인턴기자 = "과제가 너무 많아 힘들 때면 친구들과 '누가 학교 좀 폭파해 줬으면 좋겠다'고 농담하곤 했어요."
대학교 4학년 정우영(23) 씨는 최근 화제가 된 웹게임을 접하고 무릎을 쳤다. 평소 친구들과 나누던 짓궂은 농담이 화면 속에 고스란히 펼쳐졌기 때문이다. 정씨는 "상상만 하던 일이 게임으로 구현돼 신기했고, 시험 기간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9일 대학가에 따르면 자신이 다니는 캠퍼스를 가상으로 파괴하는 3차원(3D) 웹게임 '스매시(SMASH) 대학교'가 20대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중간고사와 과제에 지친 학생들이 가상 공간에서 학교를 무너뜨리며 시험 스트레스를 날리거나 이를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하며 하나의 놀이문화로 소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일시적 일탈이나 유희로 볼 수 있다면서도, 가상 공간의 파괴적 쾌감에 지나치게 매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폭탄 던지고 운석 떨어뜨리고…전국 197개 캠퍼스 '와르르'
별도 설치 없이 웹 브라우저에서 무료로 즐기는 이 게임은 현재 전국 197개 대학 캠퍼스를 지원한다.

[인스타그램 'smash_univ' 게시물 캡처]
게임 방법은 간단하다. 원하는 학교를 선택한 뒤 폭탄과 야구 배트, 레이저, 운석, 지진 등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건물을 무너뜨리면 된다.
실제 대학별 건물 배치와 외관을 반영해 이용자가 평소 수업을 듣거나 시험을 치르던 강의동을 찾아 '타격'할 수 있는 점이 묘미다.
학교별 누적 파괴 점수로 순위를 매기는 경쟁 요소도 마련했다. 28일 오후 기준 파괴 점수 1위는 487억 점을 기록한 서울대 관악캠퍼스였다. 이어 연세대 신촌캠퍼스(148억점), 강원대 춘천캠퍼스(121억점), 숭실대(106억점), 경북대 대구캠퍼스(103억점) 순으로 뒤를 이었다.
폭력성 논란을 비껴가기 위한 장치도 뒀다. 건물을 정밀하게 묘사하기보다 블록 형태의 아기자기한 그래픽으로 단순화했고, 인명 피해 장면은 일절 등장하지 않는다. 현실적인 파괴 행위라기보다 가벼운 시각적 쾌감에 초점을 맞췄다.

[엑스 이용자 'hmmmmmm1458' 게시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SNS에는 플레이 영상과 인증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3일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hmm***'는 "스트레스받아서 학교를 부숴버렸다"는 글과 함께 서울대 관악캠퍼스 건물을 잇따라 무너뜨리는 게임 플레이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조회수 367만을 넘었으며, "시험 스트레스 푼다고 몰리는 게 웃기다", "쾌감 쩐다" 등 댓글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실제 학교에 불만이 있어서라기보다, 엉뚱한 상상을 함께 나누는 연대감과 대리만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 1학년 박지윤(19) 씨는 "시험 기간 미사일과 레이저로 학교를 부수는 모습이 어이없고 웃겨서 스트레스가 조금 풀렸다"고 전했다.
친구 공유로 게임을 접한 윤희원(21) 씨도 "과제를 하다 힘들 때 친구들과 게임을 즐기는데 묘한 쾌감이 있다"며 "혼자 스트레스를 풀기보다는 친구들과 과제의 고충을 공유하는 놀이에 가깝다"고 말했다.
◇ AI 도구로 2시간 만에 뚝딱…2주도 안 돼 100만 명 '노크'
게임을 개발한 주인공도 대학생이다. 개발자인 홍철민(중앙대 소프트웨어학부 4학년) 씨는 시험기간마다 캠퍼스에 떠돌던 "학교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자조 섞인 농담에 착안해 게임을 만들었다.
홍씨는 "평소 공감하던 말이라 한 번쯤 게임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이번 시험기간에는 시험 과목이 3개뿐이라 시간을 내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SMASH 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개발 속도를 당긴 건 인공지능(AI)이었다. AI 코딩 보조 도구 '클로드 코드'를 활용해 단 2시간 만에 첫 시제품을 완성했고, 이후 며칠간 모바일 환경에 맞게 개선하고 무기 종류를 추가했다. 또, 지도·위성사진 데이터를 연동해 지원 대학을 빠르게 넓혔다.
당초 친구들과 즐기려고 만든 게임이었지만 예상 밖 인기를 얻었다. 다른 대학에 다니는 지인들의 요청으로 캠퍼스를 하나씩 추가하는 사이 2주도 안 돼 누적 방문 100만 회를 넘어섰다. 특히 학교 대항 랭킹전이 도입된 뒤에는 모교 순위를 높이려는 경쟁이 벌어지면서 역설적으로 '애교심 배틀'의 장이 됐다.
이용자가 갑자기 몰리면서 서버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학생 신분으로 서버 비용을 감당하기가 벅차 홈페이지에 후원 창구도 마련했다.
◇ "초·중·고는 제외" 선 그은 개발자…"청년 불안 투사된 현상"
다만 홍씨는 게임 기획 단계부터 초·중·고교는 단호하게 제외했다. 미성년자 대상 학교 협박 범죄 등이 사회적 문제로 번진 만큼, 대학생들의 시험 철 자조적 유희와는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홍씨는 "어디까지나 가상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털어내는 놀이로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며 "실제 학교와 구성원들에 대한 존중은 꼭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독자 제공]
전문가들은 이번 열풍의 이면에 학업과 취업난 등 청년층이 짊어진 현실적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면서도 지나친 몰입은 경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요즘 대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해도 취업이 쉽지 않은 등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크다"며 "학교 자체에 대한 분노라기보다 세상에 대한 불만이나 좌절감이 학교라는 익숙한 공간에 투사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임 교수는 "가벼운 오락이나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즐기는 정도는 괜찮지만 게임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중독되면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un9@yna.co.kr
제보용 카카오톡 친구추가 ID는 'okjebo'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