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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용 메모리 수요 급증에 반도체 호황 지속…자동차, 중국 공세·관세 변수
조선·방산도 신규 수주·수익성 불안…석유화학, 구조조정 지속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김윤구 박초롱 기자 = 주요 대기업이 내년 사업 계획을 수립 중인 가운데 내년에도 산업별 희비가 크게 교차할 전망이다.
관세 등 보호무역 강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면서 예측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다만 반도체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미래 산업 투자가 확대되며 역대급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와 조선 등 다른 업종들은 중국 업체의 추격, 성장세 둔화 우려 등에 전전긍긍하며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AI가 끌고 가격이 밀고…내년에도 반도체 호황 기대
25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업종 가운데 내년도 전망이 가장 밝은 업종은 단연 반도체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면서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AI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급증한 범용 메모리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이 오르는 등 메모리 업황 전반이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에도 HBM4 등 AI 메모리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차세대 제품과 생산시설 투자를 이어갈 전망이다.
AI 가속기 시장이 엔비디아 중심에서 구글 등 빅테크의 자체 칩으로 다변화하는 것도 기회다. 이에 따라 고객별 요구에 맞춘 HBM과 메모리를 얼마나 빠르게 공급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다만 글로벌 빅테크의 AI 투자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은 업황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여기에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전자업계의 원재료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사업은 역대급 실적을 냈지만 메모리를 원재료로 쓰는 스마트폰·PC·가전 부문 사업은 수익성이 악화하는 만큼 제품 라인업과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으로 수익성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자동차, 판매 확대·수익성 방어 과제…배터리, ESS로 생존 모색
자동차는 전기차 전환의 속도 조절, 중국 업체의 전방위적 공세, 관세와 공급망 재편 등이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경우 안방 사수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3분기 누적만 놓고 봐도 현대차의 내수는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얼어붙었다.
중국 BYD(비야디)가 국내 점유율을 높이는 가운데 이미 지난달 국내 수입 전기차 판매량은 처음으로 국산 전기차 판매량을 앞지른 상태다.
이에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아우르는 다변화 전략과 미국 현지 생산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관세 부담을 줄이고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판매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목표다.

[SK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로 어려움을 겪어온 배터리 업계는 내년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는 데 속도를 낼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ESS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ESS로 돌리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SK온은 미국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고, 국내 서산공장에서도 ESS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북미 생산거점을 활용해 ESS 생산을 늘리고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수주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 중국에 쫓기는 조선…방산도 수주 주춤
조선과 방산업은 수년 치 일감을 확보하며 역대급 호황을 경험했지만, 정작 내부적으로는 신규 수주와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 둔화 우려는 최근 주가 하락에도 반영되고 있다.
조선업은 글로벌 선박 발주 둔화로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가 제기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발주 흐름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호황기가 3년가량 지난 만큼 수주 둔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조선사들의 설비 확장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도 나온다. 중국 업체들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도 낮은 선가를 앞세워 수주를 확대해 선가 하락 압력을 높이고 있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생산 차질과 원화 강세로 인한 달러 수주대금의 원화 환산액 감소도 실적 부담 요인이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방산의 경우 글로벌 군비 증강에 힘입어 대규모 수주잔고를 확보했지만, 일부 업체의 신규 수주 둔화로 성장세 지속 여부가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 방산업체들은 빠른 납기와 대량생산, 유지·보수·정비(MRO) 등 후속 군수지원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업체들도 생산시설 확충과 공급망 개선에 나서면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드론과 인공지능(AI)·무인체계가 전장의 핵심 전력으로 부상하면서 전차·자주포 중심 수출구조의 다변화도 요구된다.
LIG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가 뇌물 사건으로 방위사업청으로부터 2년간 정부 사업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처분을 받은 것도 사업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 석유화학, 구조조정 지속…공급과잉 해소가 관건
이밖에 석유화학은 내년에도 어려운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의 대규모 증설로 범용 석유화학 제품의 공급 과잉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일시적 감산을 넘어 사업장을 통합하는 구조조정 단계로 접어들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주요 업체들은 범용 제품 의존도를 낮추고 고부가 소재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는 작업을 이어갈 전망이다.
LG화학은 정부의 석유화학 산업 사업재편 정책에 맞춰 설비·사업 재편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연내 정부 승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후 물적분할과 합병, 기업결합 승인 등 후속 절차가 필요한 만큼 구조조정은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눈에 띄는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공급 감축과 사업 재편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느냐가 수익성 개선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업황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그 외 사업들은 여전히 대내외 불확실성과 수요 부진 등으로 어려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사업별로 실적 온도 차가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익성 중심의 경영 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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