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사이테크+]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실제 새벽하늘 풍경일 가능성 커"

입력 2026-10-23 00:00:04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韓 연구팀 "달·금성·히아데스성단 배치 분석…1889년 7월 22일 새벽과 부합"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은 상상으로 그린 게 아니라 1889년 7월 22일 프랑스 생레미(Saint-Rémy)의 새벽하늘을 관측하고 이를 회화적으로 재구성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 고흐 그림 속 별 배열과 실제 밤하늘 비교

(a) 왼쪽은 '별이 빛나는 밤'(1889)에 그려진 중심부의 별 무리, 가운데는 황소자리의 히아데스성단. 오른쪽은 크기와 방향, 위치를 맞춰 그림 속 별 다섯 개(주황색)를 실제 별들(파란색) 위에 겹쳐 표시한 것. (b) 왼쪽은 '밤의 카페 테라스'(1888)에 그려진 별들, 가운데는 여름철 대삼각 주변 별들. 오른쪽 그림의 구성은 (a)와 같다. [Kim et al., Scientific Reports 제공]


우주과학기업 에스엘랩(SLLAB) 김정현 대표(박사과정)와 경희대 우주탐사학과 진호 교수팀은 23일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서 그림 속의 달과 금성, 별 무리 배치를 분석한 결과, 당시 고흐가 머물던 생레미 지역 새벽하늘의 천체 위치와 형태에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관측천문학자 관점에서 그림 속 별 무리는 앞선 연구에서 제시한 양자리(Aries)가 아닌 황소자리 히아데스성단(Hyades in Taurus)"이라며 "이 연구가 생레미 시기 반 고흐 그림들의 제작 순서와 작업 방식, 행적을 다학제적 관점에서 새롭게 살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별이 빛나는 밤'에 묘사된 하늘이 즉흥적인 상상력의 산물인지, 사실적으로 묘사된 것인지는 100년 넘게 답을 찾지 못한 문제였다. 이전에 수행된 두 차례의 천문학적 해석은 서로 상충하는 결론을 내놨다.


1984년 앨버트 보임(UCLA) 연구는 그림 속 별 무리를 양자리(Aries)로 본 반면, 1986년 찰스 휘트니(하버드대) 연구는 6월 17~18일을 제작 시기로 추정하고 그림 속 하늘을 실제 아침 하늘을 표현하기 위해 구성한 천체의 합성물로 해석했다.


연구팀은 이들 연구 이후 화가의 시야 범위와 별 무리 형태, 역사적 기록을 함께 활용해 그림 속 천체의 배치를 정량적으로 검증한 연구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천체 위치뿐 아니라 화가의 시야 범위와 방향을 복원해 그림 속 별 배열을 실제 천체와 정량적으로 비교하고, 당시 기상 기록과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계절적 환경도 함께 분석했다.




'별이 빛나는 밤' 중앙 별 무리와 히아데스성단의 형태적 유사성

(a)'별이 빛나는 별' 중앙 별 무리(기준점 Sn2, Sn3, Sn6, Sn7, Sn10). (b)반 고흐가 제작한 모사 드로잉(F1540)의 같은 별 무리(a와 같은 기호로 대응하는 기준점 Rp2, Rp3, Rp6, Rp7, Rp10). (c)1889년 7월 22일 오전 3시 생레미 동쪽 하늘의 히아데스성단 시뮬레이션. [Kim et al., Scientific Reports 제공]


먼저 반 고흐가 1888년 아를(Arles)에서 그린 '론강 위의 별이 빛나는 밤'(Starry Night over the Rhône)과 '밤의 카페 테라스'(Café Terrace at Night)를 현장 사진 및 천문 시뮬레이션과 대조해 분석 방법을 점검했다.


이어 '별이 빛나는 밤'의 풍경과 지형이 비슷한 장소를 생레미에서 찾고 같은 지형을 그린 반 고흐의 스케치를 이용해 그림에 적용된 좁은 시야 범위를 복원했다.


이 시야 범위를 1889년 하늘에 적용해 6월과 7월 여러 날짜의 새벽하늘을 비교한 결과, 7월 22일 오전 3시께 달과 금성 사이의 각거리, 달의 모양, 히아데스성단의 위치가 복원한 시야 범위와 가장 잘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중앙에서 선정한 별 다섯 개의 V자형 배열이 히아데스성단의 핵심 별들의 배열과 형태적으로 잘 부합했다. 또 반 고흐가 그림을 그린 뒤 제작한 모사 드로잉에서도 유사한 형태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1889년 6월 18일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근거로 '별이 빛나는 밤'을 6월 작품으로 보는 기존 견해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존 연구에서는 반 고흐가 7월 중순 발작을 겪은 뒤 몇 주간 활동이 어려웠던 것으로 봐 왔다. 이 해석을 따르면 7월 22일께 하늘을 관측했다는 가설과 충돌한다.


연구팀은 편지와 당시 기상 기록 등을 재검토해 발작이 7월 하순 시작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발작시점을 직접 확인할 임상기록은 남아있지 않다고 밝혔다.




1889년 7월 21~24일 오전 3시 프랑스 생레미 동쪽 하늘 모습

1889년 7월 21~24일 오전 3시 프랑스 생레미 동쪽 하늘에서 달과 금성이 이동하는 모습. 7월 22일에만 황소자리 히아데스성단(V자형 배열)이 달과 금성 사이 중간에 놓여 있다. [Kim et al., Scientific Report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이 결과가 그림 전체를 실제 하늘의 정확한 복사본으로 규정하기보다는 관측한 천체 배치를 화가가 선택하고 변형해 화면에 담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별의 배열과 관측 시야, 역사적 기록을 함께 검토하는 방법은 다른 시대의 야간 회화에도 적용할 수 있어 미술사 해석을 검증 가능한 과학적 분석으로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앞선 연구들이 '별이 빛나는 밤' 속 별 무리를 양자리로 설명했다는 사실을 읽는 순간 그림이 나를 부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반 고흐가 그린 다른 하늘과의 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앞으로 그 이야기들을 하나씩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출처: Scientific Reports, Elijah Jeong-hyun Kim et al., "The actual sky of Van Gogh's Starry Night: a multidisciplinary reconstruction", http://dx.doi.org/10.1038/s41598-026-73025-5


scitech@yna.co.kr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5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연합뉴스 콘텐츠 더보기

해당 콘텐츠 제공사로 이동합니다.

많이 본 최근 기사

관심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