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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눈 건강 지키는 대면 검안 원칙과 모바일 편의성 정면 충돌
검찰 무혐의 뒤 대검 재기수사…갈등 장기화 속 소비자 혼란 가중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스마트폰 화면에서 원하는 도수와 색상의 컬러렌즈를 골라 인근 안경원으로 방문 일정을 잡는다. 매장에 들러 안경사에게 시력과 각막 상태를 확인받고 제품을 찾아간다. 비대면 택배 배송이 아닌 매장 방문을 거치는 이른바 '온라인 픽업(예약 후 방문 수령)' 서비스가 법적 공방과 직역 갈등의 한가운데 섰다. 각막에 직접 닿는 2등급 의료기기인 만큼 철저한 대면 관리가 필수라는 보건 논리와 유통 구조 혁신을 통해 소비자의 탐색 편의와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는 산업적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눈 건강 담보하는 대면 검안…형식적 전달 그치면 부작용 우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행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5항은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안경 및 콘택트렌즈의 전자상거래와 통신판매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온라인 픽업 방식이 이 법조항이 금지하는 통신판매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단순한 방문 예약 중개인지에 대한 법리적 해석이다.
스타비젼(오렌즈)과 대한안경사협회는 온라인 예약 플랫폼 '윙크'를 운영하는 윙크컴퍼니(피피비스튜디오스 자회사) 등을 상대로 2022년부터 여러 차례 고발을 진행했다.
검찰은 고객이 매장을 직접 선택하고 최종 판매 계약과 결제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안경사를 통해 완성된다는 점, 플랫폼이 안경원으로부터 알선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 등을 근거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분쟁은 일단락되지 않았다.
대한안경사협회가 이에 불복해 항고를 이어갔고, 최근 대검찰청이 재기수사 명령을 내리면서 사법적 판단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던 또 다른 업체가 기소되거나 약식명령 처분을 받는 등 법원과 수사기관의 판단 기준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안경사협회가 가장 강하게 우려하는 지점은 국민의 눈 건강 훼손이다.
콘택트렌즈는 단순한 미용 소품이 아니라 안구 표면에 직접 밀착되는 의료기기다.
렌즈 곡률이나 재질이 착용자의 각막 상태와 맞지 않거나 올바른 관리 수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각막염, 결막염 등 안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특히 10대와 20대 청소년층의 소비 비중이 높은 컬러렌즈 시장 특성상 전문 안경사의 지도와 정밀한 굴절 검사가 생략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협회 측은 온라인 예약 구조가 정착될 경우 안경원이 단순 '수령 거점'이나 택배 보관함으로 전락해 전문적인 검안 절차가 형식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제품을 수령하는 과정에서 주의사항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그 책임 소재가 일선 안경사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도 반발의 주요 배경이다.
◇ 재고 부담 줄인 골목상권…갈등 장기화 속 사라지는 소비자 편익
반면 소비자 편익과 골목 안경원의 상생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국내 컬러렌즈 시장은 연간 수천억 원 규모로 성장했으나, 특정 대형 프랜차이즈 중심의 유통망이 시장을 주도해 왔다.
독자적인 대규모 매장을 갖추지 못한 일반 동네 안경원은 수백 종에 달하는 색상과 도수별 재고를 미리 확보하기 어려워 젊은 고객층을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온라인 예약 시스템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의 취급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방문할 수 있게 해 불필요한 발걸음을 줄여준다.
영세 안경원 역시 팔릴 제품만 들여놓을 수 있어 재고 부담을 덜고 홍보 효과를 얻는 창구로 활용해 왔다.
하지만 안경사협회가 회원들을 상대로 서비스 가담 시 면허 정지 요구 등 행정처분을 예고하고 나서면서 1천500여 곳에 달하던 제휴 안경원은 단기간에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집 근처에서 간편하게 제품을 찾던 소비자들만 서비스 축소에 따른 불편을 겪게 됐다.
과거 차량 호출 서비스나 법률·세무 플랫폼 분쟁에서 보듯, 신구 산업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 혁신 서비스는 고사하고 소비자는 선택권을 잃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당국이 더 이상 결론을 미루지 말고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국민 눈 건강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디지털 편의를 수용할 수 있는 정교한 제도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규제샌드박스 등을 활용해 안전성을 체계적으로 실증하고, 앱을 통한 예약 과정에서도 안경사의 지도와 검안 절차를 의무화하는 등 안전과 소비자 편익이 조화를 이루는 정책적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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