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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올여름 전국 초·중등 교사 1만268명이 '인공지능(AI) 활용 선도교사' 연수를 받았다. 교육부가 6월 23일부터 8월 7일까지 6개 권역에서 운영한 35시간짜리 과정이다. 기본과정 6시간, 교과군별 실습 위주의 집중과정 24시간, 수업 사례를 나누는 공유과정 5시간으로 짜였다.
한 현직 교사는 8월 한 언론 기고에서 이 연수에 세 가지가 빠져 있었다고 썼다. 검증된 학습효과, 교육과정과 맞물린 설계, 배운 것을 실제 수업에 적용해 볼 시간이다.
필자는 직전 칼럼에서 대학 편을 마치며 과제 재설계와 과정 평가를 교수 개인의 헌신에만 맡길 수 없다고 밝혔고, 이번에는 교사·교수의 역할 변화를 다루고자 한다.
정부가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면서도 직업계고에서 이를 가르칠 교사를 길러낼 제도는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 필자의 현실 인식이었다. 지금 다시 같은 질문 앞에 선다.
"무엇을 가르칠지 아무리 잘 정해도 그것을 가르칠 사람이 준비되지 않으면 교육은 바뀌지 않는다."
필자는 초등학교에서는 인간이 먼저 갖춰야 할 기초를 다지고, 중학교에서는 AI의 답을 의심하고 검증하는 법을 익히며, 고등학교에서는 진로와 교육 목적에 따라 AI와의 협업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에서는 AI 사용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학습 목표에 따라 제한하고, 과제와 평가를 다시 설계하자고 했다.
이 모든 것을 교실에서 실제로 구현할 사람은 교사와 교수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AI 전문가가 되고, 새 평가 방법을 만들고, 수업을 다시 짜고, 학생의 AI 사용 과정까지 일일이 확인하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현실적이지 않다.
"교사와 교수도 AI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말로 글을 맺기는 쉽다. 그 말만으로 바뀌는 것은 없다.
◇ 이미 꽉 찬 교사의 하루에 'AI'가 얹혔다
AI 시대가 왔다고 교사의 기존 역할이 줄지는 않는다. 가르치고, 관찰하고, 평가하고, 생활을 지도하는 일은 그대로다. 여기에 새 기술을 익혀 수업에 적용하고 AI가 내놓은 결과물까지 검증하는 일이 더해지고 있다.
교사들이 변화를 외면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55개 교육 체제를 대상으로 실시한 '교원 및 교수·학습 국제조사'(TALIS) 2024 결과를 보면 한국 중학교 교사의 42.7%가 수업에 AI를 활용한 경험이 있었다. OECD 평균(36.3%)보다 높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 교사의 주당 근무시간은 43.1시간으로 OECD 평균(41.0시간)보다 길었다. 과도한 행정업무를 스트레스 원인으로 꼽은 교사가 46.9%, 학부모 민원 대응을 꼽은 교사가 56.9%였다. 새 교수법을 익힐 시간을 따로 내기 어려운 구조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올해 6월 펴낸 정책 브리프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시·도교육청 AI 담당 장학사와 교사들을 면담한 결과 교사마다 AI 활용 수준의 편차가 크고, 연수 내용이 실제 수업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학 교수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연구와 강의, 학생 지도, 행정업무를 하면서 기존 과제를 새로 만들고, 학생의 AI 활용 과정을 들여다보고, 필요하면 구술평가까지 해야 한다면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AI 시대의 교육 혁신을 교사와 교수 개인의 열정과 희생에 맡겨서는 제대로 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필자가 보기에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시간과 지원이다. 새 교수법을 배우고 수업을 바꾸려면 시간을 줘야 한다. 새 평가 방법을 적용하려면 이를 도울 도구와 인력이 있어야 한다. 교사에게 새 업무를 얹으면서 몇 시간짜리 연수로 준비가 끝났다고 여겨서는 곤란하다.
◇ 35시간 연수로 '준비 완료' 도장을 찍을 수 있나
유네스코가 2024년 9월 학생용 AI 역량체계와 함께 내놓은 '교사용 AI 역량체계'는 교사에게 AI 지식이나 도구 사용법만 요구하지 않는다. 인간 중심의 관점, AI 윤리, AI 기초와 활용, AI 교수법, AI를 활용한 전문성 개발 등 5개 영역에 걸쳐 15개 역량을 제시하고, 이를 '습득-심화-창조' 세 단계로 키워가도록 했다. 교사의 AI 역량을 한 번 배우면 끝나는 기술로 보지 않고 경력 내내 쌓아갈 전문성으로 본 것이다.
교육부도 방향은 비슷하게 잡았다. 올해 3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과 함께 AI 교육 담당 교원 연수과정을 처음 개발해 기초·심화·전문 3단계로 나눴고, 올해 약 3천명, 2029년까지 1만명 이상을 길러내겠다고 밝혔다. 선도교사 연수도 국제 동향을 반영해 역량체계를 손질했다.
틀은 갖춰지고 있다. 남은 과제는 교사가 그 단계를 실제로 밟아갈 수 있는 조건이다. AI 기술은 몇 달 단위로 달라진다. 방학 중 한 차례 연수를 받고 학기가 시작되면 다시 수업과 행정업무에 묻히는 구조라면 단계별 역량체계는 문서 속에만 남는다. 배움의 시간을 교사의 방학과 퇴근 후에서 떼어내는 방식으로는 오래가기 어렵다.
수업 시수 조정이나 행정업무 경감처럼 근무시간 안에서 배울 여유를 만들어 주는 장치가 함께 가야 한다.
필자는 교원자격 체계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답할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원칙 하나는 분명해 보인다.
"산업과 지식이 계속 변한다면 교사의 전문성도 계속 넓어지고 바뀔 수 있어야 한다."
새 분야가 생길 때 기존 전공 교사가 전문성을 넓힐 수 있는 경로가 있어야 하고, 예비 교원 양성과정에도 AI를 활용한 교수·학습과 평가가 기본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런 변화를 몇몇 열성적인 교사의 개인적 선택에 맡겨둘 수는 없다.
◇ 대학도 연구를 지원하듯 교육을 지원해야
대학 교수는 자기 전공에서는 전문가다. 그러나 학생을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할지까지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교수는 많지 않다. AI 시대에는 전공 지식만으로 과제와 평가를 어떻게 바꿀지 답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지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수원은 올해 하반기 생성형 AI 교수법 기초·심화 과정을 포함한 21개 신규 연수과정을 열었다. 그러나 연수를 한 번 듣는 일과, 내 강의의 과제를 하나하나 다시 설계하고 학생의 AI 활용 과정을 살피는 일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대학은 연구비와 연구지원 인력으로 교수의 연구를 뒷받침한다. 교육에도 같은 수준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대학 차원의 공통 AI 활용 원칙과 평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교수·학습 지원조직과 교육설계 전문가, 조교와 평가 지원 체계를 강화해 교수가 전공 특성에 맞는 수업과 평가를 설계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교사와 교수에게 변화를 요구하기 전에 변할 수 있는 조건부터 만들어야 한다.
필자는 교육 전문가가 아니고, 교원 양성과 자격체계, 연수와 평가제도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해답을 내놓을 위치에 있지도 않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꺼내는 것은 AI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여전히 공부하는 학자로서, 그리고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로서 지금의 변화가 우리 교육에 던지는 질문이 너무 무겁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어쩌면 교육 현장의 전문가들에게 또 하나의 무거운 숙제를 건넨 일이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미안하고 조심스럽다.
분명한 것은 그 숙제를 다시 교사와 교수 개인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교육당국과 학교, 대학, 연구자와 현장 전문가가 함께 가르치는 사람의 전문성을 꾸준히 키우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건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인 해답은 현장의 경험과 교육 전문가들의 치열한 논의 속에서 나올 것이다. 필자가 바라는 것은 하나다.
교육과정과 평가, 그리고 가르치는 사람의 전문성이 함께 움직이는 체계다. 새 기술이 나올 때마다 몇몇 교사와 교수의 개인적 노력에 기대 버티는 방식으로는 다음 변화를 감당할 수 없다.
AI 시대라고 백년지대계 교육이란 말의 무게가 가벼워질 리 없다. 다만 앞으로의 백년지대계는 세상이 바뀔 때 교육도 제때 바뀔 수 있도록 준비된 체계를 갖추는 일이어야 하지 않을까. 백 년을 버틸 단단한 제도보다 변화에 맞춰 스스로 고쳐 나갈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한 때다.
임기범 인공지능 전문가
▲ 한국특수정보인증원 최고 AI 책임자(CAIO)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대학교(aSSIST) 객원교수 ▲ AI경영학회 상임이사 겸 학술분과 위원장 ▲ 전 ㈜컴팩 CIO ▲ 전 신한 DS 디지털 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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