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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강 보행데크부터 다비엔섬까지…스마트 조명 등 야간 관광 명소 재탄생
코이카와 손잡고 한국 경주시 모델 접목…지속 가능한 복합문화공간 조성

(후에=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9월 7일(현지시간) 베트남 후에시 중심을 가로지르는 향강변에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사업으로 조성된 보행데크 야경. 해가 지면 첨단 스마트 조명이 켜지며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찾는 야간 명소로 탈바꿈한다. 2026.10.14 raphael@yna.co.kr
(후에[베트남]=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베트남 중부 도시 '후에'는 옛 수도이자 응우옌 왕조(1802∼1945)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황성의 광장과 성벽, 빛바랜 붉은 기와, 연못과 정원들이 과거의 영광을 증언한다.
황성 내부 자체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의 직접적인 사업 구역은 아니지만, 역사적 도시가 뿜어내는 묵직하고 압도적인 전통의 아름다움은 현재 후에시가 추진하는 '문화와 디지털의 조화'를 이해하는 가장 훌륭한 거울이자 출발점이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후에시는 낮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얼굴로 시민들을 맞는다. 그 중심에는 코이카가 지원하는 '베트남 후에시 문화관광 스마트시티 조성 지원사업'이 빚어낸 혁신적인 변화가 있다.

(후에=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9월 7일(현지시간) 베트남 후에시 향강변 일대, 다양한 빛의 향연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왼쪽부터 은하수를 수놓은 듯한 '반딧불이 나무',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의 지원을 알리는 보행데크 기념비, 바닥을 장식한 고보조명(로고젝터). 2026.10.14 raphael@yna.co.kr
후에시 중심을 가로지르는 향강 일대는 최첨단 스마트 기술과 어우러진 거대한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레로이 공원 주변과 코이카 시범사업으로 조성된 향강변 보행데크 일대는 야간 산책과 관광을 즐기러 나온 수많은 인파로 북적인다.
지난 9월 7일(현지시간) 보행데크를 지나니 은하수를 수놓은 듯한 신비로운 조명이 반짝이고, 나무 위로는 반딧불이가 움직이는 듯한 레이저 조명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반딧불이 나무'로 불리는 이곳에서는 현지 청년들이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릴 사진과 영상을 찍기 위해 휴대전화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이곳 야경은 꾸준히 입소문을 타면서 후에시의 대표 야간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후에=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9월 9일(현지시간) 베트남 후에시 향강변 보행데크를 찾아 만족감을 표한 스페인 관광객 마리아(왼쪽 우측) 씨와 하이퐁에서 온 직장인 레 민 카인(가운데) 씨, 현지 시민. 2026.10.14 raphael@yna.co.kr
이곳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과 현지인들 모두 지난달 9일 취재진과 만나 보행데크가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에 입을 모아 호평했다.
이탈리아인 친구와 함께 방문한 스페인 관광객 마리아 씨는 "어제 다리 위를 걷다가 불빛을 보고 예뻐서 이곳을 알게 됐다"며 "자동차 소음과 멀리 떨어져 있고 강과 가까워 걷기 무척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베트남 북부 하이퐁에서 후에시로 여행 온 직장인 레 민 카인 씨 역시 "지금까지 걸어본 보행 도로 중 가장 멋졌다"며 "은하수 조명과 반딧불이 나무가 아름다웠고, 5일간 지켜보니 시민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 이 보행데크였다"고 말했다.
보행데크 조성 전후를 기억하는 시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한 시민은 "보행데크가 생기기 전 강변은 조명도 없고 나무만 무성해 놀러 오는 사람이 아예 없었다"며 "이제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조명도 예뻐서 주변에 여러 번 추천했다"고 전했다.

(후에=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9월 7일(현지시간) 베트남 후에시 도시관제센터(IOC) 모니터에 시내 곳곳의 수위 및 인프라 상황이 실시간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곳에서는 CCTV와 사물인터넷(IoT) 데이터를 분석해 치안부터 재난 대응까지 도시 인프라를 빈틈없이 관리한다. 2026.10.14 raphael@yna.co.kr
◇ 24시간 도시관제센터 운영 IOC…치안부터 재난 대비까지
스마트 거리 열풍 속에는 도시 전체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유기적으로 통제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코이카 사업과 연계해 스마트시티 기술을 활용 중인 후에시 도시관제센터(IOC)다.
이곳에서는 51명의 직원이 3개팀(스마트시티 관리팀, 도시 공용 인프라팀, 앱 운영팀)으로 나뉘어 24시간 교대 근무를 서며 도시의 인프라와 치안을 빈틈없이 책임진다.
IOC는 향강 일대 800대의 폐쇄회로(CC)TV를 비롯해 시민 민원, 사이버 공간, 기후 정보를 수집하는 사물인터넷(IoT) 등 4가지 주요 통로를 통해 실시간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해도 시민의 신고가 접수되기 전까지는 자체 파악이 거의 불가능했고 처리 시간도 길었다. 하지만 CCTV와 관제 시스템이 설치된 이후 조기 발견과 선제 조치가 가능해졌다.
쩐 쫑 히에우 IOC 센터장은 "가게 앞을 가로막은 오토바이 불법 주차를 조기에 발견해 가게 주인에게 알림을 주는 등 실시간 데이터 수집을 통해 행정 관리가 획기적으로 빠르고 편리해졌다"고 설명했다.
또 "베트남 중부의 혹독한 폭우나 홍수로 인한 정전이 잦다"면서도 "IOC 센터는 우선 전력선과 비상 발전기를 완비하고 있어 어떠한 재난 상황에서도 중단 없는 관제 임무를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후에=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과의 협력으로 후에시 마스터플랜을 이끈 황 하이 민 트어티엔후에성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9월 7일(현지시간) 인민위원회 회의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0.14 raphael@yna.co.kr
◇ "자체 예산 들여 보행로 확장…'중앙직할시' 도약 밑거름"
후에시가 성공적인 스마트시티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긴 안목의 도시 기획과 철저한 파트너십이 있었다.
후에시의 경제·도시 개발 전반을 총괄하는 황 하이 민 트어티엔후에성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은 2010년부터 코이카를 통해 한국의 도시계획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2014년 '후에시 마스터플랜'을 통과시킨 핵심 주역이다.
베트남 건축가협회 트어티엔후에성 회장을 지낸 건축가 출신인 그는 문화유산 보존과 도시 개발의 조화를 이뤄낸 한국 경주시의 사례를 모범 모델로 삼아 스마트 문화유산 도시 구상을 다듬어왔다.
민 부위원장은 이번 코이카 사업이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후에시의 도시개발 관점 자체를 바꿔놓았다는 점을 분명히 짚었다.
그는 "코이카 보행데크의 성공을 바탕으로 자체 지방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 향강변 보행로를 주도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단순한 시설 건설을 넘어 시민과 관광객의 경험을 핵심 요소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형성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코이카의 도시계획 지원은 후에시가 유산·생태·스마트시티라는 청사진을 실현하고, 질 높은 인프라를 갖춘 중앙직할시로 공식 승격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고 덧붙였다.
후에시와 코이카의 협력은 단계별로 확대하고 있다. 이미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1~2차 ODA 사업을 통해 도시 계획의 큰 틀을 세우고 향강변 보행데크 등의 인프라 기반을 다졌다.
현재 진행 중인 3차 사업은 2021∼2028년 총 1천398만 달러(약 188억원)를 투입해 후에시 스마트 문화 관광 허브 기반을 마련하고, 향강변 스마트 거리를 구축하는 등의 프로젝트로 구성돼 있다.

[코이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다비엔섬에 복합문화공간 조성…전통·디지털 융합 미래 도시로
후에시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연내 향강 내 다비엔섬에 복합문화공간과 보행 교량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향강에 위치한 다비엔섬(10.5ha)에 들어설 복합문화공간은 스마트 문화관광 전시·체험 시설, 전망대 타워, 문화공원, 휴게 편의시설 등이 결합한 후에시의 새로운 문화관광지다.
이 프로젝트는 현지 파트너 실라 건축사무소와 한국의 푸하하하 건축사무소가 협업해 후에시의 기후와 역사적 맥락을 고려해 설계했다.
응우옌 후 선 즈엉 실라 건축사무소 대표는 "향강 주변 주민들은 홍수가 나더라도 강과 거리를 두거나 배척하지 않는다"며 "물이 차오르면 잠기고 물이 빠지면 자연스레 흔적이 남는 특성을 설계에 반영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 정수장으로 쓰인 높은 물탑 등 기존의 낡은 건축물을 무작정 철거하지 않고 보존하고자 한다"며 "강과 연결되는 여백을 두는 베트남 전통 건축의 열린 공간 철학을 적용해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잇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다비엔섬을 잇는 새로운 도보 교량도 보행자들이 천천히 도시의 풍경과 정취를 음미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후에=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다비엔섬 복합문화공간 프로젝트의 설계를 맡은 현지 파트너 '실라 건축사무소'의 응우옌 후 선 즈엉 대표가 지난 9월 7일(현지시간) 베트남 후에시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10.14 raphael@yna.co.kr
즈엉 대표는 "복합문화공간 완공 후에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전문성 있게 정기적으로 선보이는 게 성공의 열쇠"라며 시민들이 함께 만나고, 교류하며, 일과 여가를 즐기는 융합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민 부위원장은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앞으로 한국과의 관계를 더욱 포괄적인 협력 관계로 격상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민 부위원장은 "문화와 유산을 협력의 기반으로 삼고, 기술·인프라·투자를 성장 동력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향후 한국-후에시 직항 항공노선이 개설돼 양국 간 관광객 유치와 실질적 교류가 더욱 심화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왕조의 품격을 간직한 웅장한 황성과 첨단 디지털 불빛이 반짝이는 향강 산책로, 다비엔섬 복합문화공간에 이르기까지 후에시는 전통과 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차세대 스마트시티로 진화하고 있다.

(후에=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9월 9일(현지시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베트남 후에시 황성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묵직한 전통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황성은 후에시 '스마트 문화도시' 구상의 출발점이다. 2026.10.14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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