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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만 300팀 넘어…과일찹쌀떡·앙버떡에 전통 흑임자까지 인기
'힙한 K-디저트'로 재해석…무인 매장·팝업스토어 확장세

[촬영 정풍기]
(서울=연합뉴스) 정풍기 인턴기자 = "아, 여기가 그 유명한 찹쌀떡 집이구나."
8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을 오가던 한 시민이 한 부스 앞에 길게 늘어선 대기 줄을 바라보며 감탄 섞인 말을 뱉어냈다. 과일과 요거트 등을 넣은 이색 찹쌀떡으로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입소문을 탄 '한정선 녹 서울역점' 앞 풍경이다.
평일 오전임에도 매장 앞은 떡을 사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1층 매장에서 주문하려면 먼저 2층 키오스크에서 '대기 확정 코드'를 받아야 하는데, 2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까지 대기 인파로 빼곡히 들어찼다.
2층 키오스크 화면에 뜬 대기 순번은 한때 358팀에 달했다. 오전 10시께 40분 안팎이던 대기 시간은 점심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빠르게 불어났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원래 여기가 이렇게 사람이 많았나", "오늘은 못 사겠다"는 탄식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매장 직원은 "오후 3∼4시께 특히 사람이 많이 몰리는 편"이라며 쉴 새 없이 포장 상자를 채웠다.

[촬영 정풍기]
대기 줄에서는 20∼30대 젊은 층이 단연 눈에 띄었다.
대학원생 윤보경(24) 씨는 "SNS에서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왔다"며 "빵은 이미 유행도 많이 돌고 종류도 익숙한데, 떡은 색다르고 개성 있는 메뉴가 계속 새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송채린(19) 씨도 "요거트 찹쌀떡이 인스타그램에서 많이 보여 궁금했다"며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고 맛있다고 하니 떡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무슨 맛이길래 저 정도로 살까' 궁금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 전통시장 파고든 '앙버떡'…젊어진 진열대
이 같은 열풍은 도심 속 유명 단독 매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SNS발 떡 열풍을 타고 전통시장을 찾거나 각지 유명 떡집으로 '떡지순례'를 떠나는 2030 청년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촬영 정풍기]
같은 날 오후 1시께 찾은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떡집 골목은 진열대마다 젊은 감각의 퓨전 떡이 가득했다.
팥앙금과 버터를 넣은 '앙버떡' 원조로 꼽히는 '정애맛담' 매대에는 송편·인절미 옆으로 갈릭콘치즈설기, 밤버터찹쌀떡 등 이색 메뉴가 나란히 놓였다.
인근 '몰랑이수' 진열대 역시 형형색색의 떡으로 화려했다. 단호박·딸기·자색고구마를 더한 인절미에 팥앙금·버터를 넣은 '앙몰랑', '앙버터 모나카' 등 자체 개발 메뉴 앞 백화점 팝업 안내문은 여느 디저트 브랜드를 방불케 했다.
매장 관계자는 "젊은 층을 겨냥해 신세대 떡을 개발해왔다"며 "주말이나 연휴에는 멀리서도 많이 찾아오는 등 최근 방문객이 체감상 3~4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촬영 정풍기]
◇ '클래식의 반격' 흑임자인절미…무인 매장까지 확산
화려한 퓨전 떡만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기본에 충실한 전통 떡 역시 젊은 층의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취향을 타고 재조명받고 있다.

[촬영 정풍기]
오후 3시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공주떡집 매장에는 대표 메뉴인 '흑임자인절미'를 사려는 발길이 이어졌고, 준비된 물량 상당수는 이미 동난 상태였다.
매장 관계자는 "오전에 와야 진열된 떡의 양이 다르다"며 예전보다 젊은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이곳을 찾은 직장인 김효은(31) 씨는 "젊은 층 사이에서 옛날 느낌이 나는 것들을 좋아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촬영 정풍기]
유통 형태도 무인 매장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께 찾은 서울 압구정의 무인 떡 매장 '메고지고'의 냉장 진열장에는 생딸기·샤인머스캣 모찌는 물론 두바이초콜릿 찹쌀떡, 버터바나나 찹쌀떡, 피스타치오 크림 찹쌀떡, 우베크림모찌까지 다양한 제품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쑥떡과 흑임자찹쌀떡, 망개떡 등 익숙한 전통 떡도 같은 냉장고에서 판매됐다. 소비자가 편의점에서 간식을 고르듯 원하는 떡을 직접 골라 결제하는 방식이다.
메고지고 측은 다른 디저트들과 함께 소비자들이 떡 제품을 꾸준히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떡 수요 증가는 유통업계 통계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리테일 테크 기업 컬리에 따르면 지난해 6∼8월 떡·한과 카테고리 거래액은 2024년 같은 기간보다 약 2배 늘었다. 국내 떡 시장 규모 역시 매년 5∼7%씩 성장세를 이어가며 2024년 기준 9천291억원에 달했다.
온라인상에서의 열기도 뜨겁다. 인스타그램에서 '떡'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87만건을 넘어섰다. 인기 제품을 사기 위해 개점 전부터 줄을 서는 '떡픈런'(떡+오픈런)이나 콘서트 티켓팅 못지않게 치열한 구매 경쟁을 뜻하는 '떡켓팅'(떡+티켓팅) 같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연합뉴스TV 제공]
전문가들은 베이커리 중심이던 국내 디저트 시장에서 떡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체재로 안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수진 트렌드코리아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최근 디저트 유행은 한 제품이 짧은 기간 급부상했다가 빠르게 다른 제품으로 넘어갈 정도로 변화 속도가 빠르다"면서도 "떡은 버터떡이나 과일찹쌀떡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하기 좋은 재료라 계속 새로운 형태의 디저트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최근에는 맛뿐 아니라 모양과 포장까지 예쁘고 독특하게 바뀌면서 젊은 층이 다시 주목하고 있다"며 "항상 가까이 있어 미처 몰랐던 떡의 맛과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TV 제공]
pun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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