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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인물열전](41) '유리천장 깬 개혁가' WTO 첫 여성 수장 오콘조이웨알라

입력 2026-10-10 08: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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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척결 앞장서며 '골칫덩어리' 자처…보호무역 파고 뚫고 다자체제 수호





나이지리아 경제조정장관 겸 재무장관 재직 당시인 2014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44차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중 패널 세션에 참석해 발언하는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72)의 이름 앞에는 '최초의 여성'이자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이란 수식어가 늘 따른다.


상징적 타이틀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실질적인 개혁을 이끌어온 굵직한 궤적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으로서 막대한 국가 부채를 탕감하고 기득권 부패와 맞서 싸운 강단 있는 행정가이며, 세계은행(WB) 부총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경제학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 전쟁의 참상에서 피어난 헌신의 의지


1954년 영국령 나이지리아에서 학자이자 전통 군주 가문의 딸로 태어났지만, 유년 시절의 삶은 혹독했다.


그는 1960년대 말 나이지리아 내전(비아프라 전쟁)의 참상 속에 피란길에 올랐다. 말라리아에 걸린 세 살배기 여동생을 업고 3km를 걸어 천막 진료소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한 적도 있다.


유년 시절 겪은 이런 참상은 훗날 그가 백신과 빈곤 문제에 헌신하는 깊은 뿌리가 됐다.


전쟁의 상흔을 딛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는 하버드대 경제학 학사를 거쳐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지역경제개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세계은행에 입사해 개도국 빈곤 퇴치에 헌신하며 부총재에 올랐다.


◇ '오콘조 와할라'…부패 세력에는 골칫덩어리


그의 진가는 조국으로 돌아가며 더욱 빛났다.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을 두 차례 지내며 파리클럽(주요 채권국 모임)과 끈질긴 협상 끝에 300억 달러의 막대한 국가 부채를 탕감받는 성과를 이뤄냈다.


투명한 예산 공개와 강력한 재정 개혁으로 부패 카르텔의 자금줄을 옥죄자, 정적들은 나이지리아 피진어(Pidgin)로 '말썽꾼'을 뜻하는 '오콘조 와할라'(Okonjo-Wahala)란 모욕적인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국가 예산 도둑들에게 골칫덩어리가 된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며 조롱을 오히려 훈장처럼 여겼다.


급기야 부패 세력에 어머니가 납치되는 사태까지 벌어졌지만, 사퇴 압박에 단호히 맞섰다. 무사히 풀려난 어머니 납치 사건은 그의 꺾이지 않는 강단을 증명하는 일화로 남았다.





2020년 7월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였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가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 열린 후보자 기자회견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유명희와 선의의 경쟁, 그리고 '한국'이라는 롤모델


나이지리아 최초의 여성 외무장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이사회 의장 등을 거친 그는 2020년 위기에 빠진 다자무역체제의 구원 투수로 나섰다.


WTO 사무총장 선거 최종 라운드에선 당시 한국의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치열하면서도 끈끈한 선의의 경쟁을 펼쳐 국내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행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선임에 난항을 겪었으나, 유명희 본부장의 대승적 후보 사퇴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지지를 얻어 2021년 2월 WTO 수장으로 최종 선출됐다.


취임 후 그는 관세를 무기로 삼는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맞서 자유무역 가치 수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다자무역체제의 혜택을 입고 전쟁의 폐허에서 경제 대국으로 도약한 한국을 '가장 모범적인 성공 사례'로 꼽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 왔다.


한국의 발전상을 수차례 언급하며, 자국 이기주의적 무역 장벽을 허물고 소외된 국가를 주류로 끌어들이는 '재세계화(Re-globalization)'를 대안으로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1년 3월 30일 유명희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과 화상 면담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실용주의 리더십과 '시그니처 룩'도 눈길


국제 무대에서 눈길을 끄는 화려한 아프리카 전통 의상과 두건(겔레)은 그의 실용적 면모를 보여준다.


'아프리카의 정체성을 알리는 고도의 정치적 메시지'로 흔히 해석된다. 하지만 실상은 세계은행 시절 네 아이를 둔 '워킹맘'으로서 매일 아침 옷 고를 시간을 아끼고 비싼 서양식 정장 대신 저렴한 전통 직물로 옷을 지어 입던 습관이 오늘날 그를 상징하는 시그니처 룩으로 굳어진 것이다.


그는 "여성은 언제나 남성보다 두 배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역경 속에서도 다자주의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회원국들의 동의로 연임에 성공, 2025년 9월부터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2026년 3월 19일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WTO의 '세계 무역 전망 및 통계' 최신 자료(업데이트)에 대해 언론에 설명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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