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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란 첫 두 세포부터 130만 개 세포 계통 복원
미국 연구팀 사이언스 발표…장기 형성·선천성 기형 연구 기대

[시애틀 합성생물학 허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과학자들이 포유류 수정란의 세포가 분열하면서 어떤 세포를 거쳐 몸을 구성하는 다양한 세포로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세포 가계도'를 DNA에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하나의 세포가 어떻게 온전한 몸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도를 구축해 장기 형성이나 선천성 기형 발생 과정을 이해하고, 장기적으로 치료용 세포 설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제이 셴두어 미국 워싱턴대 의대 유전체과학과 교수와 청샹 추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 연구팀은 쥐의 수정란이 둘로 나뉘는 시점으로 장기를 갖춘 몸의 형태가 만들어지는 13.5일째까지 130만 개 세포의 궤적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김해동 워싱턴대 박사후연구원이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이날 세계 최고 권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포유류의 몸은 구조가 복잡해 배아가 자라는 과정에서 수많은 세포가 어떤 경로를 거쳐 만들어졌는지 모두 추적하기 어려웠다.
DNA를 자르거나 변형해 세포 분열의 흔적을 남기는 방식도 있었지만, 세포에 부담을 주고 앞서 남긴 기록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또 표식이 정해진 순서 없이 남아 언제 기록이 생겼는지 나중에 추정해야 하는 한계도 있었다.
연구팀은 셴두어 교수와 최준홍 미국 메모리얼슬론케터링 암센터 박사가 개발한 추적 기술인 DNA 타자기를 세포 가계도 작성에 활용했다.
DNA 타자기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DNA 테이프에 새 기록을 하나씩 남기는 기술이다.
타자기가 글자를 쓰듯 DNA에 기록을 차례로 남기고, 적힌 것을 덮어쓰지 않기 때문에 테이프에 적힌 내용을 토대로 세포의 분열 이력을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다.
연구팀은 마우스 수정란의 게놈에 새로 설계한 DNA 테이프를 삽입했다. 이후 세포가 분열하면서 DNA 타자기가 각 세포의 유전물질 안에 계속 남아 새로운 기록을 쌓도록 했다.
김 박사후연구원은 "종이 대신 세포의 DNA 위에 글자를 찍는 것"이라며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다음 빈칸에 새 글자 하나를 찍기 때문에 배열 자체가 세포 분열 이력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록은 세포의 자손 세포에서 다시 읽어낼 수 있고, DNA 타자기 표식을 통해 공통 조상 세포도 찾아낼 수 있게 된다.
연구팀은 수정된 쥐 난자 100개에 이 기록 시스템을 적용해 약 20일의 임신 기간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13.5일간 자라난 배아 10개를 분석했다.
이어 DNA 타자기 구성 물질이 가장 잘 투입된 1개 배아에서는 전체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얻은 기록을 분석해 수정란에서 시작된 세포들의 발생 과정과 계통을 복원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수정란이 처음 둘로 나뉘었을 때 생긴 두 세포에서 자란 자손들을 구분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김 박사후연구원은 "가장 처음 생긴 두 세포를 구분하는 뚜렷하고 영구적인 표식을 포착해 분석한 배아 세포의 거의 전부를 둘 중 한 세포로 거슬러 올라가 추적할 수 있었다"며 "하나가 다른 쪽보다 더 많은 자손을 만들었지만, 다양한 세포 유형은 거의 같은 비율로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또 세포 기록을 발생 과정의 시간 순서대로 되짚어 각 세포 유형이 언제 서로 다른 경로로 갈라져 나왔는지도 확인했다.
그 결과 세포 종류에 따라 자신의 역할이 결정되는 시점이 서로 다른 것도 연구팀은 파악했다.
예를 들어 혈액세포와 망막은 비교적 일찍 운명이 정해졌고, 피부 바깥층은 늦게 결정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특정 장기나 조직을 넘어 개체 전체 수준에서 포유류의 발생 과정을 추적하는 지도를 만드는 데 한 걸음 다가갔다고 평가했다.
김 박사후연구원은 "장기가 어떻게 올바르게 형성되는지, 그 과정이 어긋나면 어떻게 선천성 기형이 생기는지, 비정상적인 세포 증식이 어떻게 암으로 이어지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 될 것"이라며 "치료용 세포를 설계하는 방향을 잡는 데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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