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글로벌 인기게임 10편 중 6편 한글 지원…자막 넘어 한국어 더빙까지
세계 4위 한국 시장 구매력과 AI 번역 대중화가 견인차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풍기 인턴기자 = "이 게임을 한글로 할 수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평소 해외 게임을 즐기는 직장인 강신우(가명) 씨는 예전에는 공략집과 사전을 번갈아 보며 게임을 했는데, 이제는 한국어 자막에 음성 더빙까지 나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했다.
강씨처럼 과거 해외 게임을 즐기던 국내 게이머들의 플레이 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과거에는 정식 한글화가 드물어 플레이를 포기하거나 이용자들이 직접 제작한 비공식 번역 패치에 의존해야 했지만, 이제는 해외 대작부터 소규모 인디 게임까지 한국어 지원이 기본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 스팀 인기작 64%가 한글 지원…음성 더빙까지 영역 확장
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어가 최근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손꼽히는 주요 지원 언어로 위상이 올라섰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오픈한 '닌텐도 팝업스토어 인 서울'에서 모델들이 닌텐도 스위치2로 슈퍼마리오 게임을 즐기고 있다. 2025.11.27 scape@yna.co.kr
게임 데이터 분석 사이트 스팀피크스가 스팀(Steam) 내 리뷰 수 상위 1천개 타이틀을 분석한 결과, 확인된 997개 게임 중 634개(약 64%)가 공식 한국어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어 지원의 폭과 깊이도 달라졌다. 과거 정식 한국어판이 없어 유저(이용자) 패치에 의존했던 캡콤의 추리 게임 '역전재판' 시리즈는 최신 리마스터 합본팩(나루호도·오도로키·미츠루기 셀렉션 등)에서 잇따라 공식 한국어를 지원했다. 닌텐도 역시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원더'와 '동키콩 바난자' 등 신작에서 주요 캐릭터의 한국어 음성 더빙을 전격 도입했다.
과거 출시 후 한국어 지원이 끊겼던 '레이튼 교수' 시리즈가 15년 만의 신작에서 한글화를 확정 짓는가 하면, 2023년 글로벌 흥행작 '발더스 게이트 3'처럼 출시 후 이용자들의 요청을 반영해 공식 한국어를 사후 추가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상황은 전혀 달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0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09년 국내 발매된 플레이스테이션3(PS3) 게임 80개 중 한글화 타이틀은 22개(27.5%), 엑스박스360은 53개 중 12개(22.6%)에 불과했다. 당시에는 불법 복제와 높은 번역 비용이 걸림돌로 꼽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26일 서울 여의도 IFC몰에서 열린 '스텔라 블레이드' 론칭 이벤트 현장에서 관람객이 현장에 놓인 플레이스테이션5로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2024.4.26 jujuk@yna.co.kr
◇ "안 사요" 외치던 유저들의 구매력…세계 4위 시장의 힘
하지만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안한글' 안사요)"라는 확고한 소비 기준이 정착되고 정품 구매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시장 판도가 바뀌었다.
2019년 발표에서는 2018년 세계 콘솔게임 판매량 상위 10개 작품 가운데 'FIFA 19'를 제외한 9개가 한국어를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식 한국어판이 나오지 않은 게임의 빈자리는 이용자들이 직접 만든 '유저 한글패치'가 메우기도 했다.
'역전재판'·'몬스터헌터' 등 시리즈의 한글패치를 제작한 블로거 하모 씨는 "한 명이라도 더 이 게임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다만 제작사의 사전 허락 없이 게임을 수정하는 작업인 만큼 제작자들은 비영리 배포와 정품 이용을 원칙으로 하는 등 저작권 문제에 유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닌텐도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어 지원이 확대된 가장 큰 요인은 급성장한 한국 시장의 '구매력'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게임시장 매출액은 약 23조 8천억 원 규모로, 한국은 미국·중국·일본에 이어 세계 시장 점유율 4위(7.2%)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 개발사 입장에서도 한국 시장을 공략하려면 현지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셈이다.
글로벌 유통 플랫폼의 변화와 AI 기술의 도입도 힘을 보탰다. 스팀과 디지털 스토어가 정착하며 해외 게임사가 국내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이용자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됐고,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중소 개발사의 번역 비용 장벽도 낮아졌다.
게임 한글패치 커뮤니티 '한식구' 운영자 정모(40대) 씨는 최근 1∼2년 사이 제작 환경이 "말도 안 되게 변화했다"며 AI를 번역과 프로그램 작업에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닌텐도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업계에서도 달라진 한국 시장의 위상을 체감하고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한국 이용자들은 한글로 게임을 하는 게 당연시돼 있다"며 "게임 산업에서 상당히 구매력이 높은 시장인 데다 게임 콘텐츠를 즐기는 데 있어서 한글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 발전으로 한국어 지원의 문턱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치호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해외 개발사들에 한국어 지원은 수익 창출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았다"며 "AI 번역의 고도화는 비용 문제로 한국어를 포기했던 중소 규모 인디 게임들의 언어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춰 게이머들의 콘텐츠 선택권을 넓혀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pun9@yna.co.kr
제보용 카카오톡 친구추가 ID는 'okjebo'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