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빛으로 신경세포 껐다켠다…노벨상 받은 광유전학 질병치료 새지평

입력 2026-10-05 21:16:34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에 광유전학 개척 3인…빛으로 특정세포 제어


뇌 회로 규명 넘어 질병 치료로…시각장애서 치료 가능성 확인




202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3인

[노벨위원회 홈페이지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빛으로 특정 신경세포를 켜고 끄듯 제어하는 '광유전학'을 개척한 과학자들이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뇌의 작동 원리를 밝히는 핵심 연구도구로 자리 잡은 광유전학은 최근 시각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효과가 보고되는 등 실제 질병 치료 기술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칼 다이서로스, 페터 헤게만, 게오르크 나겔 등 3인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개척한 광유전학(Optogenetics)은 빛(Opto)과 유전학(Genetics)의 합성어로, 빛에 반응하는 미생물 단백질을 특정 신경세포에 발현시킨 뒤 빛을 비춰 그 세포의 활동을 활성화하거나 억제하는 기술이다.


빛을 이용해 특정 세포의 기능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연구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뇌 연구에서는 어떤 행동이나 감정이 발현할 때 어떤 세포가 활성화되는지 상관 관계는 관찰됐으나, 특정 세포가 해당 행동이나 감정을 일으켰는지 또는 억제하는지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또한 신경세포를 촉진·억제하기 위해 전기나 약물이 사용됐는데, 전기나 약물은 특정 세포 뿐 아니라 주변 세포에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쳐 정교성이 떨어졌다.


광유전학은 이같은 한계를 넘어 원하는 특정 세포만 선택적으로 제어하는 기술로, 어떤 세포가 행동과 기억, 감정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를 규명하는 길을 열었다.


쉽게 말해 세포에 빛을 비춰 세포를 껐다 켰다 하는 스위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서울성모병원 안과 김기현 교수는 "신경 세포 활동과 행동의 상관관계를 관찰하는 데서 나아가 광유전학은 특정 회로의 기능을 직접 시험할 수 있게 했다"며 "기억과 감정, 보상, 운동 등 복잡한 뇌기능을 연구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광유전학은 2002년 발표한 헤게만과 나겔이 빛에 미생물이 반응하는 원리를 밝힌 기초 연구에서 출발했다.






헤게만과 나겔은 빛을 향해 움직이는 '클라미도모나스'라는 단세포 녹조류에서 특정 파장의 빛을 받으면 통로가 열리는 단백질 '채널로돕신'(channelrhodopsin)을 발견했다.


채널로돕신이 청색광을 받으면 단백질 내부 통로가 열리고, 이 통로로 전하를 띤 이온이 세포 안으로 이동하며 전기적 신호를 만들었다.


특히 헤게만과 나겔은 채널로돕신을 다른 어떤 세포에 넣어도 그 세포가 빛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칼 다이서로스는 이러한 기초 연구 결과를 신경 세포에 적용해 광유전학을 본격적으로 발전시킨 광유전학의 창시자다.


다이서로스는 채널로돕신 유전자를 생쥐의 신경세포에 삽입한 뒤, 청색 빛을 비춰 신경 신호를 발생시키는 데 성공한 연구 결과를 2005년 발표했다.






그는 이어 2007년에는 살아 있는 생쥐의 뇌에서도 빛으로 특정 회로만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광유전학은 급속도로 발전하며 신경과학 분야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특히 파킨슨병, 간질, 수면장애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의 발생 기전을 연구하고 새로운 치료 표적과 신약 후보를 검증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준기 교수는 "의학자들은 광유전학 혁신 기술을 이용해 실험동물에서 특정 뇌 회로의 기능을 세포·분자 수준에서 이해할 뿐 아니라, 개발 중인 신약이 뇌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가설을 시험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초기 채널로돕신은 청색 빛에 반응했는데, 청색 빛은 조직에 깊숙하게 도달하기 어렵고 강한 빛은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쥐 실험에서는 광섬유를 삽입함으로써 이런 한계는 넘겼지만, 사람 뇌에 같은 방식을 쓰기는 어려웠다.


또한 미생물 유래 단백질을 세포 내로 전달하기 위해 바이러스 벡터(바이러스 형태의 운반체)로 전달해야 해서, 면역 반응과 발현 위치, 안전성 등 과제가 남았다.


이에 최근 연구자들은 단백질과 빛의 파장을 임상 조건에 맞게 다시 설계해 부작용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망막 시세포가 손상되는 유전성 질환인 망막색소변성 환자의 남아 있는 망막 신경 세포에 빛 감지 단백질을 넣는 치료 연구가 진행돼 일부 시각 기능의 회복이 보고됐다.


광수용체가 사라진 망막에서 손상된 시세포 대신 남아 있는 세포에 빛 감지 기능을 부여해 시각 신호를 다시 만들려는 전략이다.


미국 바이오기업 나노스코프 테라퓨틱스가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중증 시력 손실을 동반한 망막색소변성증 치료제 '모젠리'의 생물학적 제제 허가 신청을 접수했다.


모젠리는 광수용체가 소실된 뒤 남은 양극성 세포에 빛 감지 단백질을 넣는 치료로, 허가가 된다면 원인 유전자와 무관하게 쓸 수 있는 첫 치료 선택지가 될 전망이다.




202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한 칼 다이서로스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삼성서울병원 형수진 교수는 "광유전학은 뇌 작동 원리를 밝히는 표준 방법이 됐으며, 그 원리가 말기 실명처럼 기존 선택이 없던 환자에게 기능 회복의 단서를 주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며 "이번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으로 눈 이외에 다른 장기로의 적용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다이서로스 교수는 지난해 3월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선정하는 아산의학상 기초의학 부문을 수상해 국내에 방문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빛으로 특정세포를 자극해 직접적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고, 질병에 미치는 세포를 광유전학으로 밝혀내 신약 개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어느 세포에 무엇을 전달해야 뇌 질환 치료가 가능한지 연구가 진행될수록 광유전학 적용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shiny@yna.co.kr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5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연합뉴스 콘텐츠 더보기

해당 콘텐츠 제공사로 이동합니다.

많이 본 최근 기사

관심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