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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참여 밀어붙이는 트럼프…한미 온도 차에 협상 난항
1호 텍사스 가스발전·'큰 틀 합의' 원전 사업도 쟁점 남아

(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한국의 대미투자가 이달 초 양국의 프로젝트 공식 발표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지만 출발부터 암초를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투자 참여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다.
1호 프로젝트로 확정된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 양국이 큰 틀에서 합의를 미룬 미국 내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도 곳곳에 쟁점이 남아 있는 가운데 향후 협상 과정에서 갈등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못 박는 트럼프·선 긋는 한국…'알래스카 LNG' 협상 난항 우려
4일 정부당국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대미투자 프로젝트 중 하나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기로 서면 합의했다.
양국의 공동 팩트시트(설명자료) 영문본을 번역하면 "전략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른 상업적 합리성과 모든 국내법상 요건 충족을 조건으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작업에 착수(commence working on Alaska LNG project)"라고 명시돼 있다.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를 확정한 것이 아니며 추진 여부를 놓고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라는 것이 한국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한국이 500억달러 규모의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투자한다고 기정사실화했다. 이후 한국이 투자에 합의하지 않으면 두 배를 청구하겠다고 발언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무엇을 두 배로 청구할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투자금이나 관세 등을 의미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의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총 3천500억달러(조선 분야 1천500억달러·전략 투자 2천억달러)의 대미투자에 합의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그간의 협상과 합의를 무색하게 하는 말이다.

(세종=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6.10.1 utzza@yna.co.kr
산업통상부는 투자 규모는 물론 진행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프로젝트는 알래스카주 북부 원유·가스전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를 약 1천300㎞의 가스관을 통해 남부로 운송한 뒤 액화해 아시아 등 수요지로 나르는 사업이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가 들고 사업의 수익성 확보 여부도 불확실해 사업성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미국은 알래스카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 한국산 철강 등 기자재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고 향후 생산되는 LNG에 대한 한국의 우선 접근권 등을 보장하기로 했지만, 이것만으로 투자를 결정하기는 어렵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미국 측이 상업성을 높일 수 있는 조치들을 하기로 약속했다"며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 미국 측의 자료를 받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측은 사업 규모를 초기에 제시했던 67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대로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인허가 지연과 인력난 등 사업 진행의 걸림돌로 꼽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김 장관은 "이 프로젝트의 기준은 단 하나다. 상업적 합리성에 따라 판단하고 (합리성 확보가) 안 되면 추진하지 않는다"며 "이것이 미국과 한국이 합의한, 조인트 팩트시트에 나온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 측의 투자 압박이 점점 거세지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원전도 사업별 사업성 따져야…'1호 확정' 가스발전도 쟁점 남아
한미 양국은 대미투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천200억달러 규모의 대형원전 8기를 미국에 짓기 위해 포괄적 내용의 '원전 프레임워크'에 합의했지만, 이 프로젝트 역시 갈 길이 멀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사업들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원전 8기'를 하나로 묶는 것이 아니라 부지와 사업구조, 건설 일정 등 개별 원전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사업별로 상업적 합리성 검토와 국회 보고 절차를 거쳐 최종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전을 2기씩 건설하는 만큼 총 4개의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 이 같은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김 장관은 앞서 "구체적인 프로젝트에 따라 사업비 규모가 달라지고 상업적 합리성도 차이가 날 것 같다"며 "(미국 측에서) 프로젝트가 오면 '되겠다, 안 되겠다'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에 관한 문제도 남아 있다. 정부는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 국내 기업들과 함께 의결권이 포함된 5∼10% 수준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엔시날 발전소 건설 사업의 경우 전력공급계약(PPA) 수요처를 찾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한미 양국이 발전 기자재, 설계·시공 등 프로젝트의 전 분야에 걸쳐 역량 있는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우리 기업의 참여 범위도 관건이다.
정부는 한국 측에 벤더·공급업체와 프로젝트 매니저(PM) 추천권이 있지만, 미국의 선택을 강제할 규정은 없는 만큼 관련 협의를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양국의 대미투자 프로젝트 발표 후 "오늘의 발표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미투자가 단순한 자금 투자를 넘어 우리 기업의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대하고 양국의 산업 협력을 한 단계 더 높이며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bo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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