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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최근 해외의 한 공항에서 인도행 항공편을 기다리다 조금 낯선 광경을 마주했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승객이 유독 많았던 것이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공항 직원들은 줄지어 선 휠체어를 하나씩 밀어 탑승구 쪽으로 이동시키고 있었다.
궁금했다. 인도행 비행기에는 왜 이렇게 휠체어가 많을까.
찾아보니 기자만 가진 의문은 아니었다.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도 승객의 휠체어 탑승이 유독 많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최근 레딧에도 '인도로 가는 비행기에는 왜 항상 휠체어가 그렇게 많나요?'라는 글이 올라왔고 25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고령 승객이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부터 긴 줄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반응은 엇갈렸다.
흥미로운 것은 인도 언론도 비슷한 의문을 제기한다는 점이다.
지난 9월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인도행 항공편의 휠체어 이용 문제를 다루며 일부 승객이 긴 줄을 피하거나 먼 게이트를 편하게 이동하고, 복잡한 공항을 직원 안내를 받아 통과하기 위해 휠체어를 신청한다는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전했다.
기사 제목도 꽤 직설적이었다.
'도움이 필요한 것인가, 특권의식의 문제인가'라는 취지였다.

뱅골지역의 한 공항 [EPA=연합뉴스]
물론 휠체어 이용자를 겉모습만 보고 '멀쩡한데 왜 타느냐'고 판단할 수는 없다.
평소에는 걸을 수 있어도 긴 거리를 이동하기 힘든 노인이나 관절·심혈관 질환자가 적지 않다.
미국과 유럽에 사는 자녀를 찾아 장거리 비행을 하는 인도인 부모 세대가 많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유독 인도인 승객들의 숫자가 타국에 비해 많다는 데 있다.
그러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휠체어 서비스를 신청하면 공항 직원이 승객과 함께 이동하고 보안 검색이나 출입국 심사, 탑승 과정에서도 지원받을 수 있다.
별도의 의학적 증빙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필수적인 제도지만, 누군가에게는 공항에서 줄을 덜 서고 편하게 이동하는 방법으로 보일 수 있다.
인도 사회에서 오랫동안 지적돼 온 'VIP 문화'와 연결해 바라보는 시각도 그래서 나온다.
인도 언론에서는 정치인이나 유명인, 기업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일정한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일반인과 다른 대우를 기대하는 관행을 'VIP 문화' 또는 '특권의식'이라는 말로 비판해왔다.
카스트와 경제적 계층이 오늘날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지위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데 익숙한 사회문화가 일부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많을수록 진짜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4년 뉴욕발 뭄바이행 에어인디아 항공편에서는 휠체어 요청이 32건 들어왔지만, 도착 당시 준비된 휠체어는 15대에 불과했다.
휠체어를 기다리던 한 고령 승객은 결국 걸어서 이동하다 쓰러져 숨졌다.
이후 인도 당국은 관련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에어인디아에 벌금을 부과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휠체어를 요청한다고 일일이 진단서를 요구할 수도 없어 결국 이용자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악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이나 고령 승객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인도행 항공기 앞의 휠체어 행렬 [SNS 캡처]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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