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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은 가짜처럼 들려"…연방정부 공식 용어까지 변경
AI 부정여론 돌파·중국과 기술패권 경쟁 포석

(서울=연합뉴스) 권하영 기자 = '인공지능(AI)' 대신 '슈퍼 인텔리전스(SI)'.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공식 문서와 대외 소통에서 AI를 대신해 SI라는 용어를 쓰도록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미국에서 때아닌 '용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존 AI의 법적 정의를 당장 바꾼 것은 아니지만, 미국 행정부가 기술의 명칭부터 새롭게 규정하면서 AI를 둘러싼 부정적 여론에 대응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개발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 'AI'에서 'SI'로…미 행정부가 용어를 바꾼 이유
SI는 원래 AI 업계에서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수준의 지능을 구현하고,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고도화된 AI를 지칭하는 기술적 개념으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미국 정부의 공식 용어로 끌어오면서 기존 기술적 개념과는 다른 범위에서 SI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은 AI 통제를 위한 국제적 책략을 완전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공'이라는 표현보다 '슈퍼'가 기술의 본질을 더 정확하게 보여준다며 "인공이란 말에는 가짜 같은 느낌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같은 달 29일에는 '슈퍼 인텔리전스 시대의 개막'이라는 제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연방 부처와 기관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공식 서신과 대외 소통, 웹사이트, 보고서, 정책 문서 등에서 '인공지능'과 'AI' 대신 '슈퍼 인텔리전스'와 'SI'를 사용하게 됐다.
다만 이번 조치가 미국 법률상 AI의 정의 자체를 당장 바꾼 것은 아니다.
행정명령은 SI를 미국 연방법전에 규정된 기존 AI의 정의에 해당하는 기술과 시스템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대통령 과학기술보좌관에게 60일 안에 연방 차원의 새로운 SI 정의를 담은 입법안을 제출하도록 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왼쪽부터), 샘 올트먼 오픈AI CEO,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AFP·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커지는 AI 거부감 속 '이름 바꾸기'…여론은 혼란
용어 변경의 배경으로는 AI를 둘러싼 미국 내 부정적 인식과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려는 행정부의 전략이 함께 거론된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가격 상승과 일자리 감소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기술 발전 자체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미국 퀴니피액 대학교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6%가 AI 개발이 늦어지더라도 독립적인 안전 기준을 마련하는 데 찬성했다.
같은 조사에서 72%는 자신이 사는 지역에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데 반대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공'이라는 단어에 "가짜 같은 느낌이 있다"고 표현한 것도 AI에 덧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떼어내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기존 AI라는 명칭 대신 보다 진보적인 이미지를 주는 SI를 전면에 내세워 기술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는 셈이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기술 개발에 대한 속도 조절론과는 정반대 방향을 향한다.
그는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은 중국은 물론 모두를 앞서 있고 이 우위를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며 "누가 SI에서 이기든 승자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개발을 통제하기 위한 국제적 규제 움직임에는 거리를 두면서 미국의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개발 경쟁에서 앞서 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행정명령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명칭 변경에 그치지 않는다.
업계 일각에서는 실제 기술이나 위험 요소가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름만 바꾸는 것으로는 고도화된 AI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AI 개발 속도를 늦추거나 안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미국이 규제보다는 기술 우위 확보에 무게를 두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학계에서는 용어 자체가 불러올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미 '슈퍼 인텔리전스'가 인간의 능력을 광범위하게 넘어서는 고도화된 지능을 가리키는 기술적 개념으로 사용돼 왔는데, 미국 정부가 현재의 AI 기술 전반을 SI로 부르기 시작하면 두 가지 의미가 뒤섞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 행정부는 현재 개발되는 기술이 과거 '인공적(Artificial)' 지능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했다는 입장이다.
행정부는 SI라는 명칭을 통해 기술이 가져올 새로운 기회와 잠재력을 강조하고, 국가 차원에서 산업 육성과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정책 방향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업스테이지 미디어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2026.6.16 ryousanta@yna.co.kr
◇ 국내서도 등장한 'SI²'…같은 약어, 다른 맥락
국내에서도 AI 개발 속도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비슷한 용어가 등장했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최근 국가AI전략위원회 행사에서 빠른 기술 추격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SI²'라는 개념을 언급했다.
그는 "AI는 초지능(Super Intelligence·SI)을 넘어 스스로 진화하는 AI(Self-Improving Super Intelligence·SI²)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며 국내 속도 조절은 글로벌 빅테크와의 기술 격차를 고착화하고 종속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두 용어 모두 AI 기술의 고도화와 개발 속도 조절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미국의 SI가 기존 AI를 대체하는 정부 공식 용어를 둘러싼 정치·정책적 논쟁이라면, SI²는 국내 AI 업계에서 제시한 기술 전략 개념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kwonh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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