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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반응하는 '분자 스위치' 반세기 수수께끼 풀었다

입력 2026-10-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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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IBS, 초고속 X선으로 아조벤젠의 구조 변화 추적


"분자 중심부가 자전거 페달처럼 맞물려 움직여"




연구이미지(AI 생성)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빛을 받으면 모양이 바뀌는 대표적인 분자 스위치가 '아조벤젠'이다. 이 분자가 찰나에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50년 가까이 수수께끼였다.


국내 연구진이 분자 중심부가 자전거 페달처럼 맞물려 움직이며 모양을 바꾼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따르면 화학과 이효철 교수 연구팀이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 반응동역학 연구단과 함께 빛에 반응하는 분자인 아조벤젠의 구조 변화 과정을 규명했다.


아조벤젠에는 두 개의 벤젠 고리가 가운데 질소 원자 두 개로 이뤄진 연결부에 붙어 있다.


빛을 받으면 두 고리가 연결부의 서로 반대쪽에 놓인 형태에서 같은 쪽에 놓인 형태로 바뀔 수 있다. 원자는 그대로인데 놓인 자리만 달라지는 것이다.


이 성질을 이용해 약물 활성을 빛으로 조절하거나, 빛에 반응하는 소재와 분자 기계를 만드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분자의 바뀌기 전과 후 모습을 아는 것만으로는 그사이에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 수 없었다. 두 고리가 크게 돌아가는지, 가운데 연결부가 펴지는지, 여러 부분이 함께 비틀리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움직이는 도중의 구조가 너무 빨리 사라져 확인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포항가속기연구소의 엑스(X)선 자유전자레이저를 이용해 이 순간을 추적했다.


메탄올 용액에 녹인 아조벤젠에 레이저를 쏘아 반응을 일으킨 뒤 초고속 X선으로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를 측정한 것이다.


관건은 주변 용액의 강한 신호에서 아조벤젠의 미세한 신호를 찾아내는 일이었다. 연구팀은 시끄러운 곳에서 작은 목소리를 가려내듯 분자의 신호를 분리했다. 이어 순간마다 얻은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움직임을 영상으로 재구성했다.


그 결과, 아조벤젠은 양쪽의 큰 벤젠 고리를 한꺼번에 크게 돌리지 않았다. 먼저 탄소와 질소가 이어진 부분이 비틀어지고, 이어 가운데 질소 연결부의 양쪽이 자전거 페달처럼 서로 맞물려 움직이며 전체 모양을 바꿨다.


이 발견은 주변 액체가 끈적해져도 반응 속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양쪽의 큰 고리를 돌려야 한다면 좁은 공간에서 큰 가구의 방향을 바꾸듯 주변 액체를 많이 밀어내야 한다. 중심부가 주로 움직이면 그럴 필요가 줄어든다.


이효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아조벤젠이 빛을 받은 뒤 어떤 경로로 모양을 바꾸는지 밝힌 성과"라며 "빠르게 반응하는 유기분자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방법을 발전시켜 다양한 광반응 분자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9월 30일(영국 현지 시각) 온라인 게재됐다.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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