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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조선·방산 현장서 로봇·설비 제어 기술 실증
정부 5년간 1조4천131억원 투입…기업 협력 확대

[연합 AI 플랫폼 생성 이미지]
(서울=연합뉴스) 권하영 기자 = 글로벌 인공지능(AI) 평가기관이 한국을 AI 경쟁의 '확고한 3위'로 공인한 가운데 이제 한국의 시선은 다음 전장으로 향하고 있다.
AI 경쟁의 무대가 디지털 공간을 넘어 현실 세계로 이동하면서 반도체와 조선, 방산 등 탄탄한 제조업 기반이 피지컬 AI 시대의 새로운 경쟁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 AI 3위 한국, 다음 과제는 '현실 세계'
최근 글로벌 AI 평가 전문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는 한국을 미국과 중국에 이어 글로벌 AI 경쟁 '명확한 3위'(clear #3)로 평가하고 이를 기념하는 인증서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전달했다.
AI 모델 기술 경쟁력을 입증받은 한국의 다음 과제는 이 역량을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이해하고 생성하는 AI를 넘어,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로봇과 설비의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피지컬 AI가 새로운 기술 경쟁의 전선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이 흐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철강, 배터리, 방산 등 피지컬 AI를 실제로 적용하고 검증할 수 있는 산업 현장을 두루 갖추고 있어서다.
국내 AI 업계 관계자는 "AI와 제조 결합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텍스트나 이미지를 다루는 AI는 데이터만 있으면 어디서든 학습할 수 있지만, 피지컬 AI는 실제 공장의 소음과 진동,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습득해야 제대로 학습되는데, 한국의 제조 현장은 그 자체가 AI 훈련장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22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피지컬 AI 지역거점 발전포럼'에 앞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피지컬 AI 체험존을 둘러보고 있다. 2026.9.22 pdj6635@yna.co.kr
◇ 정부, 피지컬 AI에 1조4천여억원 투입…제조 현장서 실증
정부는 이 기회를 국가 차원의 전략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피지컬 AI를 반도체, AI 데이터센터와 함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지정한 것이다.
지난 7월 발표한 '피지컬 AI 핵심 경쟁력 확보 전략'에서는 데이터·기술·확산·생태계를 4대 축으로 설정했다. 데이터 확보와 핵심 기술 개발부터 현장 실증과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방향이다.
산업 현장의 실제 데이터와 합성데이터를 확보하고, 월드모델과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 등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이를 로봇·센서·AI 반도체 등 하드웨어와 연결하는 풀스택 경쟁력 확보가 핵심이다.
제조업의 AI 전환도 이 전략의 주요 무대다.
산업통상부는 제조업 AI 전환을 뜻하는 'M.AX(Manufacturing AI Transformation)'를 추진하며 AI 팩토리와 AI 로봇, AI 반도체 등 제조 전반에 AI를 적용하는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2030년까지 AI 팩토리 500개 구축을 목표로 고품질 제조 데이터 수집과 AI 모델 개발·실증을 지원하고, AI 적용 범위를 생산공정에서 생산계획과 공급망·재고관리 등 전방위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대규모 국책사업도 본격 가동됐다.
정부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1조4천131억원을 투입해 전북에서는 공장 자율운영 기술을, 경남에서는 제조 공정의 정밀 제어 기술을 개발하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실증한다. 지역의 주력 산업을 피지컬 AI 개발과 실증의 기반으로 직접 활용하는 구조다.

(서울=연합뉴스) 이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이 16일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경상남도 피지컬AI R&D사업 착수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9.16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기업 협력 확대…조선 용접부터 국방 시뮬레이터까지
정부의 전략과 맞물려 기업들도 각 산업 현장과 AI 기술을 연결하는 시도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NC[036570] AI는 전북·경남 국책사업에 동시에 참여하며 철강과 조선, 국방 등 다양한 산업 현장으로 피지컬 AI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전북에서는 공장 설비와 작업 공간을 3D 가상환경에 구현하고 AI 학습 데이터를 생성해 설비와 로봇이 공장 전체 상황을 자율적으로 인식하고 대응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경남에서는 월드모델과 대규모 행동모델(LAM)을 기반으로 센서와 비전 데이터를 활용해 현장 상황을 예측하고 설비와 로봇의 행동을 제어하는 정밀 제어 기술을 구현해 조선 용접과 반도체 후공정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포스코DX와는 산업 현장에 적용할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공동 개발 중이다. 로봇이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언어 지시를 이해한 뒤 실제 행동으로 이어가도록 시각·언어·행동을 통합하는 VLA 모델 개발이 핵심이다.
한화오션과는 조선 현장의 용접 작업에 특화한 피지컬 AI 기술을, 현대로템과는 다양한 전장 상황을 가상환경에서 학습하고 검증할 수 있는 피지컬 AI 통합 시뮬레이터와 로봇 기술을 각각 개발하고 있다.
NC AI 관계자는 "피지컬 AI가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AI 기술만이 아니라 이를 구현하고 실증할 공정과 설비, 로봇 등 물리적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정부의 국가 전략과 기업의 기술 개발, 산업 현장의 실증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맞물리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kwonh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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