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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구팀 "44억년 전까지는 잦은 천체 충돌로 전 지구적 멸균 사건 이어져"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지구에 생명이 등장하기 전 유전정보를 저장, 복제하는 RNA 중심의 'RNA 세계'가 존재했다면, 그에 필요한 화학반응이 지속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 갖춰진 때가 약 43억3천만년 전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볼 수 있는 이런 열수 분출구는 생명체가 생존 번성할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화학 실험실과 같기 때문에 생명 기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런 환경에서 초기 지구에서 생명의 구성 요소가 형성되고 결합된 것으로 추정된다. [K. Ebert, geoastronomy.org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행성과학연구소(PSI) 올레그 아브라모프 박사팀은 23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서 지구 형성 초기인 45억년 전부터 35억년 전까지 충돌이 지각의 온도에 미친 영향을 3차원 수치모델로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지구 표면과 얕은 지각의 일부가 생명의 구성 요소가 지속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냉각된 시점에 대한 시간대를 제시한다며 지구 초기 생물학적 역사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구에서 생명체가 출현해 진화한 과정을 밝혀내는 것은 과학이 규명해야 할 최대 수수께끼 중 하나다. DNA가 생명 활동의 중심이 되기 전 RNA 분자가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스스로 복제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시기를 'RNA 세계'라고 한다.
그러나 어린 지구는 소행성과 행성 형성 과정에서 남은 다른 천체 물질의 계속되는 충돌로 가열됐고 이로 인해 생명 출현 이전의 화학반응, 즉 전 생물학적 화학이 장기간 지속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DNA 중심의 생명체가 출현하기 전 RNA 세계가 발달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지구에 언제 형성됐는지를 밝히려는 시도가 계속돼 왔지만 지금까지 명확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충돌에 따른 지각의 열 변화와 생체분자의 열적 안정성을 함께 분석해 RNA 세계가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시기를 추정하기 위해 45억년 전부터 35억년 전 사이 충돌로 인한 열 효과를 3차원 컴퓨터 모델을 사용해 모의 실험했다.
이 모델은 RNA와 펩타이드, 지질, 뉴클레오타이드 등 생명과 관련된 다른 분자들의 열적 안정성 한계와 함께 지각 상부의 온도를 추적했다.
생명이 실제로 언제 탄생했는지를 직접 찾는 것이 아니라, 생명 출현에 필요한 분자들이 파괴되지 않고 오래 유지될 수 있는 '생물 적합성' 환경이 언제 만들어졌는지에 주목한 것이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볼 수 있는 이런 열수 분출구는 생명체가 생존 번성할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화학 실험실과 같기 때문에 생명 기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런 환경에서 초기 지구에서 생명의 구성 요소가 형성되고 결합된 것으로 추정된다. [K. Ebert, geoastronomy.org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모의실험 결과 달을 만든 약 45억1천만년 전 거대 충돌 이후에도 지구에 큰 천체 충돌이 이어지면서 바다를 증발시키고, 수증기 대기를 만들고, 뜨겁게 녹은 암석과 충돌 잔해가 지표를 뒤덮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충돌에 따른 빈번한 전 지구적 멸균 사건이 약 44억년 전까지 지속돼 그 이전에는 생명 구성 요소들이 유지되거나 전 생물학적 화학반응이 장기간 이어지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 충돌 빈도가 줄면서 생체분자가 보존될 수 있는 온도 범위의 지각 부피가 계속 증가했고, 약 43억년 전에는 지표에서 가까운 지하 300m 영역의 90% 이상이 110℃ 미만의 생물 적합성 조건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특히 43억3천만년 전에는 지각의 열적 상태가 충돌에 의해 좌우되는 단계에서 지열에 의해 주로 결정되는 단계로 넘어가는 전환점이 나타났다며 이 시기를 RNA 세계가 출현하기에 가장 유리한 '최적 시점'으로 제시했다.
이는 현재 지구 생명체의 마지막 보편적 공통 조상(LUCA)이 출현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40억9천만~43억3천만년 전)의 평균값인 약 42억년 전보다 평균 1억3천만년 앞서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가 RNA 세계나 최초의 생명체가 실제로 43억3천만년 전에 등장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환경 조건이 유리해진 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초기 생명체의 진화가 진행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의 핵심은 특정 생명 기원 경로를 입증한 게 아니라, 약 44억년 이후 초기 지구에 생명 관련 화학반응이 지속될 수 있는 비교적 온화한 표면·얕은 지각 환경이 형성됐다는 점을 시간 축으로 제시한 데 있다고 덧붙였다.
◆ 출처 : Nature Communications, Oleg Abramov et al., 'A Hadean timeline for the emergence of the RNA World',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6-76978-3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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