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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사이언스] K바이오, 해외신약 '선점 경쟁'…1조원 베팅도

입력 2026-09-12 10: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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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LG화학·중외제약, 후보물질 개발·상업화 권리 확보


비용 들지만 자체 개발보다 제품 출시 빨라…임상 경험 등도 장점




'오파칼림' 도입 발표하는 SK바이오팜

[SK바이오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세계적으로 치열한 신약 개발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국내 제약기업이 외국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른바 '라이선스 인'으로 불리는 이들 사례의 배경에는 해외 제약사 완제품을 단순히 공동 판매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성공 가능성이 있는 후보물질의 상업화 권리를 선점해 안정적 성장 기반을 구축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SK는 뇌전증약 LG는 항암제…전세계 판권 확보 승부수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를 보유한 SK바이오팜[326030]은 지난달 미국 기업 바이오헤이븐으로부터 또 다른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오파칼림'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오파칼림은 선택적 칼륨 채널 활성제로, 성인 부분발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3상이 진행되고 있다. 2028년 두 번째 임상 결과 발표에 이어 이르면 2029년 미국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SK바이오팜이 오파칼림의 전세계 독점 개발과 상업화 권리 확보를 위해 투자하게 될 금액은 최대 7억9천500만 달러(약 1조원)에 이른다. 선급금은 4억 달러(약 5천300억원)이며, 나머지는 개발·허가 진행 상황에 따라 지급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오파칼림의 비임상 연구에서 나타난 독성 문제를 이유로 이 물질의 임상 부분 중단을 바이오헤이븐에 통보했지만, SK바이오팜은 오파칼림을 도입한다는 기존 판단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전날 "바이오헤이븐이 내달 초까지 FDA에 자료를 제출하면 10∼11월에는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직은 거래 종결 전 단계로 문제 해결 이후 비용을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물질 특허가 2032년 종료되는 세노바메이트와 신약 오파칼림을 통해 다양한 뇌전증 치료 선택지를 제공할 방침이다.


LG화학[051910]은 올해 4월 미국 프런티어 메디신즈와 계약을 통해 항암 신약 후보물질의 독점 개발과 상업화 권리를 얻었다. 대상 지역은 중국과 홍콩, 대만을 제외한 세계 전 지역이다.


'LG00313112'로 명명된 이 물질은 암 환자의 1∼3%에서 확인되는 것으로 알려진 'TP53 Y220C' 변이를 공략한다.


LG화학은 FDA로부터 이 물질의 임상 1/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아 개발을 추진 중이다.


LG화학의 항암 신약 후보물질 도입에는 신장암 치료제를 보유한 미국 바이오 기업 '아베오 파마슈티컬스' 인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LG화학은 2022년 5억6천600만 달러(약 7천500억원)를 투자해 아베오를 품에 안았고, 이를 통해 미국 내 항암제 직판망을 갖추게 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팜과 LG화학은 미국에서 각각 뇌전증 치료제와 항암제 사업을 하고 있다"며 "투자를 통해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강점을 살리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JW중외제약 사옥

[JW중외제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국내 개발 권리만 가져오는 사례도…도입 지역 다변화


외국에서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의 국내 사업화 권리만 가져오는 기업도 적지 않다.


JW중외제약은 올해 상반기 중국 간앤리 파마슈티컬스와 계약을 통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 신약 후보물질 '보팡글루타이드'를 도입했다.


보팡글루타이드는 2주에 1회 투여하는 피하주사 제형이다. 기존 GLP-1 계열 치료제는 대부분 매주 투여한다.


JW중외제약은 이 물질의 비만, 당뇨병 임상 3상 시험계획을 각각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고 2029년까지 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JW중외제약은 2000년대부터 개발 단계에 있는 해외 신약 후보물질을 연이어 도입해 국내 판권을 확보했고, 고지혈증 치료제 '리바로' 계열 제품 등이 매출 증대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근당[185750]도 지난달 미국 키오라 파마슈티컬스와 망막질환 신약 후보물질 'KIO-301'의 국내 개발과 상업화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물질은 시력 저하나 소실을 유발하는 희귀 유전성 망막질환인 망막색소변성증 치료를 위해 개발되고 있다. 망막색소변성증은 빛을 감지하는 광수용체가 퇴행하면서 시야가 좁아지고 시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상위 제약사들이 신약 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아직 속도가 더디고 블록버스터라고 할 만한 제품도 많지 않다"며 "라이선스 인은 제약사가 매출을 늘리는 방법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판권 확보에 한정하더라도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하면 임상 설계 등에서 경험을 축적할 수 있고 이익률도 공동 판매보다 높다"며 "과거에는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후보물질을 많이 도입했지만, 최근에는 신약 개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중국 업체와 계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신약을 처음부터 만들려면 많은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잘하는 분야에서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하거나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것은 시대적 조류이고 나쁘지 않은 선택지"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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