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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조건 변동 객관적으로 예상되면 교섭 대상" 지침에 노사 갈등 예견돼
노동계 "총정원·총고용 보장하고 노동조건 상향 평준화하라"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공공기관 기능개혁, 지방이전 밀실추진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6.9.3 hama@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노동조합이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한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2차 행정·공공기관 이전도 노사 간 갈등에 난항을 겪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노동조합법상 노조가 노동쟁의에 나설 수 있는 사안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으로 확대되면서 직원 정주 여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공공기관 이전도 노사 쟁의의 영향권에 들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노동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인력 배치 전환이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교섭·파업의 대상인가'라는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 질의에 "근로조건의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는 노동부가 지난 3일 구체화해 발표한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 지침'에 담긴 내용과 같다.
공장 신설·이전, 사업 매각·인수 등 경영상 결정 자체만으로는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지만, 배치전환 등의 인력 운영 계획이 수립 중이거나 결정된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공공기관 이전에 대입하면 '공공기관 이전·감축 계획을 발표'만 한 상황에선 공공기관이 노조와 교섭할 의무가 없지만, 앞으로 인원을 어느 곳으로 얼마나 옮길 것인지가 구체적으로 공지되면 의무 교섭 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공공기관 이전은 상당수 직원의 정주 여건을 옮기는 게 핵심이기에 결국은 교섭 대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부가 이 시행 지침을 만든 것은 앞서 삼성전자 노조가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를 내년 노사 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주장한 것이 계기가 됐지만,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서도 변수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속전속결로 도입된 노란봉투법이 정부 주요 정책과도 충돌하는 양상을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김 의원은 "현행 노동조합법대로라면 정부가 어떤 지침을 내놔도 이전되는 공공기관은 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한성숙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법무부-성평등가족부 등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9.3 jeong@yna.co.kr
이와 관련해 노동부는 사업장 이전에 따른 영향에 대해서는 노사가 쟁의행위로 증폭하지 않도록 충분히 대화하고 협의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노동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사업장의 원격지 이전에 따른 배치전환은 근무 장소 등 근로조건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거, 가족생활, 육아 등 노동자의 정주 여건과 삶의 기반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노사가 충분히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노사가 충분한 소통을 통해 배치전환에 대한 기준과 지원방안 등을 협의해 나감으로써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대화와 협력을 통해 현장의 갈등을 해소하고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개정 노동조합법의 입법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업장 이전을 둘러싼 교섭의 범위를 명확히 정하지 않은 채 노사의 자율적인 협의에 맡기는 것만으로는 혼란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원 감축을 목적으로 하는 구조조정은 노동자의 일자리 자체에 영향을 주지만, 사업장 이전이나 신설은 수평적 변동이기에 교섭 의제에서는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노동자가 사업장 이전·신설에 끝까지 반대하면 결국 경영상의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경영상 결정 자체는 교섭 의제가 되지 않는다'는 전제와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공공기관 이전·감축 발표가 노동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통폐합 과정에서 고용불안과 청년 일자리 축소, 노동조건 악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총정원과 총고용을 보장하고 노동조건의 상향 평준화를 위한 예산 지원과 총인건비 조정 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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