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한·중앙아를 잇다]⑤ 산업전환 시험대 선 카자흐, '광물·신도시' 기회와 과제

입력 2026-09-02 09:01:02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희소금속센터로 소재산업 도전…한국엔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 기반


K-고속도로 건설부터 운영까지…'알라타우 시티'엔 스마트도시·AI 구상

정상회의 후 민간투자·상업화 연결 관건




차단봉 없이 달린다…스마트 요금징수 적용한 BAKAD

(알마티=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6월 25일 카자흐스탄 알마티 외곽의 66㎞ 길이 '알마티 순환 고속도로'(BAKAD) 위로 차들이 달리고 있다. 한국 기업과 공기업이 건설에 참여한 BAKAD는 2023년 개통했으며 한국도로공사 등이 운영·유지관리에도 참여하고 있다. 2026.9.2 raphael@yna.co.kr


(아스타나·알마티[카자흐스탄]=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6월 말 카자흐스탄 경제중심지 알마티 도심을 빠져나온 차들이 외곽을 감싸는 66㎞ 길이의 '알마티 순환 고속도로'(BAKAD) 위로 쉴 새 없이 흘러들었다.


차들은 차단봉 없이 번호판을 인식하는 스마트 요금징수 구간을 지나 도심을 우회했다. 한국 기업이 건설에 참여한 이 도로에서는 한국도로공사 등이 개통 이후 운영·유지관리까지 맡고 있다.


도로를 따라 시선을 옮기면 풍경은 다시 달라진다. 인근에서는 스마트시티와 첨단산업, 연구·교육 기능을 한데 모으는 대규모 혁신 신도시 '알라타우 시티'가 새로운 경제 거점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알마티에서는 한국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자금 198억원을 활용해 카자흐스탄의 희소금속을 고부가가치 소재로 바꾸기 위한 '희소금속 기술협력센터' 구축도 본격화한다.


수도 아스타나에서 만난 현지 정부 관계자들은 공통으로 석유·가스와 우라늄, 각종 광물을 캐서 수출하는 데 머물지 않고 자국에서 가공하고 생산하며 첨단산업을 키우는 경제로 가치사슬을 확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달 중순 서울에서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과 카자흐스탄 간 협력이 핵심광물에서 도시개발, 인공지능(AI)·의료·금융 등 분야로 넓어지고 있다.


이미 운영 단계에 들어선 BAKAD가 있지만 희소금속센터와 알라타우 시티처럼 성과를 만들어 나가야 할 프로젝트도 있다. 계획과 기술협력을 실제 생산·투자·장기계약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양국 협력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알마티 순환 고속도로 실시간 살피는 관제센터

(알마티=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6월 25일 '알마티 순환 고속도로'(BAKAD) 카자흐스탄 현지 운영유지관리 법인 '바르' 관제센터에서 직원들이 대형 모니터를 통해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등은 지능형교통체계(ITS)를 활용해 교통 상황과 도로 안전 등을 관리하며 현지 운영·유지관리에 참여하고 있다. 2026.9.2 raphael@yna.co.kr


◇ 한-카 협력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가치사슬 확대 주목


양국 간 가장 직접적인 산업협력 분야는 핵심광물이다. 알마티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ODA를 통해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 198억원 규모의 희소금속 산업 고도화 사업이 추진된다.


카자흐스탄 과학고등교육부가 수원기관으로 참여하고 현지 광물처리연구소(IMOB)를 중심으로 파일럿 인프라와 기자재를 구축한다.


대상은 타이타늄(Ti)·지르코늄(Zr)·하프늄(Hf)·네오디뮴(Nd)·프라세오디뮴(Pr)·사마륨(Sm) 등 희토류, 몰리브덴(Mo)·텅스텐(W) 등이다.


목표는 땅에서 캔 광물을 그대로 내보내는 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것이다. 현지에서 산업용 소재를 시생산하고 친환경 정·제련과 고부가가치화, 초고순도 소재 제조 기술을 갖춘 연구인력을 키운다.


또 2030년까지 순도 99.99%인 4N급 금속 5종과 100㎛ 이하 분말 제품 2종의 시생산을 추진한다.


한국에는 첨단산업 핵심광물의 공급망을 다변화할 기반이 되고, 카자흐스탄에는 원료 수출에서 정제·소재산업으로 가치사슬을 넓힐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자흐스탄 산업건설부 관계자는 "광물 협력이 전통적인 원료 공급에서 생산협력과 기술 교류, 더 높은 부가가치 제품 생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자국 내 원료 가공과 신규 생산시설 구축 등을 통한 한국과의 장기 협력에 기대를 나타냈다.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 도심 가르는 LRT

(아스타나=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6월 23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 도심에 건설된 경전철(LRT) 시설 사이로 열차가 이동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수도 아스타나와 경제중심지 알마티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교통·디지털 등 도시 인프라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2026.9.2 raphael@yna.co.kr


◇ 카자흐, 광물산업 투자 기반 확대…"연구·기술 지원 넘어야"


카자흐스탄은 광물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금융·제도 기반도 확대하고 있다.


산업건설부에 따르면 카자흐스탄개발은행(DBK)은 2025∼2030년 희소·희토류·핵심광물의 채굴·가공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10억 달러(약 1조4천억원) 규모의 금융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희토류뿐만 아니라 리튬·코발트·텅스텐·게르마늄·갈륨·흑연 등이 대상이며, 차입자는 국제 기준(JORC)에 따른 매장량 확인을 거쳐야 한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18개 경제특구를 운영하고, 광업권 관련 디지털 플랫폼도 운영하고 있다.


다만 파일럿센터에서 시제품을 만드는 것과 기업이 이를 상업 생산해 장기간 구매하는 것은 다른 단계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한국의 중앙아 핵심광물 협력이 연구·기술지원에 머물지 않고 향후 민간기업 투자와 장기 구매계약, 실제 공급물량 확보까지 연결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광물산업은 탐사·개발 초기부터 상당한 자본과 위험이 뒤따르는 대신 성공하면 장기적인 사업 참여와 공급권을 확보할 수 있어 주요국 간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과 카자흐스탄 국영 광업회사 타우켄삼룩도 2024년 체결한 업무협약(MOU)을 토대로 협력하고 있다.


산업건설부 관계자는 "양국 전문가들이 지질정보를 평가·분석해 사업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찾고 있다"며 "후속 단계는 경제·기술성 평가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희소금속센터 역시 시생산에서 기업 참여와 상업 생산, 실제 공급망으로 이어지는지가 장기적인 성과를 판단할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자흐스탄 의료시장서 현지화 나선 오픈헬스케어

(알마티=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6월 24일 글로벌 헬스케어 전문기업인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오픈헬스케어에서 김대영 카자흐스탄 법인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와 민희석 코리안 메디컬 센터 알마티 대표원장(왼쪽에서 두 번째) 등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9.2 raphael@yna.co.kr


◇ 도로 위서 시작된 한국형 사업 모델…의료 분야서도 눈길


희소금속이 미래의 공급망을 준비하는 사업이라면 BAKAD는 이미 현장에서 작동하는 한국과 카자흐스탄 간 성공적인 협력 사례다.


BAKAD는 SK에코플랜트와 한국도로공사 등이 참여한 민관협력사업(PPP)으로 2023년 개통했다. 도로에는 스마트 요금징수와 지능형교통체계(ITS), 번호판 자동 인식 등이 적용됐다.


한국은 도로를 건설해 넘겨주는 데 그치지 않고 개통 이후에도 장기간 운영·유지관리에 참여한다. 제설과 포장 보수, 교통안전, 사고 대응, 통행료 징수 등을 현지 인력과 함께 담당한다.


현지 운영유지관리 법인 '바르'의 손병문 법인장은 "카자흐스탄에는 외국의 건설기술과 함께 운영 경험을 축적하는 모델이고, 한국에는 해외에서 장기 운영 실적을 쌓는 사업"이라며 "향후 신도시와 산업시설에도 참고할 만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현지 운영 모델은 의료 산업에서도 엿보인다. 알마티의 오픈헬스케어는 직원 약 170명 가운데 대부분을 현지 인력으로 구성하고 한국 의료진·주요 병원과 현지 의료진을 연결한다.


한국 의료진을 계속 파견하는 방식보다 현지 의료진을 교육하고 한국의 검진·진료 시스템을 현지에 정착하는 것을 장기적인 방향으로 보고 있다.


도로와 의료라는 각기 다른 분야이지만 기술을 들여오는 데서 끝나지 않고 현지에서 이를 운영할 사람과 시스템을 함께 만든다는 점에서는 맞닿아 있다.




개발 진행되는 카자흐스탄 알라타우 시티 내 '게이트 시티'

(알마티=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6월 20일 카자흐스탄 알마티 인근 알라타우 시티의 '게이트 시티' 일대 모습. 카자흐스탄 정부는 알라타우 시티에 주거·상업시설과 첨단산업, 연구·교육, 스마트 인프라 등을 집적한 새로운 경제 거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2026.9.2 raphael@yna.co.kr


◇ 알라타우 시티, 기반 시설·금융 중요성…한국 문화·산업 융합 단지 'K-파크'도 조성


알마티 인근에 조성될 알라타우 시티는 카자흐스탄 산업 전환 구상의 규모를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BAKAD를 지나 알라타우 시티로 향하면 현재에서 미래로 방향이 바뀐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스마트시티와 주거·상업시설, 첨단산업과 연구·교육, 미래교통 기능을 한곳에 모으는 대형 신도시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판교·송도 등 한국의 도시개발 경험도 참고하고 있다.


한국 기관·기업과 스마트 인프라를 비롯해 도심항공교통(UAM)·드론 등 미래교통 분야 협력이 논의돼 왔고, 한국의 과학기술 교육 모델을 활용한 카이스트(KAIST) 형 인재 양성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알라타우 시티 개발구역 내 일부 사업에 참여하는 카스피안그룹 등 고려인 기업가들도 한국 기업·기관과 현지를 연결하는 민간 가교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채유리 카스피안그룹 회장은 카자흐스탄의 국토·자원·입지에 한국의 기술과 도시개발·교육 경험을 결합할 수 있다고 보고 관련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채 회장이 한국 기업을 만나며 강조하는 단어는 '신뢰'다.


그는 "과거 대형 개발사업 추진 경험을 고려하면 투자자에게는 정부의 지원 의지만큼 법과 제도, 행정절차의 예측 가능성과 실제 이행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알라타우 시티'서 한-카자흐 협력 모색하는 카스피안그룹

(알마티=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6월 20일 카자흐스탄 알마티 카스피안그룹 사무실에서 고려인 기업가인 채유리 회장(왼쪽에서 네 번째)과 김율리아 한국법인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 등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알라타우 시티 일부 개발 참여하는 카스피안그룹은 한국 기업·기관과 카자흐스탄 간 도시개발·교육·첨단산업 분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2026.9.2 raphael@yna.co.kr


아직 초기 단계인 알라타우 시티는 도로·전력·상하수도 등 기반 시설에 선행 투자가 필요하며, 실제 기업과 주민이 들어와야 수익 구조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프로젝트의 규모나 참여 기관의 이름보다 민간 자본과 입주 기업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끌어들이느냐가 향후 사업성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인 강제이주 90주년인 2027년 9월 완공을 목표로 동포사회 중심으로 알라타우 시티 내에 추진되는 'K-파크'는 양국을 문화·교육·비즈니스로 연결하려는 또 다른 시도다. 채 회장은 "고려인 기업인들이 주도적으로 재원을 마련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전환을 투자로 연결하는 또 하나의 축은 금융이다. 정부가 신도시와 산업 프로젝트를 계획해도 민간 기업이 참여하려면 금융기관이 사업성을 인정해야 한다. 은행은 프로젝트의 상징성보다 현금 흐름과 담보, 법적 안정성, 환율과 상환 가능성을 따질 수밖에 없다.


이는 희소금속과 알라타우 시티 모두에 적용된다. 정부 간 협력과 업무협약(MOU)이 민간 사업으로 넘어가려면 투자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익·위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2027년 고려인 강제이주 90주년에 맞춰 완공을 목표로 하는 카자흐스탄 'K-파크'

(알마티=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6월 20일 카자흐스탄 알마티 인근 알라타우 시티 내 'K-파크' 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고려인 사회와 기업인들이 추진하는 K-파크는 고려인 역사·문화와 한국을 잇는 문화·교육·비즈니스 공간을 목표로 하며, 고려인 강제이주 90주년을 맞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6.9.2 raphael@yna.co.kr


◇ 정상회의 이후 관건은 '연결'과 '실행'…양국 협력 주목


취재진이 아스타나에서 확인한 현지 정부의 산업정책과 알마티에서 돌아본 산업현장은 결국 한 지점에서 만난다.


카자흐스탄은 풍부한 자원과 넓은 국토를 갖고 있고 한국은 소재·부품, 디지털, 도시개발과 운영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희소금속센터는 원료를 소재로 바꾸는 기술·인력 기반을 만들고자 하고, BAKAD는 한국이 건설 이후 운영까지 참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알라타우 시티는 도시와 첨단산업·인재를 한 공간에 묶으려는 새로운 실험이다. 의료와 금융에서는 이미 현지 인력과 고객을 중심으로 뿌리를 내리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이번 한-중앙아 정상회의는 이런 협력을 한 단계 넓힐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사업을 발표하거나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것만으로 산업전환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희소금속은 시제품을 실제 생산과 구매계약으로 연결해야 하고, 신도시는 민간 자본과 입주 기업을 확보해야 한다. AI·의료 역시 이를 활용할 현지 인력과 시장을 키워야 한다.


결국 양국 산업협력의 다음 단계는 광물·기술·도시·금융·인재를 각각의 프로젝트로 두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산업생태계로 연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카자흐스탄이 '광물을 캐는 경제'에서 '광물을 가공하고 기술과 서비스를 운영하는 경제'로 이동할 수 있을지, 한국과의 협력도 지원과 계획을 넘어 투자·생산·운영으로 이어질지가 주목할 지점이다.


※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 도심 전경

(아스타나=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6월 22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 도심 전경. 카자흐스탄은 풍부한 석유·가스와 우라늄, 핵심광물 등 자원을 기반으로 원료 수출 중심 경제에서 가공·제조와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산업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2026.9.2 raphael@yna.co.kr


raphael@yna.co.kr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5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연합뉴스 콘텐츠 더보기

해당 콘텐츠 제공사로 이동합니다.

많이 본 최근 기사

관심 많은 기사

실시간 검색어

2026-09-02 10: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