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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야생마 복원 위해 만든 후스타이 국립공원…현재 400마리 육박
"땅은 함께 살아가는 것"…방목 멈추고 2년 기다리자 초원 되살아나

몽골 후스타이 국립공원을 뛰어다니는 야생마 프르제발스키말(타히) [후스타이 국립공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르갈란트[몽골]=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 갈색 말 한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면적의 83%에 달하는 몽골 후스타이 국립공원(5만 헥타르)의 거친 스텝(steppe) 지형을 차로 2시간가량 달린 뒤 마침내 만난 야생마 프르제발스키말(타히) 무리였다.
지난 21∼22일(현지시간) 한국, 미국, 중국, 스페인, 인도, 브라질, 나이지리아, 케냐 등 8개국 취재진은 울란바타르에서 개최된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17차 당사국총회(COP17)를 계기로 후스타이 국립공원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지구에서 사라질뻔한 야생마를 되돌린 과정과, 땅이 숨 쉴 수 있도록 기다림의 시간을 갖는 유목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르갈란트[몽골]=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몽골 후스타이 국립공원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야생마 프르제발스키말(타히) 무리. 2026.8.31.
◇ '마지막 야생마'가 돌아온 초원
후스타이 국립공원은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에서 약 2시간 30분 거리 아르갈란트에 위치했다.
이 국립공원이 설립된 직접적인 계기는 '마지막 야생마'로 불리는 프르제발스키말의 복원 사업이었다.
흔히 '북미의 야생마'라고 하는 머스탱도 사실은 이전에는 가축이었다가 다시 야생으로 나온 말들이라는 점에서 프르제발스키말은 지구상 현존하는 유일한 야생마로 여겨진다.
1873년 중앙아시아를 다녀간 러시아 탐험가 니콜라이 미하일로비치 프르제발스키가 처음 이 말의 두개골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과학아카데미 산하 동물학연구소에 가져가면서 연구가 시작됐다.
이 야생마의 조상이 어떤 모습인지는 여전히 모르지만, 염색체 개수가 66개로 가축 말보다 2개 많아 유전자적으로 분명하게 구별된다.
모든 프르제발스키말이 거의 균일하게 등과 다리는 갈색이면서 배 부분은 하얀빛이 나는 것 또한 오로지 야생의 자연선택에 따른 교배만 이뤄지기 때문에 유지되는 것이라고 한다.
몽골 현지인들에게는 '타히'라고 불리며 이미 존재해 왔지만 이렇게 외지인에게 '발견'돼버린 프르제발스키말은 유럽 탐험가들의 과도한 수집, 몽골의 혹독한 겨울과 가뭄을 겪으면서 점점 개체 수가 줄었다. 1969년에 몽골 들판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된 이후 야생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이후 1975년 네덜란드인 활동가 얀 부만이 프르제발스키말 보존 재단(FRPH)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복원 사업에 나섰다. 그는 몽골의 환경운동가 체렌델레그 자친과 힘을 합쳤다.

(아르갈란트[몽골]=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무리 경쟁에서 밀려나 혼자가 된 수컷 프르제발스키말(타히)이 후스타이 국립공원에서 혼자 서성이고 있다. 2026.8.31.
다행히 네덜란드와 독일 등의 동물원에는 일부 말이 남아 있었는데, 이들 중 유전자적으로 가족이 다른 개체를 선별해 번식시켰다.
1992년 6월 첫 15마리를 이곳 후스타이 국립공원 땅에 보낸 것을 시작으로 2년마다 추가 방사가 이뤄졌다. 총 5차례에 걸쳐 84마리가 몽골로 왔다.
국립공원에 보내진 프르제발스키말은 야생 그대로 번식을 이어갔다. 한 마리 수컷 우두머리가 6∼8마리 무리를 거느리는 방식으로 점차 수를 늘렸다.
지금은 너른 공원에 387마리가 42개 무리를 지어 살고 있다.
우두머리 경쟁 중에 사망에 이르는 일도 적지 않게 벌어진다.
지난해 태어난 새끼 89마리 중에는 67마리만이 살아남았는데, 무리의 새 우두머리로 올라선 '의붓아버지'가 새끼를 죽인 게 12마리나 된다고 한다. 4마리는 늑대 공격으로 죽었다.
체렌델레그 다슈푸레브 후스타이 국립공원 관리자는 "공격을 받으면 피를 흘리며 초원을 돌아다니기도 한다"며 "두개골에 구멍이 날 정도로 심각한 부상도 있지만, 야생의 상태를 보존해야 하므로 연구자들은 이를 건드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땅은 이용하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
프르제발스키말이 고향으로 돌아와 보존의 대상이 되면서 공원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가축을 몰고 이동식 건축물 '게르'를 옮겨가며 살아온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공원의 끝자락 완충 지대(buffer zone)로 거처를 이동했다.
취재진은 현재 완충 지대에 살고 있는 13개 가족 가운데 한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슈우라이 오윤치멕(53)·마아무 반출룬(57) 부부는 1999년부터 국립공원 완충 지대에서 살았다.

(아르갈란트[몽골]=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몽골 후스타이 국립공원에서 아홉 식구와 함께 사는 유목민 슈우라이 오윤치멕(53·왼쪽)·마아무 반출룬(57) 부부가 취재진 앞에서 사진 촬영하고 있다. 2026.8.31.
부부는 "인간은 땅을 이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한다"며 "우리는 이 땅을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두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들 가족과 손자까지 9식구인 오윤치멕 부부는 게르에서 태양광발전과 가축 분뇨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만 사용하고 있다.
날씨와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이끄는 방향에 의지해 이동하다 보니 많게는 1년에 네 차례씩 위치를 옮긴다.
과거에는 유목민도 가축 수를 늘리면서 과도한 방목으로 초원이 훼손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가축 수는 줄이고 캐시미어 상품, 유제품 등의 품질을 올리는 방식으로 방향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들은 기후변화도 피부로 느낀다. 극한 추위와 폭설로 가축들이 죽어 나가는 '조드'나 극심한 가뭄 등의 자연재해가 젊은 시절에는 10년에 한 번 정도 나타났다면, 지금은 4년에 한 번 발생한다고 했다.
오윤치멕 씨는 "지금 자연은 예전보다 훨씬 사나워졌다. 더 화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인구가 수도 울란바타르에 집중되면서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광산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땅이 훼손되는 경우도 많이 목격된다.

(아르갈란트[몽골]=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몽골 후스타이 국립공원에서 아홉 식구와 함께 사는 유목민 슈우라이 오윤치멕(53·왼쪽)·마아무 반출룬(57) 부부의 게르 중 한 개 동. 2026.8.31.
오윤치멕 씨는 "광산 회사들이 땅의 자원을 가져갈 수는 있다. 많은 것을 얻고 많은 일을 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작업이 끝난 뒤에는 땅을 원래 상태로, 처음과 같은 상태로 되돌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완충지대의 유목민들은 한때 2년간 이곳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적도 있다. 지속되는 방목으로 풀이 부족해지자 땅에 회복할 시간을 준 것이다. 실제로 2년의 시간을 주고 나니 풀이 되살아나는 모습을 직접 확인했다고 한다.
부부는 올해 UNCCD 당사국총회가 몽골에서 열리는 데 대해 "'해야 할 일을, 해야 할 때' 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은 "몽골인만, 우리 같은 유목민만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자연을 존중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후스타이 국립공원에서도 눈에 띄게 진행되고 있는 초원 훼손을 되돌리기 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몽골 생명과학대가 이끄는 연구팀은 훼손된 초원에 씨앗을 손으로 심었다. 그 결과 토종 다년생 풀이 살아나는 것은 물론, 땅속으로 물이 스며드는 깊이도 이전 15㎝에서 45㎝로 깊어졌다고 한다.

(아르갈란트[몽골]=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몽골 후스타이 국립공원에서 몽골 생명과학대 등 연구팀이 진행하고 있는 초원 복원 실험. 척박했던 땅(왼쪽)에 여러 종류의 다년생 풀 씨앗을 심고 2년 뒤 실험구역(오른쪽)에 풀이 자라났다. 2026.8.31.
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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