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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넘어 고속 주행 경쟁…피지컬 AI '신체 지능' 극한 검증
강화학습·심투리얼로 진화…상용화 관건은 이동·조작 결합

[연합 AI 플랫폼 생성 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넘어지지 않고 걷는 데 급급했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제는 100m를 10초 안에 주파하면서 속도전에 돌입했다.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경기 100m 예선에서 베이징휴머노이드로봇혁신센터가 개발한 '톈궁(天工) 울트라'가 9초39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20초대 초반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주파 시간을 1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여 주목받고 있다.
이는 육상 선수인 우사인 볼트가 2009년 세운 인간 100m 세계기록(9초58)보다 0.19초 앞선 수치다.
◇ 로봇 뛰는 순간 제어…걷기보다 수십 배 어려워
휴머노이드의 달리기 실력이 일취월장했지만 현실적으로 로봇이 인간 육상 기록을 깼다고 보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톈궁 울트라의 기록은 세계육상연맹이 공인하는 트랙 규격이나 부정 출발 감지 센서, 풍속 측정 기준이 적용되지 않은 로봇 전용 경기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출발 신호 체계와 바닥 마찰력, 장비 규정 자체가 인간 육상 경기와 다르다는 말이다.

(베이징=연합뉴스) 김현정 특파원 = 22일 중국 베이징 국가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제2회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에서 로봇들이 100m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2026.8.22.
톈궁 울트라의 달리기는 단순한 기록 우열보다 모터 출력의 한계치와 고속 동적 균형 제어 알고리즘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 확인했다는 데 의미를 두는 게 맞다.
이처럼 로봇 제조업체들이 휴머노이드의 주행 속도를 끌어올리는 이유는 신체 제어 기술을 극한 상태에서 검증하기 위해서다.
텍스트를 처리하는 인공지능(AI)과 다르게 물리 세계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는 중력과 관성, 바닥 마찰, 모터 발열이라는 물리적 제약을 실시간으로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달리기는 보행과 메커니즘 자체가 다르다. 걸을 때는 한쪽 발이 지면에 닿아 있어 지면의 반력으로 자세를 고쳐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달릴 때는 두 발이 모두 공중에 뜨는 비행 구간이 발생하게 된다.
공중에 뜬 순간에는 바닥을 디뎌 자세를 바로잡을 수 없다. 오직 몸통의 기울기와 다리 궤적을 제어해 착지 순간의 충격을 흡수하고 다음 발을 내딛는 동작으로 이어가야 한다.
시속 30㎞가 넘는 고속 주행에서는 센서 데이터 수신이나 모터 토크 계산이 수 밀리초(ms·1천분의 1초)만 늦어져도 휴머노이드가 그대로 고꾸라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 가상에서 수억 번 넘어지며 학습…'심투리얼'로 구현
휴머노이드의 초고속 보행 제어를 가능하게 만든 핵심은 강화학습과 대규모 병렬 물리 시뮬레이션이다.
실제 휴머노이드를 수십만 번 넘어뜨리며 학습시키는 방식은 부품 파손과 비용 문제로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엔지니어들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의 시뮬레이터 안에 수천 개의 복제 환경을 띄워 휴머노이드가 가상 공간에서 넘어지고 일어서는 과정을 단 몇 시간 만에 수억 번 반복하도록 유도한다.

(베이징=연합뉴스) 김현정 특파원 = 22일 중국 베이징 국가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제2회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에서 로봇들이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2026.8.22.
이렇게 가상에서 익힌 보행 제어 모델을 실물 로봇에 내려받는 과정을 '심투리얼'(Sim-to-Real)이라 부른다.
문제는 가상과 현실 사이의 물리적 간극이다.
휴머노이드의 감속기 내부 유격, 모터 응답 지연, 배터리 전압 강하, 바닥의 미세한 굴곡은 시뮬레이터가 100%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개발진은 가상훈련 과정에서 질량과 마찰력, 외력의 크기를 불규칙하게 하는 방법을 통해 오차를 줄이고 있다.
AI 로봇 개발 스타트업 관계자는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동역학 제어 학습 속도가 빨라진 것은 사실"이라며 "기계 부품 마모나 예기치 않은 센서 노이즈 같은 현장 변수를 실시간으로 얼마나 보정하느냐가 기술 격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 강화학습에 안전 제어 결합…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대세
물론 휴머노이드의 현장 적용 단계에서는 신경망 기반의 강화 학습만 쓰지는 않는다.
AI로 제어되는 휴머노이드가 출력한 관절 각도가 하드웨어 한계를 넘어서거나 돌발 행동을 일으킬 경우 기체 파손이나 안전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강화 학습의 기동성에 전통적인 제어공학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택하고 있다.

[연합 AI 플랫폼 생성 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AI가 큰 틀의 이동 궤적을 짜면 모델 예측 제어(MPC)와 전신제어(WBC) 알고리즘이 안전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실시간 필터링을 거치는 구조다.
이와 같은 휴머노이드의 개발 종착점은 트랙을 달리는 육상선수가 아니라 공장과 물류 현장, 주거 공간에 투입될 작업 로봇의 상용화다.
현장에서 필요한 휴머노이드의 역량은 직선 주로의 최고 속도가 아니다. 좁은 통로를 돌아 나가고 계단과 경사로를 오르내리며 젖은 바닥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고 즉각 멈춰 서는 정밀성이다.
여기에 이동과 물체 조작을 동시에 해내는 기술이 결합해야 한다.
로봇이 걸어가며 무거운 상자를 들어 올릴 때 급격히 이동하는 무게중심을 다리 관절 모터가 실시간으로 상쇄해 줘야만 현장에서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AI 로보틱스 업계 관계자는 "100m 전력 질주는 하드웨어 출력과 실시간 제어 알고리즘의 한계를 점검하는 기술 실증 성격이 짙다"며 "복잡하고 통제되지 않은 현장에서 넘어지지 않고 이동과 조작 작업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상용화의 핵심 잣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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