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신규지원 7건 중 에쿼티 투자 대상 2곳 모두 상장사의 비상장 자회사
중복상장 문턱 높아져…풋옵션 등 별도 회수장치 주목
CJ포디플렉스도 중복상장 가능성…정책성·민간수익률 균형도 관건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일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본점에서 금융위원회와 함께한 '국민성장펀드-M.AX 프론티어 프로젝트' 민관 합동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1 scoop@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회인 기자 = 정부의 중복상장 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정책 펀드인 국민성장펀드가 상장사의 비상장 자회사인 원익로보틱스 등에 대규모 지분투자를 결정하면서 향후 투자금 회수(엑시트)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원익로보틱스는 코스닥 상장사 원익홀딩스[030530]가 지분 96% 이상을 보유한 비상장 자회사로, 향후 기업공개(IPO)를 통한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설 경우 중복상장 규제의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열린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심의회는 원익로보틱스 등 총 7건 사업에 대한 지분투자와 저리대출 지원을 승인했다.
원익로보틱스는 전북 완주에 로봇핸드 생산공장과 AX센터를 신축하기 위해 총 3천5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추진한다.
이 가운데 한국산업은행에 설치된 첨단전략산업기금이 전환우선주(CPS) 방식으로 1천500억원을 직접 투자하고, 나머지 2천억원은 민간투자자로부터 지분투자 방식으로 조달할 예정이다.
원익로보틱스는 로봇과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326억원을 기록했지만, 2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34억원 순유출을 기록해 전년(-32억원)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로봇 산업은 기술개발과 설비투자에 선제적으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반면 본격적인 현금 창출까지 시간이 걸리는 분야다.
원익로보틱스도 지난해 약 5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원익홀딩스로부터 15억원을 차입하는 등 최근 유상증자와 계열사 차입 등을 통해 외부자금을 조달해왔다.
이처럼 성장자금 수요는 큰 반면, 중복상장 규제 강화로 당장 IPO를 통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원익로보틱스에 국민성장펀드가 자금 공급 역할을 맡는 모습이다.
국민성장펀드가 AI·반도체·로봇 등 국가 첨단전략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 정책펀드인 만큼, 자체 현금창출력이 충분하지 않은 로봇 개발 기업에 성장자금을 공급하는 것은 펀드 조성 취지에도 부합한다는 평가다.
문제는 국민성장펀드 역시 언젠가는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통상 비상장 성장기업에 대한 소수지분 투자의 경우 IPO를 통한 회수가 대표적인 엑시트 수단으로 꼽히지만, 원익로보틱스는 상장사인 원익홀딩스가 지분 96%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IPO 과정에서 중복상장 규율을 적용받게 된다.
중복상장이 전면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모회사 주주 보호와 자회사 독립성 등을 보다 엄격하게 심사하는 만큼 이전보다 상장 문턱이 높아졌다는 게 투자은행(IB) 업계의 평가다.
특히 원익홀딩스 주가에는 그동안 자회사인 원익로보틱스의 성장 기대가 상당 부분 반영돼온 만큼 원익로보틱스의 독립 상장이 모회사 주주가치에 미칠 영향도 주요 변수다.
원익홀딩스 주가는 작년 초 주당 2천원에서 연말 최고 5만600원으로 1년새 약 2천430% 급등했다. 피지컬 AI와 로봇 사업에 대한 기대가 주가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 꼽혔다.
IB 업계 관계자는 "원익로보틱스는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의 적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원익홀딩스 주주에게 신주 일부를 우선 배정하는 등 주주 보호책을 마련하면 상장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익로보틱스 제공. DB및 재판매 금지.]
이에 국민성장펀드는 원익로보틱스 IPO 무산 가능성까지 감안해 별도의 회수 장치를 마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일정 기간 내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원익홀딩스 등 기존 주주에게 보유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일정 조건에 따라 보유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을 설정하거나, 원익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도 지분 매입 의무를 두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풋옵션의 행사 가격도 관건이다. 국민성장펀드는 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펀드인 만큼 민간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같이 10% 안팎의 높은 수익률 요구하기는 어렵지만, 수익률을 지나치게 낮추면 함께 투자하는 민간 자금의 유인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산업은행이 최근 펀드를 통해 투자한 다른 국내 로봇기업 사례에서는 풋옵션 수익률이 7%대 수준에서 설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지원이 결정된 7건 가운데 원익로보틱스와 함께 기업 지분(에쿼티) 투자 대상은 CJ포디플렉스까지 총 두 곳이다. 이들 모두 상장사의 비상장 자회사로 향후 중복상장 이슈가 불거질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CJ포디플렉스는 코스피 상장사 CJ CGV[079160]가 지배하는 비상장 자회사로, 국민성장펀드는 이번 심의에서 관련 프로젝트펀드에 대한 간접투자를 승인했다.
IPO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충분한 주주 보호책을 마련하면 원익로보틱스의 상장을 추진할 수 있고, 정부가 육성하는 로봇 분야의 대표 기업이라는 점이 상장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특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국민성장펀드 투자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중복상장 규율의 예외를 적용받는 것은 아닌 만큼, 실제 상장 여부는 투자 후 사업 성과와 기존 원익홀딩스 주주 보호 방안 등에 달릴 전망이다.
결국 시장에서는 중복상장 부담에도 국민성장펀드가 이들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선택한 배경에는 첨단산업 육성이라는 정책적 필요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중복상장 이슈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성장펀드의 투자가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상장이 쉽지 않다는 점은 투자 단계에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만큼, IPO가 무산되더라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AI와 로봇은 해외에 주도권을 빼앗기면 국가 경쟁력 자체가 약화할 수 있는 산업"이라며 "초기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국내 기업을 중국 등 해외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키우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hihello@yna.co.kr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