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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칼럼] 아프리카와 함께 글로벌 AI 강국…대한민국의 미래로 나가자

입력 2026-08-25 07: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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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태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단장




박기태 반크 단장

[박기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 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 100년 전 비극의 역사에서 피어난 21세기 디지털 청년들의 꿈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장의 차가운 문턱을 넘지 못했던 대한제국의 특사 이준, 이상설, 이위종 열사의 절규를 기억한다. 강대국의 제국주의 논리와 약소국의 비애 속에서 대한민국은 세계 지도 위에서 자기 이름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했던 아픈 역사가 있다. 그로부터 25년 뒤인 1932년, 스물다섯살의 청년 윤봉길 의사는 상하이 훙커우 공원의 거사를 통해 "세계 지도에 한국의 존재를 강력하게 각인시키겠다"는 꿈을 알렸다.


약 100년이 지난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반전을 이뤄냈다.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고,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완성했으며, 이제는 K-컬처와 첨단 IT 기술로 전 세계 청년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문화·기술 강국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과거의 제국주의 침략보다 훨씬 더 은밀하고 강력한 또 다른 거대한 역사적 변곡점 앞에 서 있다.


바로 '생성형 AI'가 끌고 가는 AI 문명의 물결이다. 세계는 지금 AI 기술과 데이터를 독점하려는 빅테크 기업들과 기술 패권국들의 각축장이 되었다. 만약 우리가 이 거대한 변화의 파도 속에서 단순한 소비자에 머무른다면, 100년 전 강대국들의 위세에 밀려 주권을 위협받았던 비극이 '디지털 형태'로 재현될지 모른다.


대한민국이 단순한 기술 추종국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AI 시대를 주도하는 '세계 AI 강국'이자 AI 문명 설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그 핵심 열쇠는 바로 AI 생태계 내에서 아프리카를 바르게 인식하고 제대로 알리는 '지식 다양성 외교'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 지도 왜곡에서 AI 편향까지…서구 중심적 시각의 '디지털 식민주의'


과거 역사에서 지도는 단순한 지리 정보의 제공을 넘어 강대국의 정복욕과 제국주의적 지배를 정당화하는 정치적 도구로 악용되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유독 강한 소유욕을 드러낸 사례는 이러한 지도 착시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지난 1월 21일자 분석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구상 배경에는 지정학이나 자원 전략 못지않게 '세계지도 착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전통적인 메르카토르 투영법으로 제작된 세계지도에서는 북극에 가까운 그린란드가 실제보다 과장되어 아프리카 대륙 전체와 맞먹는 거대한 땅처럼 부풀려져 보인다.




트럼프 그린란드 병합 야욕 (PG)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실제 아프리카 대륙은 그린란드보다 14배나 크지만, 지도상의 시각적 왜곡은 정치인들에게 그린란드를 '반드시 확보해야 할 전략적 공간'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정치적 상상력을 자극했다. FT가 "지도는 사실을 보여주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특정한 관점을 주장하는 수단"이라고 지적했듯, 지도상에서 부풀려진 이미지가 외교·안보 전략으로 이어진 대표적 왜곡 사례다. 이러한 지도의 왜곡은 21세기 AI 시대에 이르러 훨씬 심각한 형태로 재현되고 있다.


최근(7월 31일) AF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의 보건 담당 특사가 브라질에서 열린 국제 에이즈 학회 '에이즈 2026' 발표 자료에 생성형 AI로 만든 엉터리 아프리카 지도를 사용했다가 큰 망신을 당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해당 지도에서는 서아프리카 연안의 나이지리아가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 내륙국으로 위치가 바뀌었다. 또 카메룬, 모잠비크, 우간다 등 6개 주요 국가의 위치와 국경선이 엉망으로 그려졌다.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회장에서 정교하지 못한 AI 알고리즘을 비판 없이 활용한 결과, 아프리카에 대한 강대국의 몰이해와 무관심이 전 세계에 알려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왜곡이 일부 행사의 지도를 넘어 AI 대형언어모델(LLM)과 이미지 생성기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의 이세연 연구원이 아프리카연합(AU) 55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챗GPT(ChatGPT)와 제미나이(Gemini)의 응답 1천100건을 수집하여 분석한 결과는 자못 충격적이다.


우선 아프리카에 대한 텍스트 프레임 왜곡이 심각하다. 각국에 대한 AI의 답변 중 '야생, 분쟁, 식민사, 빈곤' 같은 제한적 프레임이 '현대문화, 도시, 기술'과 같은 복합적 프레임보다 훨씬 더 높은 빈도로 나타났다. 또한 시각적 할루시네이션(환각)도 큰 문제이다. 생성형 AI에 보츠와나,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잠비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서로 다른 국가는 물론 도시적·산업적 맥락을 입력해도, 하나같이 코끼리 떼와 사파리 초원 풍경만을 반복해서 출력했다.


이는 AI가 개별 국가의 독창적인 역사, 산업, 현대 문화를 지워버리고, 아프리카 전체를 '미개하고 원시적인 야생의 땅'이라는 서구적 편견에 가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구 빅테크가 주도하는 AI 알고리즘이 메르카토르 지도처럼 데이터 차원의 '디지털 식민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퀄 어스' 도법 한글판 세계 지도

['이퀄 어스' 공식 웹사이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중국의 WAICO 주도와 강대국 패권 다툼…한국의 위치는 어디


아프리카를 비롯한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국가들이 겪는 이러한 디지털 소외를 파악한 강대국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2026년 7월 상하이에서 29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 설립 협정에 서명하며 글로벌 AI 거버넌스의 주도권을 쥐려 하고 있다. 중국은 개발도상국의 AI 접근성을 높이고 'AI+' 행동을 추진하며 유엔 '글로벌 디지털 콤팩트(GDC)' 이행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기술과 규범을 무기로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을 자국의 AI 생태계에 포섭하려는 신(新)패권적 전략이 깔려 있다.


미국의 데이터 독점 및 편향적 알고리즘과 중국의 거버넌스 주도권 확보라는 거대한 양대 패권 다툼 속에서 대한민국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가. 한국이 AI의 '체급'이나 '규모' 싸움에만 빠져든다면,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 미국과 중국을 결코 이길 수 없다. 한국이 글로벌 AI 국제기구의 세계 허브로 인정받고 참된 리더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을 넘어 "세계 각 지역이 AI 상에서 정확하고 균형 있게 재현될 수 있도록 국제적 기준을 제시하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


◇ '소버린 AI'를 넘어…글로벌 아프리카와 연대하는 '우분투' 철학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강국이 되기 위한 핵심 동력은 자국의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소버린 AI'(Sovereign AI)를 넘어서, AI 상에서 아프리카의 진정한 모습을 올바르게 재현하는 '지식 다양성 외교'에서 나온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아프리카의 '우분투'(Ubuntu) 정신과 우리의 '홍익인간' 이념이 마주하는 거대한 접점을 발견한다.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I am because we are)라는 우분투 정신은 타인의 존재와 존엄을 인정할 때 비로소 내가 존재한다는 상호 연결성을 의미한다.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가르침 역시 개별 주체의 번영이 인류 전체의 공영과 분리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아프리카를 빅테크의 편향된 시각이나 강대국의 전유물로 방치한 채 만든 AI는 결코 인류 보편의 지능이 될 수 없다. 아프리카의 55개국이 가진 다채로운 문화와 역사, 청년들의 역동적인 현대 산업이 AI 학습 데이터 안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는 일, 그것이 바로 아프리카를 바르게 알리는 것이자 한국 AI가 세계에 제공할 수 있는 독보적인 도덕적·기술적 차별성이다.


◇ 데이터와 AI로 서사 갭을 없앤다…'아프리카 서사 관측소'의 도전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AI 기술을 활용해 아프리카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발굴하고 이를 세계에 올바르게 알리는 디지털 플랫폼을 제작했다. 전 세계 언론과 지식 콘텐츠에서 나타나는 아프리카 관련 보도와 현지 매체의 시각을 실시간으로 비교·분석하는 '아프리카 서사 관측소'(Africa Narrative Window)가 바로 그것이다. 이 플랫폼은 국제사회에 왜곡된 아프리카 인식 개선 활동을 데이터와 인공지능(AI), 지도 기반 기술로 확장한 결정체다. 세계 주요 외신과 아프리카 현지 매체의 보도 내용을 비교해 서사의 차이를 시각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프리카 서사 관측소는 아프리카연합(AU) 55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세계 주요 외신과 각국 대표 언론의 보도를 24시간 실시간 수집·분석한다. 이를 통해 외신이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시각과 현지 매체가 자국을 다루는 방식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플랫폼은 AI 기술을 활용해 영어, 프랑스어, 아랍어, 포르투갈어 등 다양한 언어로 생성된 보도를 수집·번역·요약한다. 나아가 정치, 경제, 문화, 기술 등 9개 핵심 분야를 정밀 분석하여 외신과 현지 매체 간의 시각 차이를 '서사 갭(Narrative Gap) 스코어'로 계량화하고, 이를 지도와 차트 형태의 데이터로 직관적으로 제공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 외신이 분쟁과 보건 위기 같은 제한적 뉴스에 집중하는 동안, 아프리카 현지에서는 스타트업, 모바일 금융, 문화산업, 기술 혁신 등 역동적인 성장 사례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는 진실을 데이터로 명확히 입증할 수 있게 되었다.


필자가 반크의 단장으로서 지난 20여년간 세계 속에 한국 관련 오류를 바로잡으며 축적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아프리카를 향한 편견과 왜곡된 인식을 개선하는 데도 힘을 보태고자 한다. 서구의 시선과 아프리카 현지의 서사 차이를 데이터로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이 플랫폼이 디지털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직한 거울이 되기를 기대한다. 필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AI 기술을 통해 아프리카와 연대하는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우리가 아프리카의 역사와 문화를 올바르게 학습시킨 AI 알고리즘 표준을 만들고 이를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공유한다면, 대한민국은 단순한 기술 강국을 넘어 세계 AI 생태계의 도덕적 기준을 정립하는 진정한 '세계 AI 강국'이자 'AI 문명국 설계자'로 부상할 것이다.


◇ 디지털 휴머니즘의 깃발을 들고 세계 AI 중심으로


AI는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는 기술이지만, 그 기술이 향해야 할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철학과 윤리다. 기술적 우위나 자본의 힘만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강대국들의 시도는 필연적으로 저항과 데이터의 파편화를 낳을 뿐이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길은 단순히 기술 성능 지표에서 1등을 하는 데 있지 않다. AI 생태계에서 소외되고 왜곡되었던 아프리카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목소리를 바르게 복원하고, 지식 다양성을 수호하는 '디지털 휴머니즘'의 깃발을 들어 올리는 데 있다. '네가 있으므로 내가 있다'는 우분투의 외침과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정신은 결국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앞장서서 AI 데이터의 왜곡을 바로잡고, 아프리카 대륙의 진짜 모습을 세계 AI의 표준 지식으로 안착시킬 때, 세계는 대한민국을 비로소 기술과 윤리, 문화가 집약된 '세계 AI 수도'이자 진정한 리더로 추앙하게 될 것이다. 100년 전 헤이그에서 차갑게 외면받았던 우리가, 이제는 우분투의 마음으로 아프리카와 손을 잡고 인류 전체를 위한 포용적 AI의 새 시대를 열어갈 때다.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박기태 단장


현 반크 단장, 경기도 인공지능위원회 위원, 직지 홍보대사 활동 중, 재외동포청 정책자문위원, 재외동포정책실무위원, 외교부·대검찰청 정책자문위원, 청와대 청년위원회 위원, 국가브랜드위원회 자문위원, KOICA 홍보전문위원, 국제교류재단 공공외교홍보대사, 서울시 홍보대사 등 역임. 저서 'AI 외교관: 세계를 이끄는 반크의 외교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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