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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인물열전] (34)통신 재벌에서 자선가로…수단 모 이브라힘

입력 2026-08-22 08: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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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사업으로 일군 富를 아프리카 거버넌스 개혁 위해 투자


'모 이브라힘 상' 제정…모범적 지도자 육성과 리더십 혁신 도모




아프리카 수단 출신 영국 기업가이자 자선가 모 이브라힘

[모 이브라힘 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아프리카 수단 출신의 영국 기업가이자 자선가인 모 이브라힘은 아프리카에서 돈을 버는 데 성공한 뒤, 그 부(富)를 아프리카의 정치와 민주주의를 위해 다시 내놓았다.


그는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 이동통신망을 설치하는 사업으로 억만장자가 됐다. 2006년 모 이브라힘 재단을 설립한 뒤 아프리카의 거버넌스 개선과 민주주의 발전에 활동의 초점을 맞췄다.


특히 2007년에는 임기를 헌법에 따라 마치고 물러난 아프리카 전직 정상 가운데 탁월한 지도자를 선정해 거액의 상금을 주는 '모 이브라힘 상'을 제정했다.


아프리카의 정치 지도자들이 권력을 내려놓지 않고 헌법을 고쳐 장기 집권하거나, 국가 자원을 사유화하는 일이 반복되던 시기에 그는 오히려 '잘 통치하고 정해진 때에 물러나는 것'에 돈을 내걸며 주목받았다.


모 이브라힘은 1946년 수단 북부 누비아 지방에서 태어났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대학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고, 이후 영국으로 건너갔다.


브래드퍼드대학교에서 전자·전기공학 석사 학위를, 버밍엄대학교에서 이동통신 연구로 공학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졸업 후에는 영국 통신회사 브리티시 텔레콤(BT)의 이동통신 부문 '셀넷'에서 기술 책임자로 일했다. 1989년 이동통신 컨설팅·소프트웨어 기업 '모바일 시스템스 인터내셔널'(MSI)을 설립하며 사업가로 변신했다.


이어 1998년 '셀텔 인터내셔널'을 세우고 아프리카 이동통신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아프리카 상당수 지역에서는 유선전화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브라힘은 유선망을 처음부터 구축하는 대신 이동통신망을 깔면 아프리카 사람들이 훨씬 빠르고 저렴하게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판단해 무선 통신에 눈길을 돌렸다.


셀텔은 아프리카 곳곳에서 사업을 벌였고, 아프리카 통신 인프라에 7억5천만 달러(약 1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13개국에 2천4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2005년 이브라힘은 셀텔을 쿠웨이트 통신기업 MTC(현 자인 그룹)에 34억 달러(약 4조 8천억 원)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막대한 부를 쌓은 그는 기업가에서 자선가로서 활동 무대를 옮겼다.




2023년 '이브라힘 거버넌스 위켄드'(IGW) 포럼서 발표하는 모 이브라힘

[모 이브라힘 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업을 크게 성공시킨 그가 던진 질문은 단순했다. 아프리카에는 돈보다 좋은 정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아프리카가 가난과 비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이 자원의 부족이 아니라 리더십의 부재와 부패한 거버넌스에 있다고 판단했다.


외국의 원조나 투자가 아무리 많이 들어와도 정부가 부패하고 공공기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에 2006년 자신의 이름을 딴 '모 이브라힘 재단'을 세워 아프리카 정치와 행정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노력에 나섰다.


재단은 아프리카의 민주주의와 거버넌스, 공공 서비스, 인권 등을 측정하고 논의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대표적인 사업은 '모 이브라힘 아프리카 거버넌스 지수'(IIAG)의 개발이다.


재단이 매년 발표하는 이 지수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안전과 법치, 참여와 인권, 경제적 기회, 인간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자료를 종합해 국가별 거버넌스 수준을 평가한다.


단순히 경제성장률만으로 국가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국민이 실제로 어떤 정부 서비스를 받고 어떤 권리를 누리는지를 살펴보자는 취지에 따라 세부 지표를 수치화한다.




'모 이브라힘 상' 시상식 참석한 모 이브라힘

[EPA 연합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단 사업으로 유명세를 치른 건 2007년 제정된 '모 이브라힘 상'이 대표적이다. 이 상은 아프리카에서 헌법이 정한 임기를 지키고, 민주적 절차를 통해 합법적으로 선출됐으며, 퇴임 후 평화롭게 권력을 이양한 전직 국가원수에게 수여된다.


수상자는 10년에 걸쳐 총 500만 달러(약 71억원)를 받고, 이후 평생 매년 20만 달러(약 2억8천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출범 당시 노벨상 상금을 뛰어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개인상으로 알려졌다.


첫 수상자는 모잠비크의 조아킹 시사누 전 대통령이었다. 그는 내전 이후 평화와 화해, 민주주의 정착에 기여한 공로로 2007년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페스투스 모가에(보츠와나), 페드루 피레스(카보베르데), 히피케푸니에 포함바(나미비아), 엘렌 존슨 설리프(라이베리아), 마하마두 이수푸(니제르) 전 대통령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해도 절반 이상이다. 재단 심사위원회는 조건을 충족하는 탁월한 지도자가 없다고 판단하면 원칙에 따라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아프리카 전문가들은 막대한 상금을 걸었음에도 아프리카 일부 지도자들의 집권 욕망과 부패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수단 지도

[제작 양진규]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브라힘의 활동은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가 많다. 그는 외부의 시혜적 원조가 가지는 한계를 지적하고, 아프리카 자체의 거버넌스와 리더십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의제를 던졌다.


그가 만든 IIAG 지수는 아프리카연합(AU)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고 평가할 때 활용하는 표준 데이터로 자리 잡았다. 모 이브라힘 상은 수상자 배출 여부와 관계없이 아프리카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재단은 매년 열리는 '이브라힘 거버넌스 위켄드'(IGW) 등을 통해 아프리카 지도자와 시민사회, 국제기구, 기업들이 대륙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년·기후변화·이주·에너지·부패 등의 주제로도 논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브라힘은 2020년에는 아프리카와 유럽의 관계 강화를 목표로 하는 '아프리카-유럽재단'의 공동 창립자로도 참여했다. 2023년에는 자선과 자선사업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KCMG)를 받았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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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2 09: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