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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칼럼] 한-아프리카 협력 2.0…구체적 '실행 플랫폼' 마련

입력 2026-08-13 07: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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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 디킨스 주한남아공상공회의소(SAFCHAM) 회장




티모시 디킨스 주한남아공상공회의소 회장 겸 법무법인 대륙아주 외국변호사

[티모시 디킨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그동안 한-아프리카 관련 회의에서는 아프리카의 막대한 잠재력을 논의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왔다. 그러나 올해 열린 '한-아프리카 경제협력위원회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의 논의는 이전과 확연히 달랐다. 이제 핵심은 아프리카에 기회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회를 어떻게 구체적인 사업으로 실현할 것인가에 있었다.




사회를 맡은 필자(가운데)

[티모시 디킨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6월 1∼2일 개최된 '2026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의 일환으로 한국무역협회(KITA)가 주최한 '한-아프리카 경제협력위원회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의 진행을 맡았다. 한국 주요 기업 약 15개사와 아프리카 공공·민간 기관 및 단체 약 20곳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번 라운드테이블은 한-아프리카 관계가 새롭고 한층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참석자로는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사무국, 범아프리카상공회의소(PACCI), 남아공전력공사 에스콤(Eskom) 관계자 등이 포함됐다. 한국 측에서도 에너지, 인프라, 물류, 제조, 디지털 기술,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크게 체감한 변화는 과거 정상회의나 라운드테이블에 비해 논의의 초점이 뚜렷하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아프리카 협력 논의는 주로 아프리카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제는 그 가능성을 어떻게 구체적인 사업과 실질적인 협력으로 이어갈 것인지가 논의의 중심이 되고 있다.





[티모시 디킨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프리카에 충분한 사업 기회가 있는지, 한국 기업이 세계적 수준의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는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아프리카의 기회와 한국의 역량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할 것인가이다.


다양한 주제가 논의됐지만, 업종과 지역을 막론하고 참석자들의 관심은 하나의 공통된 질문으로 모였다. 한국의 기술과 투자를 아프리카에서 늘어나고 있는 사업성 있는 프로젝트와 연결할 효과적인 체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였다.


◇ 아프리카는 하나의 대륙시장으로 봐야


향후 한-아프리카 관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화 중 하나는 AfCFTA의 지속적인 이행이다. 그동안 많은 해외 기업은 아프리카를 각각 별도의 투자 전략이 필요한 54개의 개별 시장으로 바라봐 왔다. 국가별 차이는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AfCFTA가 역내 무역 장벽을 낮추고 지역 가치사슬 형성을 촉진하면서 아프리카는 점차 하나의 경제권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기업이 아프리카 투자를 판단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개별 국가의 내수시장 규모만을 기준으로 사업 기회를 평가하기보다, 14억명이 넘는 인구를 보유한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제조·물류·산업 분야의 투자를 검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웸켈레 메네 AfCFTA 사무총장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정책적 구상에 그치지 않고, 이미 아프리카 전역에서 기업들의 향후 투자 계획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에서 장기적인 성장 기회를 모색하는 한국 기업에 AfCFTA에 대한 이해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다.





[티모시 디킨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아프리카가 원하는 것은 동정 아닌 투자


아프리카 정부와 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일방적인 개발지원이 아니라 투자와 상업적 협력이라는 메시지도 분명하게 나타났다. 아프리카 전역에서는 재생에너지, 송전망, 교통 인프라, 디지털 연결망, 보건의료, 제조업 및 산업 개발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아프리카가 해외 기업에 선의나 지원을 이유로 투자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상업적 수익을 거두는 동시에 경제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투자자로 참여해 달라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라운드테이블의 논의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참석자들은 한국이 아프리카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논의하기보다, 한국의 기술과 금융 역량, 산업 전문성을 아프리카 각국의 개발 우선순위와 어떻게 연결해 상업적으로 지속 가능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한-아프리카 관계가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논의에서는 아프리카가 장기적인 민간투자를 유치할 준비를 점차 갖춰가고 있다는 현지 기관들의 자신감도 확인할 수 있었다.


◇ 한국의 경쟁력은 종합적인 사업 수행 능력


주요 논의 가운데 하나는 한국이 인프라 사업에 필요한 다양한 역량을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오늘날 대규모 인프라 사업은 단순한 설비 공급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자금조달부터 설계·엔지니어링, 시공, 디지털 기술, 운영, 장기 유지보수까지 사업 전반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요소를 한 기업이 독자적으로 제공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은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로 구성된 뛰어난 산업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개별 기업들이 각자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하는 데 그치기보다,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역량을 결합해 하나의 종합적인 사업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 건립, 스마트도시와 산업단지 조성, 재생에너지 시설과 송배전 인프라 구축 등 사업 분야를 막론하고 금융·기술·건설·운영 역량을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다는 점은 한국의 강력한 경쟁우위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 콘퍼런스를 넘어 프로젝트 중심 협력으로


대규모 국제회의는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협력의 종착점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업 논의를 시작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일반적인 네트워킹 행사는 기업과 기관을 소개하고 잠재적인 협력 파트너를 발굴하는 데는 효과적이다. 다만 복잡한 인프라·투자 사업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키는 데 필요한 시간과 기술적·전문적 논의를 충분히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한-아프리카 협력의 다음 단계는 개별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관계 기관과 기업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향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도 수백 명이 참여하는 포괄적인 네트워킹 행사에 그치지 않고, 투자 유치 준비가 완료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구성할 수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전력회사와 송전회사, 설계·조달·시공(EPC) 기업, 금융기관, 개발금융기관, 관계 부처가 한자리에 모여 구체적인 전력 프로젝트를 논의할 수 있다. 교통 분야에서는 철도·항만·공항 사업을 집중적으로 다룰 수 있으며, 보건의료, 디지털 인프라, 수자원, 핵심광물, 제조업 분야에서도 이와 같은 플랫폼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이 정착되면 논의의 초점도 단순한 기관·기업 소개에서 벗어나 프로젝트 준비와 자금조달, 조달 절차, 위험 분담, 사업 이행 등 실제 추진에 필요한 사안으로 빠르게 옮겨갈 수 있다. 여러 국제 투자 포럼은 이와 같은 모델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티모시 디킨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프리카투자포럼(AIF)은 이러한 접근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AIF는 아프리카의 잠재력을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데서 벗어나, 투자 유치 준비가 완료된 프로젝트를 투자자에게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로젝트는 투자자에게 소개되기 전 심사와 준비, 사업구조 설계 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논의가 이론적인 가능성보다는 실제 사업의 실행에 집중될 수 있도록 한다. AIF는 개발사업자와 정부, 금융기관, 기술 파트너가 포괄적인 주제가 아니라 구체적인 투자 기회를 중심으로 한자리에 모일 때 프로젝트가 실질적으로 진전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한국도 이러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상당 부분 갖추고 있다. 과제는 서로 다른 분야의 역량을 체계적으로 결집하고, 이를 지속해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데 있다.


이와 같은 프로젝트 중심의 접근은 한-아프리카 협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은 세계적인 기술력과 엔지니어링 전문성, 산업 역량을 갖추고 있다.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이며, 인프라와 산업 분야의 사업 기회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부족한 것은 기회 자체가 아니라 적합한 프로젝트와 파트너를 지속해 연결할 수 있는 체계이다.


경험상 많은 프로젝트가 좌초하는 이유는 사업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필요한 이해관계자들이 적절한 시점에 한자리에 모이지 못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성공적인 인프라 개발을 위해서는 정부와 개발사업자, 금융기관, 기술 기업, EPC 기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들이 각자 독립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한-아프리카 협력을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들을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연결하고, 사업 준비부터 실제 이행까지 지속해 지원할 수 있는 협력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 아프리카는 사업성 있는 프로젝트를 지속 개발해야


기업들은 국가 자체가 아니라 구체적인 프로젝트에 투자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강조됐다. 정부는 자국의 투자 기회와 여건을 알리지만, 투자자가 실제로 평가하는 대상은 개별 프로젝트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한국 기업들은 아프리카에 사업 기회가 있는지를 묻지 않는다. 이미 충분한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한 구상 단계를 넘어 실제 투자 유치 준비가 완료된 프로젝트를 지속해 개발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명확한 사업 주체, 충실한 타당성 조사, 예측할 수 있는 규제 환경, 금융 조달이 가능한 사업구조와 현실적인 자금조달 전략이 필요하다. 프로젝트가 투자자에게 제시되기 전에 충분히 준비될수록 구체적인 투자 검토와 사업 참여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 현지 파트너와 협력은 필수적


아프리카는 법률 체계와 조달 제도, 규제 환경, 상거래 관행이 국가마다 크게 다른, 매우 다양한 대륙이다.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해 한국 기업에는 신뢰할 수 있는 현지 파트너가 꼭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의 기업과 기관들도 한국 기업이 투자 기회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내부적으로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성공적인 프로젝트는 좋은 사업 구상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서로의 사업 환경과 의사결정 방식을 이해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를 구축할 때 비로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 한-아프리카 협력의 다음 단계


라운드테이블을 마치며 지난 10년간 한-아프리카 관계가 크게 발전해 왔음을 새삼 실감했다. 이제 양측의 협력이 필요한지를 묻는 단계는 지났다. 논의의 초점도 협력의 가능성에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옮겨가고 있다.


AfCFTA의 지속적인 이행은 개별 국가의 시장을 넘어 대규모 역내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세계적인 기술력과 엔지니어링 전문성, 산업 역량을 갖추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인프라와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한국의 기술과 금융, 전문성을 아프리카의 사업성이 있는 프로젝트에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AfCFTA 사무국을 비롯한 주요 기관과 협력을 강화하고, 한국과 아프리카 기업 간 교류도 더욱 긴밀히 해야 한다. 자금조달부터 설계·시공·운영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프로젝트 수행 방식을 확대하는 한편, 에너지·교통·보건의료·디지털 인프라 등 분야별로 구체적인 사업을 논의하고 실제 실행으로 이어갈 수 있는 전문 플랫폼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아프리카 경제협력위원회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양측이 실질적인 협력을 추진할 의지가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제 이러한 공감대를 상설 협력 구조로 발전시켜야 한다. 아프리카의 사업성이 있는 프로젝트를 지속해 발굴하고 적합한 한국 기업 및 기관과 연결해야 한다. 나아가 초기 사업 준비부터 자금조달 확정, 실제 이행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한-아프리카 협력의 성과는 고위급 회의를 몇 차례 개최했는지가 아니라, 프로젝트 준비와 파트너 매칭을 얼마나 체계화했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이러한 기반이 마련된다면 앞으로의 정상회의는 어떤 연설이 이뤄졌는지가 아니라, 그 이후 실제로 어떤 프로젝트가 추진됐는지로 기억될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티모시 주한남아공상공회의소(SAFCHAM) 회장


현 대륙아주 변호사, 아프리카 실무 총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스테이트대학(University of the Free State) 상학사(B.Com) 및 법학사(LL.B.) 취득, 주한 남아공상공회의소(SAFCHAM) 회장, 법무부 자문위원, 월드지식포럼 및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고위급 패널 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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