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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이 수제화 만들고 학생들이 홍보…제품 기획부터 온라인 판매까지 협업

[독자 제공]
(서울=연합뉴스) 정풍기 인턴기자 = "우리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좋은 신발을 만들어 가려는 파트너가 생겨 큰 힘이 됩니다."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불리는 서울 성수동 수제화 거리에서 40여년 간 수제화를 만들어온 장인 이성범 씨는 봉사 활동에 나선 대학생들을 보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일부 대학생들이 사라져가는 성수동 제화 장인들의 기술과 명맥을 잇기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 위기의 성수동 수제화 거리…장인과 대학생 '상생 협업'으로 활로
성수동은 한때 국내 수제화 산업의 중심지로 꼽혔다.
하지만 수제화 수요 감소와 산업 환경 변화로 제화업체가 줄어들면서, 장인들의 기술을 이어갈 후계자 부족 등 어려움에 부닥쳤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4 소상공인의 날 기념행사를 찾은 시민들이 소상공인 제품 판매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4.11.5 uwg806@yna.co.kr
이러한 위기 속에서 대학생들이 성수동 수제화 장인들과 손잡고 젊은 소비자들에게 수제화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서강대 창업경영학회 '인액터스 서강' 소속 학생들은 2024년 5월부터 성수동 수제화 업체와 협업해 자체 수제화 브랜드 제품을 제작·판매하고 있다.
장인들이 수제화 제작을 담당하고, 학생들은 신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모델 촬영, 홍보, 판매까지 대부분 과정을 맡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라스트'(구두골) 형태와 굽 높이, 패턴 등을 장인들과 논의하고 착용감을 직접 확인한다.
인액터스 서강 학회장인 김서연(22) 씨는 "장인의 손으로 신발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매력을 느꼈다"며 "성수동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장소와 장인들의 기술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웠고, 그 가치를 함께 지켜나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학회 회원들과 논의해 수제화 제작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제화 산업을 돕는 동시에 창업과 경영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20·30세대를 겨냥해 젊은 층이 선호하는 색 조합과 디자인을 반영한 제품을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구두와 운동화의 장점을 결합한 신제품을 선보이는 등 제품군도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판매는 주로 자체 브랜드 몰을 통해 이뤄지며, 학생들은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제품을 홍보하고 소비자 반응을 분석해 다음 신제품 기획에 적극 반영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브랜드와 몰을 전면 개편하고 신제품 사전 판매를 진행해 약 8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제품 판매가의 일정 부분을 장인이 속한 '라플로채니 슈즈디자인 연구소'에 공임비로 지급한다. 남은 판매액은 전액 다음 신제품 제작 등에 활용하고 있다.
김 학회장은 "서툴게 그려진 초안과 소재를 들고 찾아가도 장인분들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때로는 제 상상보다 더 예쁘게 현실로 구현해주신다"며 "그 과정을 실제로 보고 있으면 정말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 판매 후 '신발이 귀엽다', '수제라서 그런지 정말 편하다'는 호응을 많이 받았다며 "선주문 후 각자의 발 특성에 맞춰 1대1로 제작된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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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에 참여한 대학생 김호연(22) 씨는 "전문지식도 부족하고 창업도 처음이라 예상하지 못한 문제도 많았지만, 팀원들과 하나씩 해결하며 신제품을 출시하고 실제 주문까지 받을 수 있어 의미 있었다"며 "수제화의 가치와 장인들의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성수동 장인 "기특한 마음"…학생들 "전통 가치 이어갈 것"
장인 이 씨는 대학생들이 처음 협업을 제안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직접 찾아와 함께 신발을 만들고 싶다고 했을 때 정말 기특했다"며 "요즘 젊은 세대가 수제화에 관심을 갖고 현장에 와서 우리 기술과 함께하려는 모습이 든든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씨가 체감하는 성수동 수제화 업계의 현실은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한국수제화총연합회장인 변서영 라플로채니 슈즈디자인 연구소 대표는 "대형 기업들이 성수동으로 진출하면서 기존 공장들이 버티지 못하고 외곽으로 이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지난 몇 년간 30% 이상 업체가 빠져나간 상태"라고 설명했다.
후계자 부족에 따른 기술 단절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장 장인들의 고령화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 대표는 이러한 상황에서 "젊은 브랜드와 협업하며 장인들도 새로운 자극을 받고, 기술이 지속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며 "이런 협업을 통해 수제화 산업이 새로운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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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액터스 서강은 최근 젊은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제품군을 확대하고 판매 브랜드 이름을 바꾸는 등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김 학회장은 "앞으로도 젊은 세대들이 찾는 수제화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통 산업에 젊은 감각을 더하는 시도가 수제화 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긍정적이라고 분석한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장인들이 가진 오랜 노하우와 기술을 젊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과 문화로 번역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디자인과 색상, 브랜드 스토리 등에 젊은 감각을 더하고 SNS 등을 활용하면 수제화가 오래된 제품에서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는 제품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pun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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