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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헬멧 벗고 이름 써라"…라이더 기피 '천룡인 아파트'는 어디?

입력 2026-07-30 06: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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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신분증 요구에 화물 엘리베이터 강제까지…'갑질 아파트' 논란 재점화


배달기사들, 네이버 지도 '천룡인 단지 목록' 공유…"배달 플랫폼이 중재 나서야"




네이버 지도에서 확인되는 '천룡인 아파트' 목록

[네이버 지도 캡처 후 편집]


(서울=연합뉴스) 정풍기 인턴기자 = "헬멧 벗고 인적 사항 쓰세요."


최근 부산 한 아파트에서 관리직원이 음식 배달 기사 A씨에게 요구한 사항이다.


A씨가 개인정보 무단 수집이라며 응하지 않자 관리직원은 아파트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고 인터폰을 통한 연락 요청도 거부했다. A씨는 건물 밖으로 나가 고객과 통화해 배달 플랫폼사에 연락할 것을 요청한 뒤 음식을 관리직원이 있는 1층 데스크에 두고 나왔다.


그러나 이튿날 배달 플랫폼사로부터 해당 주문 건의 책임이 배달 기사에게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가 배달 기사의 개인정보나 인권도 보호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전날 상황을 설명하고서야 배달료 차감을 없었던 일로 하기로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배달 기사를 상대로 부당한 요구를 자행하는 이른바 '천룡인 아파트'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 "잠재적 범죄자 취급"…특권의식 빗댄 '천룡인 아파트' 지도까지 등장


3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배달 기사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유하는 '천룡인 아파트 지도'에는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전국 고가 아파트 단지 50여곳이 표시돼 있다.


'천룡인 아파트'는 인기 만화 '원피스' 속 특권계급인 '천룡인'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배달 기사들에게 과도한 출입 절차를 요구하거나 화물용 엘리베이터 이용, 도보 이동 등을 강제하는 일부 아파트를 빗댄 말이다.


논란은 최근 부산 배달 기사 A씨가 아파트 출입 과정 중 헬멧 탈의와 개인정보 작성을 요구받는 영상이 유튜브 채널 '해운대주민' 등에 공개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배달기사 A씨가 부산 한 아파트에서 헬멧 탈의·개인정보 작성을 요구받은 장면

[유튜브 '해운대주민' 채널 캡처]


영상 속 사건이 알려지자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는 것이다", "보안요원이 직접 배달하면 되겠네", "아파트가 배달 기사 개인정보를 수집할 법적 근거가 없으면 입주민이 로비로 받으러 내려오는 게 맞다" 등 아파트 측을 비판하는 댓글이 다수 게재됐다.


배달 기사들은 일부 아파트에서 오래전부터 입주민과 다른 동선을 이용하거나 화물용 엘리베이터만 이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지 내 오토바이 진입을 제한해 정문에 주차한 뒤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 곳도 있으며, 출입 과정에서 신분증 확인이나 명부 작성, 오토바이 열쇠 보관 등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0대 배달 기사 B씨는 천룡인 아파트 배달을 한번 해보면 그 불합리함을 몸소 이해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단지 입구에서 동까지 한참 걸어 들어가야 하고 헬멧을 벗고 소지품을 맡긴 뒤 일반 엘리베이터 대신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하는 곳도 있다"며 "최저시급도 못 받는데 노예 취급을 받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경기도 성남에서 배달 기사로 일한 26세 C씨도 "일부 아파트에선 차량 진입도 통제한다"며 "기사들이 피하는 곳들은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 수년째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플랫폼사가 적극 중재해야"


일각에서는 '배달을 거절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수락률과 실적에 따른 등급이 낮은 경우 좋은 조건의 주문 콜을 우선 배정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배달 기사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에 관련 진정을 제기했지만, 이후에도 구조적 문제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아파트에서 개인정보나 연락처를 적으라고 요구할 때 라이더 개인이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며 "플랫폼사가 해당 아파트의 출입 절차를 미리 안내하거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중재하는 등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상에서 공유되고 있는 천룡인 아파트 목록

[구글 캡처]


해당 아파트들은 입주민 보호와 보안을 이유로 들고 있다.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관계자는 "입주민 안전 차원에서 일부 통제가 있다"며 "아무나 들여보낼 수 없기에 배달 기사들 또한 제한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파트 관리주체가 보안을 위해 방문자의 출입을 관리하는 것은 정당한 권한이지만, 특정 직업이라는 이유로 차별적인 출입 절차를 강제하거나 필요 이상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인권 침해 및 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희봉 로피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신분증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과 달리 사본을 뜨거나 주민등록번호를 적게 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크다"며 "기재를 거부하면 배달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면 서면 동의를 받았더라도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동의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점심 배달 나서는 라이더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지 1주일이 된 19일 점심시간 서울 종로구 관철동 젊음의거리 식당가에서 라이더들이 배달을 나서고 있다. 2021.7.19 mjkang@yna.co.kr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근본적으로는 배달 플랫폼 노동에 대한 존중이 약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며 "과도한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은 라이더 입장에서 자율적 판단에 따른 당연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플랫폼사가 과도한 요구에 대응하는 배달 기사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아야 한다며 "일부 아파트 입주민과의 갈등 발생 시 적극 중재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배달 플랫폼사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라이더들이 현장에서 부당한 상황에 놓인 경우 법률·심리 상담 지원부터 산재보험 안내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이 없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지원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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