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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정수만 두지만, 인간은 불리하면 묘수·승부수로 흔든다"
"카타고처럼 두면 일류 기사는 될 수 있어도 일인자는 못돼"
"AI는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 동행해야 하는 존재"
"지난해 조금 부진했는데 후반기 세계대회 우승 도전"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AI가 '바둑의 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정수만 두는 AI보다는 상황에 따라 묘수와 승부수를 던지는 인간의 바둑이 아직은 훨씬 매력적이라고 자부합니다."
현존 최고 수준의 바둑 인공지능(AI) '카타고'(KataGo)와 대국에서 2승 1패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세계 최강 프로기사 신진서 9단은 AI의 뛰어난 성능을 인정하면서도 인간만이 가지는 장점을 강조했다.
신진서는 28일 오후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AI는 어떤 상황에서도 한두 집 유리한 정수만 둔다"고 설명한 뒤 "인간은 불리하면 판을 흔드는 승부수를 던지고 유리하면 지키는 수비 바둑으로 전략 수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AI보다 인간이 닥친 상황에 따라 훨씬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말이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인류는 10여년 전 출현한 '알파고' 이후 본격적인 AI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편리함에 감탄을 자아내고 있지만 여러 가지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하지만 카타고와 직접 대결을 펼친 신진서는 "AI는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 동행해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전했다.
AI가 아닌 인간과 대국에서는 절대 강자인 신진서는 79개월 연속 한국 랭킹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세계대회에서는 다소 성적이 부진했다.
"올 후반기에는 다시 한번 세계 대회 우승이 목표"라고 밝힌 그는 "최근 침체한 한국 바둑계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신진서 9단과 일문일답.

(서울=연합뉴스) 세계 최강 프로기사가 핸디캡을 받고도 바둑 인공지능(AI)을 이기지 못했다.
세계랭킹 1위 신진서 9단은 17일 중구 청파로 한국경제TV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3번기 1국에서 카타고(KataGo)에 245수 만에 흑 불계패했다. 사진은 대국 후 복기하는 신진서. 2026.7.17 [한국기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카타고와 대국이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 그 바둑을 복기한다면.
▲ 첫판은 너무 쉽게 졌다. 초반에 카타고가 정말 이상한 수를 뒀는데 한 달간의 연습 대국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수였다. 두 점 바둑은 승률 99%에서 시작하지만, AI에 추격당하면서 매우 초조해졌다. 사람과 두면 역전을 당해도 다시 역전을 노려볼 수 있지만 AI에 한 번 뒤지면 절대 못 뒤집는다고 생각하니까 더 흔들렸던 것 같다.
-- 첫판을 졌지만 2, 3국에서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은.
▲ 첫판을 지면서 AI의 수법을 파악한 것이 큰 소득이었다. AI가 정수만 두는지, 비트는 수도 두는지를 파악했는데 카타고는 블루스폿(정수)만 두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서 (승산이 없는) 전투 바둑보다는 수비 바둑으로 뒀는데 전략적인 판단이 성공한 것 같다.
-- 카타고와 대국을 앞두고 목표로 2승을 밝혔는데 진짜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나.
▲ 좀 더 어려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서 2승을 목표로 밝혔다. 처음 1주일간 카타고와 연습 대국에서는 단 한판도 이기지 못해서 충격이었다. 절망적인 기분도 들었다. 대결 2주 정도를 남기고 인터넷이 아닌 바둑판에서 카타고와 붙기 시작했는데 세 판 만에 첫 승리를 거뒀다. 그래서 처음 희망이 생겼다. 그래도 2승은 어려울 것으로 봤다. 만약 2승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면 더 어려울 목표를 세웠을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대국 연습은 어떻게 했나.
▲ 처음엔 훨씬 안 좋은 사양의 카타고와 제한 시간 5초, 10초로 붙었는데도 판판이 졌다. 카타고의 수법을 조금씩 간파하면서 승률도 조금씩 올라갔는데 똑같은 포석으로 10승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정식 대국에서는 똑같은 포석으로 두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대국마다 포석을 바꾸게 됐다.
-- 별명이 '신공지능'이다. AI 수법을 가장 잘 구사하는 프로기사로 평가받는데 평소 어떻게 AI 바둑을 연구했나.
▲ 2016년 이세돌 사범님이 처음 알파고와 붙었을 때 어린 나이였지만 상당히 놀랐다. 그래도 AI를 통한 바둑 공부는 하지 않았는데 2017년 12월쯤 우연히 AI가 3·3을 파고드는 수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이기는 바둑이 있나 싶었다. 그 이후 본격적으로 AI 바둑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AI를 통해 무엇을 느꼈나.
▲ 옛날 기보를 AI로 많이 분석했는데 이창호 사범님보다 이세돌 사범님의 실수가 훨씬 많길래 왜 그럴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대국에서도 드러났듯이 (이창호 사범처럼) 잔잔한 바둑을 두면 실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세돌 사범처럼) 전투적으로 두면 변수가 많이 생기면서 인간의 실수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카타고와 1국에서 전투를 했다가 박살 났는데 3국에서는 수비 위주로 쉬운 수만 두니까 오히려 카타고와 별 차이가 없었다.
사람은 항상 정수만 두는 AI와 달리 상황에 따라 강약 조절을 한다. 반면 AI는 아직 그런 전략이 없다.
-- AI와 다른 인간 바둑의 매력이 있다면.
▲ AI처럼 정수만 두면 일류 기사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진정한 일인자가 되기는 힘들 것이다.
AI는 바둑이 아주 불리해도 한두 집 유리한 정수만 계속 두지만, 인간은 그렇게 해서 못 이긴다.
당장 한두 집이 불리하더라도 전체 판을 흔들 수 있는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AI와 인간은 분명히 다른 지점이 있는데 인간은 묘수를 둘 수도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창호 사범님도 이세돌 사범님과 대국에서는 평소보다 실수가 좀 더 많았다. 이세돌 사범님이 승부수 등으로 어려운 질문을 계속 던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창호 사범님은 자기 스타일대로 방어해내고 이런 과정들이 인간 바둑이 가지는 재미라고 생각하고 훨씬 신선하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현재 카타고는 물론 중국의 바둑 AI '절예' 등의 기력 향상이 최근 아주 미미한 상태다. 임계치에 이르렀다고 보는가.
▲ 확실히는 모르겠다. 사실 카타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사람이 느끼지 못하지만, AI끼리 대결에서는 훨씬 기량이 발전하고 있다고 들었다.
-- 그럼, AI가 '바둑의 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 그렇지 않다. AI가 아직 '바둑의 신' 단계에 오르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바둑의 신'이 되려면 첫수에 곧바로 승률 100%를 찍어야 하는데 AI는 그렇지 않다. 현재 백으로 첫수에 두면 승률이 52% 정도다. 지금 AI가 '바둑의 신'과 둔다면 안될 것이다. 그만큼 바둑판이 넓다.
-- 알파고에서 시작되긴 했지만 이제 인류가 본격적인 AI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혹시라도 AI가 인류를 지배하는 세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 (웃음) 그런 생각을 해보긴 했다. 제미나이에게 존댓말을 해야 한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천재적인 AI 개발자들이 그런 세상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AI는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 공존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AI를 통해 바둑이 많은 도움을 받았듯이 인류도 AI와 동행하면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겠나.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바둑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바둑 AI 프로그램 카타고(KataGo)와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3번기를 치른다. 신진서가 21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경기에서 대국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6.7.21 [다중노출 2매 촬영] saba@yna.co.kr
-- 프로기사로서 올 시즌 성적은 조금 부진한데 후반기 목표는.
▲ 사실 지난해 후반기에 아주 부진했다. 올해는 대국 수가 적긴 하지만 성적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올 후반기에는 다시 한번 세계대회 우승을 목표로 잡고 있다.
한 가지 더 드리고 싶은 말은 국내 대회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새로운 (한국기원) 이사장님이 오셔서 많은 지원을 하고 있지만 바둑계에 호흡기를 달아준 정도라고 생각한다. 팬들의 응원과 관심이 절실하다.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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