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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부교수

[김은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4월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표시돼 있다. 이날 WTI 5월 인도분은 오후 3시 38분 기준 전장 대비 7.36% 올라 배럴당 103.68달러에 거래됐다. dwise@yna.co.kr
지난 6월 27일 비즈니스 인사이더 아프리카(Business Insider Africa)는 올해 5∼6월 경유 가격이 가장 높은 아프리카 10개국과 가장 낮은 10개국을 발표했다. 리터당 경유 가격이 가장 높은 국가는 말라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시에라리온 순으로 나타났다. 해당 시점 세계 평균 경유 가격은 리터당 약 1.5달러(약 2천200원) 수준이었다. 이를 고려하면 일부 아프리카 국가가 극심한 고유가 부담과 물가 압력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리비아, 알제리 등 산유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는 국제 유가 충격에도 낮은 유가를 유지했다. 이 수치에 따르면 말라위 경유 가격은 리비아의 약 158배에 달한다.

최고가 국가는 2026년 6월, 최저가 국가는 2026년 5월 기준으로 작성[Global Petrol Price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고가
42개 아프리카 국가의 유가 변화를 분석한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도 유사한 결과를 내놨다. 2026년 1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국제 원유 가격은 70%가량 상승했고, 아프리카 평균 경유 가격은 약 25% 올랐다. 하지만 아프리카 국가 간 격차는 상당히 크게 나타났다. 일부 국가에서는 가격 변동이 거의 없는 반면 다른 일부 국가에서는 40% 이상 증가했다. 특히 경유는 화물운송, 제조업, 농업, 건설 산업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원유보다 실물경제에 빠르게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경유 가격 격차는 각국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이자 정책적 역량을 시험하는 잣대가 된다.
산유국 및 내륙국 여부, 각국의 보조금 및 가격 정책, 정부재정 여력, 외환보유 상황, 수입구조 등은 경유 가격 격차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지리적 요인은 경유의 기본 조달 비용을 결정한다. 먼저 경유 가격이 낮은 국가를 살펴보면 9개국이 산유국이다. 이들은 원유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수출해 외화를 벌고 있다. 또 비산유국보다 국제 공급 부족에 의한 충격이 작다.
그러나 원유 생산이 반드시 저렴한 경유 가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카메룬처럼 정유시설이 부족한 경우 정제유를 수입해야 한다. 이 경우 경유 가격이 높게 책정될 수 있다. 내륙국은 육상 운송비와 국경 통과비 등 높은 무역 비용이 발생한다. 경유 가격이 높은 10개국 중에서도 7개국이 내륙국(말라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르완다, 짐바브웨, 보츠와나, 레소토, 잠비아)임을 확인할 수 있다.
보조금과 가격정책은 국제적 충격이 국내 소비자 가격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정부의 재정 상황은 이러한 정책의 지속가능 여부를 결정한다. 리비아, 알제리, 앙골라와 같은 산유국은 정부의 연료 보조금 지급 또는 가격 통제를 통해 소비자 가격을 낮게 유지하고 있다.
반면 모로코나 남아공은 시장 가격이나 환율 변동이 국내 가격에 즉각 반영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재정 부담은 적은 대신 소비자가 국제 유가 리스크를 직접 감당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하면 정부의 재정 위기 혹은 민생 경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가격 안정과 재정 건전성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각국의 외환보유 현황은 국제 유가 변동이 국내 비용으로 전이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석유제품은 주로 달러로 거래된다. 따라서 외화보유액이 부족하거나 자국 통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면 수입 원가는 상승한다. 말라위는 수입에 필요한 달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해 공급난을 겪었다. 국제가격 상승에도 연료 가격을 계속 낮게 유지하면 수입 자체가 위축된다.
말라위 정부는 2026년 1월 경유와 휘발유 가격을 40% 인상했다. 이를 통해 수입원가를 반영하고 연료 공급을 정상화했다. 이처럼 아프리카 각국의 경유 가격 격차는 물류 환경, 정부의 제도 및 정책, 그리고 외환 건전성을 비롯한 거시경제적 재정 역량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경유 가격의 격차와 각국의 대응 역량은 향후 경제 발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경유 가격이 폭등한 국가는 생산 및 물류비용이 증가해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게 된다. 이는 소비 둔화와 기업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 경기 침체가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농업 중심 국가가 산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경유 가격 상승은 농업 투입재와 농기계 가동 비용을 증가시킨다. 이는 전반적인 생산 원가를 높이는 원인이 된다. 이러한 원가 상승은 농가 소득 붕괴와 식량 안보 위기를 초래한다. 또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저하해 산업화에 필요한 초기 잉여 자본의 축적을 막는다. 이 역시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력 생산 비용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구조는 농업 고용 비중이 높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산업화로 나아가는 데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반면 가격을 안정적으로 방어한 국가는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산업 기반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국가 간 경유 가격 격차는 국가 간 산업 경쟁력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또 농업 생산성 감소와 필수 식량 공급 부족은 식량 안보 위기와 빈곤층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제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정부 보조금을 통해 인위적으로 유가 상승을 억제해 온 국가들마저 재정 적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교육·보건·인프라 제공 등 장기적 경제 발전을 위한 공공 서비스 지원이 부실해지면서 미래 성장 잠재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
결국 전쟁 장기화로 인한 유가와 정제유 가격의 상승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경제발전의 기회를 제공하기보다 국가 간 경제적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별 거시경제 역량과 구조적·환경적 여건에 따라 외부 충격에 대응하는 회복탄력성의 차이가 더 뚜렷해지면서 국가 간 성장 격차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경제의 안정을 회복하고 모든 국가가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누리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국제 분쟁을 하루빨리 종식하고 안정적인 국제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김은경 교수
현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부교수, 캘리포니아주립대-로스앤젤레스(UCLA) 정치학 박사, 현 한국아프리카학회 학술이사, 주요 연구분야는 아프리카 민주주의 발전(선거·정당·의회), 정치경제(산업·정치 연계), 분쟁, 체제전환, 외교관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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