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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vs "오조작" 소송…'자동차 두뇌 설계문서' 공개될까

입력 2026-07-20 15: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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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이 가족 "차량 결함 규명 핵심 증거" ECU 사양서 제출 요구


제조사 "영업비밀" 난색…법원, 내달 13일 공개 여부·범위 논의




2022년 12월 급발진 의심 사고 당시 모습

[강릉소방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 관련 소송에서 제조사가 보유한 '자동차의 두뇌 설계문서'를 어디까지 공개할 수 있을까.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민사소송의 항소심 재판에서 '자동차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자제어장치(ECU) 사양서 공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결함 가능성을 과학적·기술적으로 심리할 수 있는 핵심 증거라는 점에서 도현이 가족은 ECU 사양서가 제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제조사인 KG모빌리티(이하 KGM·옛 쌍용자동차)에서는 영업비밀이라는 점을 내세워 제출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 재판부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도현이 가족 측은 20일 강원 춘천시 강원창작개발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ECU 사양서 공개는 결함을 미리 단정하기 위한 요구가 아니라 결함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ECU 사양서 공개 필요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소송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는 "우선 ECU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은 위험 토크(엔진 출력)가 발생하고, 그것이 비정상 가속 또는 급발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CU 소프트웨어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페달 입력값 해석과 가속 명령 결정 과정 등에서 나타날 수 있으므로 ECU 사양서를 통해 이를 파악하겠다는 의도다.




강릉 급발진 소송 ECU 사양서 공개 요구 브리핑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20일 오전 춘천시 강원창작개발센터 세미나실에서 도현이 가족의 소송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가 '자동차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자제어장치(ECU) 사양서 공개를 요구하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7.20 conanys@yna.co.kr


하 변호사는 "급발진이 발생했을 때 ECU가 다른 장치에 어떤 신호를 보내는지,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시스템(BOS)이 ECU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발생한 위험 토크까지 차단할 수 있는지도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BOS는 브레이크페달과 가속페달을 동시에 밟았을 때 브레이크 신호에 우선순위를 주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가속페달을 100% 밟고(풀 액셀) 있더라도 브레이크페달을 밟으면 바로 가속을 중단해 제동이 이뤄지는데, 도현이 가족은 "BOS는 ECU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시에는 작동하지 않아 무용지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제조사 측은 "운전자(도현군 할머니)가 가속페달만 밟고, 브레이크페달을 밟지 않았기 때문에 BOS 장치가 존재함에도 제동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도현이 가족에 따르면 이번 ECU 사양서 공개 공방의 출발점은 KGM이 항소심에서 제출한 ECU 사양서 일부다.


KGM은 지난 4월 준비서면에서 "브레이크페달은 단순한 전기적 스위치로서 ON/OFF 상태만을 ECU에 전달하고, 이 같은 신호에 대해 ECU 내부적으로 복잡한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로 2페이지 분량의 ECU 사양서 극히 일부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도현이 가족은 곧장 ECU 사양서 전체 제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사소송법상 소송에서 인용한 문서를 보유하고 있을 때는 제출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급발진 원인 규명에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강릉 급발진 소송 ECU 사양서 공개 요구 브리핑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20일 오전 춘천시 강원창작개발센터 세미나실에서 도현군의 아버지 이상훈씨가 '자동차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자제어장치(ECU) 사양서 공개를 요구하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7.20 conanys@yna.co.kr


하 변호사는 "ECU 사양서 공개는 도현이 가족에만 유리한 절차라고 단정할 수 없다"라면서도 "문서가 공개돼야 도현이 가족이 제기하는 주장뿐만 아니라 제조사의 반론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ECU 사양서 공개는 결함을 미리 단정하기 위한 요구가 아니라 결함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재판부가 ECU 사양서 전체 제출을 명령하면 향후 심리는 실제 설계 로직과 사고 당시 기록을 대조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공개가 전면 거부되면 제조사가 제출한 2페이지 외에는 핵심 설계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상태가 계속된다"며 "이는 고도로 전자화된 자동차의 결함 소송에서 소비자가 반복적으로 마주해 온 정보 비대칭 문제와 같다"고 덧붙였다.


하 변호사는 "제조사의 영업비밀은 보호돼야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사고 원인과 직접 관련된 설계정보까지 검증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지 역시 따져야 한다"며 "비공개 제출, 법원의 선별 심사, 핵심 부분의 제한 열람, 복제·반출 통제와 비밀 유지 의무를 결합하면 비밀 보호와 진실 발견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현군 아버지 이상훈씨는 "제조물 책임법상 소비자에게 입증 책임이 있기 때문에 힘든 과정을 겪고 있다"며 "소송의 승패를 떠나 진실에 한발짝 더 다가갈 기회가 열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 제대로 규명해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민사2부(심영진 부장판사)는 오는 8월 13일 변론준비기일을 열고 ECU 사양서에 대한 문서제출명령의 필요성과 범위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한다.


[영상] '손자 사망' 급발진 소송서 할머니 패소…법원 "페달 오조작"[http://yna.kr/AKR20260720107600062]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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