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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코리안] 튀니지서 16년 나현정 셰프 "한국의 정통 미식 알리고파"

입력 2026-07-07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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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검색으로 찾은 요리사의 천국…코이카 봉사단원 파견 계기 정착


직원 15명 아시안 레스토랑 운영…'단짠' 매력 넘어 정통 한정식 조준




튀니지에서 16년째 아시안 레스토랑 운영하는 나현정 오너셰프

[나현정 르밤부 대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태어날 나라는 선택할 수 없지만, 살아갈 나라는 스스로 정할 수 있어요. 16년 전에는 이곳이 제 삶의 터전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튀니지에서 아시안 레스토랑 '르밤부'(Le Bambou)를 운영하는 나현정(42) 대표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제는 제2의 고향이 된 이곳에서 한국의 정통 미식을 알리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에게 북아프리카 튀니지는 우연히 흘러 들어온 곳이 아니라 철저한 분석과 치열한 생존 끝에 일궈낸 삶의 무대다. 2008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봉사단원 파견 당시 에티오피아와 튀니지를 놓고 고민하다가 전략적으로 선택했다.


당시 나 대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구글 검색이었다. 지중해의 풍부한 수산물과 계절마다 쏟아져 나오는 농산물, 프랑스식 조리법과의 공존 등에 매료된 그는 '요리사의 천국'으로 판단해 주저하지 않고 튀니지를 지목했다.


외식산업 전공을 살려 튀니지 국립관광교육센터에서 아시아 조리학 강의 봉사활동을 시작한 2009년, 센터는 100% 유럽식 주방으로만 설계돼 있었다.


그는 아시아 요리에 관한 서적은커녕 젓가락조차 생소한 환경에서 "사하라 사막에서 우물을 파는 심정으로 현지 식재료를 조합해 아시아의 맛을 재현해내고자 했다"고 회상했다.




나현정 대표와 르밤부 직원들

[나현정 르밤부 대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봉사활동 이후 그가 선택한 길은 귀국이 아닌 창업이었다. 2011년, '아랍의 봄'이라는 정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나 대표는 튀니지 시장의 가능성을 내다봤고, 수도 튀니스 중심지에서 떨어진 지역에 자리 잡으며 기회를 기다렸다.


나 대표가 6개월간 준비 과정을 거쳐 그해 7월 창업한 르밤부는 프랑스어로 '대나무'를 뜻한다. 아시아권을 대표하는 상징이자, 아시아권에서 두루 쓰이는 식재료이기도 해 식당 이름으로 대나무를 선택했다.


그는 초기 자본을 아끼기 위해 배관과 전기 공사 등 전문 영역을 제외한 모든 인테리어를 직접 해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페인트칠은 현지 친구들의 도움을 받고, 주방 기물 구입은 중고 시장을 활용했다.


나 대표는 해외에서 창업하는 한인들이 흔히 겪는 행정적 어려움에 관해 "행정 절차의 벽을 극복하려고 애쓰지 않는다"며 자신만의 경영 철학을 밝혔다.


그는 "타국에서의 모든 문화는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여기는 이렇구나' 생각하며 기다릴 뿐"이라며 "대신 중요한 법적·세무 절차는 현지 전문가에게 위임해 시간과 노력을 최적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으로서 현지 시스템을 인정하고 영리하게 전문가를 활용하는 그의 전략 덕분에 르밤부는 16년 동안 단 한 번의 매출 하락 없이 매년 성장세를 이어왔다.


나 대표는 "제가 꼭 잘해서라기보다는 튀니지 내에서 아시안 음식에 대한 스펙트럼 자체가 커져서 아시안 음식을 즐기는 현지인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동네 구석마다 한국, 태국, 일본, 중국 등 음식점이 많이 생겼다"고 전했다.


물론 이슬람 문화권인 튀니지에서 돼지고기 등 식재료의 제약은 그에게 큰 장벽이었다. 고추장이 수입되지 않던 시절, 그는 튀니지 현지의 고추 페이스트인 '하리사'를 고추장 대용으로 활용하는 레시피를 개발했다




2010년 코이카 현장 프로젝트 사업 기념식 참석자들

[나현정 르밤부 대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초기에는 주요리에 단맛을 사용하지 않는 현지인들에게 한국식 닭강정이나 닭갈비의 단맛은 낯설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튀니지인들이 매운맛을 즐기고 해산물을 선호한다는 점을 토대로 하리사를 기본으로 한 매콤한 해물덮밥과 볶음면을 야심 차게 내놓았다. 두 메뉴는 르밤부의 시그니처 요리다.


현재 르밤부 손님의 90% 이상은 능숙하게 젓가락을 사용하며 한국의 '단짠' 매력을 즐기는 현지인들이다.


르밤부는 15명의 현지 직원이 함께 움직이는 튀니지의 대표 아시안 레스토랑으로 우뚝 섰다. 5∼6년 이상 장기 근속하는 현지 직원들은 아시안 셰프에게 직접 요리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을 큰 자부심으로 여긴다.


"이 사람들과 함께 튀니지의 뜨거운 햇살 아래서 매일 활기차게 식당 문을 여는 것이 즐겁다"고 말하는 나 대표에게 튀니지는 이제 더 이상 타국이 아니다.


그의 시선은 이제 퓨전 아시안 레스토랑을 넘어 정통 한정식으로 향한다. 식재료 수급이 예전보다 원활해진 만큼, 분식 위주인 튀니지 한식 시장에서 한국의 맛을 선보이는 한정식집을 여는 게 목표다.


대사관 관계자와 주재원, 유학생 등을 합쳐도 20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한인 사회에서, 나 대표는 현지 아동병원 기부 등 상생도 실천하고 있다. 20대에 배낭 여행객 같은 패기로 시작한 튀니지 생활이 40대로 접어들면서는 책임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 대표는 "한식의 인지도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지금이야말로 해외 창업의 최적기"라며 "실력을 갖춘 청년들이라면 주저 말고 해외라는 블루오션에 도전하길 권한다"고 강조했다.




2009년 튀니지 국립관광교육센터 실기 수업 중인 나현정 대표와 교육생들

[나현정 르밤부 대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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