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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연구팀 "불 사용 흔적 없어…호모 플로레시엔시스 행동·진화 재평가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돼 '호빗'(hobbit)으로 불리는 고인류 호모 플로레시엔시스(Homo floresiensis)는 알려진 것처럼 대형 동물을 사냥하거나 불을 사용한 게 아니라 코모도왕도마뱀이 먹고 남긴 고기를 날로 먹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 E. 그레이스 비치 박사 등 국제 연구팀은 4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서 인도네시아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유적에서 나온 동물 뼈 분석한 결과, 이들이 대형 동물을 사냥한 증거는 없었으며 코모도왕도마뱀이 먹고 남긴 사체를 먹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는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현생인류나 네안데르탈인처럼 대형 동물을 사냥하거나 불을 통제된 방식으로 사용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이들의 능력과 진화 과정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약 6만~10만 년 전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에 살았던 키 약 1m의 작은 체구와 작은 뇌를 가진 고인류로, 소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소인족의 이름을 딴 '호빗'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2004년 플로레스섬 리앙부아(Liang Bua) 유적에서 발견된 당시 같은 지층에서 멸종한 코끼리 진척 스테고돈(Stegodon) 뼈와 석기가 함께 발견됐고 일부 뼈에서 절단 흔적과 불에 탄 흔적이 보고됐다. 이는 이들이 대형 동물을 사냥하고 불을 사용하는 비교적 진보된 행동 능력을 지녔다는 해석으로 이어졌다.
연구팀은 그러나 이런 해석은 대형 동물 뼈와 불에 탄 흔적이 함께 발견된 점에 의존했을 뿐 실제 뼈에 남은 흔적은 체계적으로 연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만 발견되는 약 19만~5만년 전 지층에서 출토된 스테고돈 뼈 3천155점을 분석한 결과 코모도왕도마뱀 이빨 자국 100개(A~F)와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절단한 근적 54개(G~L)가 확인됐다. [Science Advances, E. Grace Veatch et al.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은 이 연구에서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만 발견되는 약 19만~5만년 전 지층에서 출토된 스테고돈 뼈 3천155점과 설치류 뼈 6천906점을 조사했다.
뼈에 남아 있는 코모도왕도마뱀 이빨 자국과 사람이 절단한 흔적을 구별하기 위해 동물원에서 코모도왕도마뱀에게 염소 사체를 먹이는 실험을 통해 이빨 자국을 확인하고 이를 스테고돈에 남아 있는 흔적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스테고돈 뼈에서는 코모도왕도마뱀의 이빨 자국 100개와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절단한 흔적 54개가 확인됐다.
특히 코모도왕도마뱀 이빨 자국은 넓적다리뼈, 갈비뼈 등 살이 많은 부위에 집중된 반면,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절단 흔적은 발가락뼈와 목뿔뼈, 척추 등 고기가 적은 부위에서 주로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는 코모도왕도마뱀이 스테고돈을 사냥해 살코기를 먹은 다음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남은 부위를 절단해 날것으로 먹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스테고돈의 뼈에서 코모도왕도마뱀 이빨 자국은 넓적다리뼈, 갈비뼈 등 살이 많은 부위에 집중된 반면,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절단 흔적은 발가락뼈와 목뿔뼈, 척추 등 고기가 적은 부위에서 주로 발견됐다. [Science Advances, E. Grace Veatch et a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또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사냥했다면 뼈에 남아 있어야 할 창 등 무기의 충격 흔적이나 뼈가 깨진 흔적 등도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지금도 코모도왕도마뱀이 대형 포유류를 사냥하는 최상위 포식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에도 스테고돈을 직접 사냥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살았던 지층에서 나온 스테고돈의 뼈 3천155점 중 불에 탄 흔적이 있는 것은 단 1점뿐이었고, 같은 지층에서 나온 설치류 뼈 4천240점에는 불에 탄 흔적이 전혀 없었다.
연구팀은 불에 탄 흔적이 있는 스테고돈 뼈가 현생인류가 불을 사용한 시기의 퇴적층과 맞닿은 경계부에서 발견된 점으로 미뤄 리앙부아 유적에서 확인된 불 사용 흔적은 현생인류 활동으로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 결과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현생인류나 네안데르탈인처럼 다양하고 유연한 행동 양식을 보이지 않았다며 이는 이들이 대형 동물 사냥과 통제된 불 사용이 진화하지 못한 조상 계통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 출처 : Science Advances, E. Grace Veatch et al., 'Taphonomic analysis at Liang Bua reveals the behavioral and technological capabilities of Homo floresiensis', www.science.org/doi/10.1126/sciadv.aeb7219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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