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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연구팀 "도관·잎 특성 조절해 높이 한계 극복…가뭄에도 약하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에 속하는 동남아시아 디프테로카프과(科) 나무는 내부 물 수송 체계를 스스로 조절해 80m 높이까지 어려움 없이 물을 끌어 올릴 수 있고 가뭄에도 약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Palasia Jotan(Czech University of Life Sciences Prague)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국 카디프대 파울루 비텐코르트 박사와 엑서터대 루시 롤런드 교수팀은 3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열대우림의 디프테로카프과 나무를 조사한 결과, 성장하면서 도관과 잎의 구조를 조절해 높이 증가에 따른 물 수송의 불리함을 상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롤런드 교수는 "이 연구는 키가 큰 디프테로카프과 나무의 수리학적 물 수송 체계가 자신의 높이에 완벽하게 적응했음을 보여준다"며 "키가 큰 디프테로카프 나무는 같은 가뭄 조건에서 작은 나무보다 더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숲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 1%는 숲의 지상부 탄소의 절반 이상을 저장하는 중요한 탄소 저장고다. 하지만 키가 커질수록 뿌리에서 잎까지 물을 끌어 올리기 어려워져 가뭄에 더 취약해질 것이라는 이론이 널리 받아들여져 왔다.
연구팀은 이런 큰 나무들은 탄소 저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에 얼마나 취약한지가 미래 탄소순환과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했다.
기존의 '수리학적 한계 가설'(Hydraulic Limitation Hypothesis)은 나무가 커질수록 뿌리에서 잎까지 물 이동 거리가 길어지고 중력 영향도 커져 물 수송 저항이 증가하기 때문에 잎의 수분 공급과 광합성, 생장이 제한된다고 설명한다.
연구팀은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에서 동남아 열대우림 우점종이자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속씨식물인 디프테로카프과 나무 5종 38그루(높이 7.7~71m)를 대상으로 물 수송 기능과 관련된 특성 25가지를 분석했다. 2023~2024년 강한 엘니뇨에 따른 가뭄 전·중·후의 줄기 생장률도 함께 측정했다.

말레이시아 사바주 레인포레스트 디스커버리 센터(RDC) 내 디프테로카프 나무인 '세필록 자이언트'(Sepilok Giant) [Arne Scheire (University Exeter)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분석 결과 키가 큰 나무일수록 줄기 아랫부분의 물 수송 도관이 굵어져 길어진 물 이동 경로로 인해 증가하는 저항을 완전히 상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이 70m 나무의 밑동 도관 직경은 높이 10m 나무보다 평균 2.2배 넓었다.
잎이 물을 얼마나 강하게 끌어당기는지 보여주는 수분퍼텐셜(leaf water potential)은 나무 높이가 높아질수록 중력 때문에 낮아졌지만, 잎 자체가 더 낮은 수분 상태를 잘 견디도록 적응해 광합성 기능에는 부정적 영향이 없었다.
또 가뭄으로 인해 도관에 공기가 차 물길이 막히는 색전(embolism)에 대한 저항성도 나무 높이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한 엘니뇨로 극심한 가뭄이 발생한 2023~2024년 디프테로카프 나무들의 줄기 생장률을 비교한 결과, 키가 큰 나무가 작은 나무보다 생장이 더 감소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비텐코르트 박사는 "기존에는 큰 나무의 물 수송 체계가 더 취약해 가뭄으로 죽을 위험이 더 큰 것으로 예측했고, 이런 가정은 일부 기후변화 영향 모델에도 반영돼 있다"며 "이 연구는 그런 가정이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결과는 나무가 클수록 가뭄에 더 취약하다는 기존의 일반적 가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다른 열대 및 온대 지역의 큰 나무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출처 : Science, Paulo Bittencourt et al., 'Height does not impair the hydraulic system of the tallest tropical Dipterocarp trees', 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ea9013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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