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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법상 법적 정의 미비 탓…"정부 관리 체계 필요" 목소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밤늦은 시간에도 비상약을 살 수 있어서 편리하고, 인터넷에서 비싸게 사던 반려동물 약도 저렴하게 팔아서 자주 찾게 돼요."
서울 용산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4) 씨는 최근 창고형 약국을 자주 찾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창고형 약국은 대형마트처럼 수백 평에 달하는 대규모 매장에 쇼핑카트를 구비해 두고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반려동물 의약품 등을 소비자가 직접 골라 담아 계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해외 드러그스토어와 유사한 운영 방식을 채택한 이들 창고형 약국은 저렴한 가격과 긴 영업시간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창고형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효능 좋은 비타민, 여드름 치료제 등 추천 제품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그러나 대형 매장 다수가 심야까지 운영하고 일부는 연중무휴여서 동네 소규모 약국에는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창고형 약국은 현재 전국에 50여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부는 정확한 운영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 1년 새 50여 곳 허가…법적 정의 없어 현황 파악 불가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로부터 받은 '국내 창고형 약국 및 중소형 약국 등 개업 및 폐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창고형 약국은 현행 약사법상 법적 정의가 없어 정확한 운영 현황 파악이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첫 창고형 약국으로 알려진 '메가팩토리'가 지난해 6월 처음 문을 연 후 전국에서 50여곳이 새로 허가받았으나 실제 운영 중인 곳은 40여곳으로 추정될 뿐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역시 지난해 10월 "창고형 약국에 대한 법적 정의가 없어 정확한 개설 현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힌 적 있다.
창고형 약국에 대한 구체적 파악이 이뤄지지 않는 사이 약국 시장 대형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 매출 300억원 이상 약국은 2021년 전국 18곳에서 2024년 27곳으로 50% 증가했다. 이들 약국의 매출 비중도 같은 기간 전체 약국 매출의 2.7%에서 3.7%로 확대됐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 의약품 및 의료용품 소매업 전체 매출액은 2021년 26조7천877억원에서 2024년 33조607억원으로 23.42% 증가했다. 사업체당 평균 매출액도 2021년 10억1천600만원에서 2024년 12억2천100만원으로 20.18% 늘었다.
◇ "동네약국 매출 30~40% 급감"…김미애 "정부 관리체계 마련해야"
이에 따라 골목상권의 동네 약국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 대한약사회는 창고형 약국이 들어선 이후 인근 약국들의 일반의약품 매출이 30∼40%가량 급감했다고 밝혔다.
약사회가 지난 4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창고형 약국 인근 약사들의 81.6%가 현재 상황을 '심각하다'고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입법조사처는 현행 통계 체계상 약국 규모별 매출액을 구분해 집계하지 않아 동네 약국의 실제 매출 감소 규모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입법조사처는 해외 주요 국가가 대형 약국의 시장 잠식을 막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독립약국 38.9%가 폐업하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보고서를 통해 골목상권에 해당하는 독립 약국들의 '우선 약국 네트워크'(preferred pharmacy networks) 참여 확대를 대안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우선 약국 네트워크'란 특정 동네 약국들을 우선 지정하고, 해당 약국을 이용하는 보험 가입자에게 약값 할인 혜택을 제공해 지역 약국을 보호하는 제도다.
김미애 의원은 "창고형 약국 몇 곳이 운영 중인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응이 가능하겠는가"라며 "정부는 창고형 약국의 법적 개념부터 정립하고, 지역 약국 보호와 소비자 편익을 고려한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미애 의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ung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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