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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에 지친 현대인들, 정보 탐색 후 소비는 롱폼으로

[유튜브 '채널 십오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서효주 인턴기자 = "옛날에는 숏폼(짧은 영상)이나 10분 정도 길이의 영상이 유행이었다면 요즘은 롱폼이 더 인기가 많은 것 같아요. '밥 친구' 영상이 트렌드 같아요."
코미디언 엄지윤이 지난 12일 구독자 756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십오야'에 출연해 한 말이다.
'밥 친구'란 혼자 밥을 먹을 때 부담 없이 틀어놓는 영상을 말한다. 잔잔한 애니메이션이나 로맨틱 코미디, 출연진이 편하게 수다를 떠는 토크쇼 등이 대표적이다.
엄지윤은 "출연진끼리 노는 영상처럼 가볍게 볼 수 있는 채널이 요즘 더 인기가 많은 것 같더라"며 "집중해서 보지 않더라도 틀어놓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함께 출연한 유튜버 빠니보틀도 "영양가 있는 영상은 밥을 먹거나 설거지할 때 보기에 아까워서 못 본다"고 맞장구쳤다. 개그맨 곽범 역시 "자막과 효과음이 많은 영상은 스트레스를 주는데 긴 영상에서는 피로도가 안 느껴진다"고 공감했다.
그동안 30초 내외 짧고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가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최근에는 긴 호흡의 롱폼 콘텐츠를 찾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
숏폼 콘텐츠에 대한 피로감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5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1.7%가 숏폼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지만 이들 숏폼 이용자 중 35.6%는 시청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스마트폰 이용자의 46.3%는 스스로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고 했고, 81.8%는 우리 사회의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숏폼을 많이 시청할수록 자신만의 알고리즘에 갇히는 '필터 버블' 현상이 나타나자 이를 벗어나 다양한 정보와 콘텐츠를 찾으려는 수요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직장인 임모(34) 씨는 "(유튜브) 쇼츠는 한 번 보면 3∼4시간씩 보게 되는데 남는 게 없어 후회할 때가 많다"며 "롱폼 영상은 지식도 얻고 다양한 내용을 알 수 있게 돼서 좋다"고 말했다.
예전 가정에서 TV로 일일드라마를 틀고 생활했던 것처럼 집중하지 않더라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직장인 최모(28) 씨는 "1∼2시간짜리 유튜브 채널을 라디오나 백색소음처럼 틀어놓고 집안일을 한다"며 "딱히 영상에 집중하지 않더라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현식 대중문화평론가는 "SNS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콘텐츠의 이용 목적이 달라진 것"이라며 "차분하게 휴식을 취하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도 볼 수 있는 롱폼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용자들이 숏폼을 탐색 도구로 활용한 뒤 필요한 정보를 담은 롱폼 콘텐츠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용자들은 과거 도서관에서 필요한 내용을 찾다가 적절한 책을 찾으면 그걸 펼친 것처럼 숏폼으로 탐색하다가 필요한 내용을 담은 롱폼 콘텐츠를 선택한다"며 "앞으로도 충분한 정보의 양이 담긴 롱폼 콘텐츠에 긴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아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jungle@yna.co.kr seohyo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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