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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AI 접근 제한 땐 산업·연구 현장도 흔들릴 수 있어
국산화보다 중요한 건 위기 때 대체 가능한 선택권 확보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미국 앤트로픽의 차세대 AI 모델 미토스 접근 제한 논란은 한국 AI 산업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해외 최첨단 AI 모델 접근권이 안보와 통상 환경, 외국 정책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면 한국도 이에 대비해 '독자 AI 모델을 보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국내 AI 업계에서는 이 문제를 단순히 '국산 AI냐, 해외 AI냐'의 이분법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주권의 핵심은 모든 AI 모델을 직접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에 제약이 발생했을 때 대체 가능한 선택권을 확보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해외 모델 접근이 제한되거나 비용·약관·보안 조건이 바뀌더라도 공공·산업·연구 현장이 멈추지 않도록 '플랜B'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 미토스 사태가 던진 경고…AI 접근권도 공급망 리스크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 스타트업은 이미 오픈AI의 챗GPT, 앤트로픽의 클로드, 구글의 제미나이 등 미국 주요 AI 모델을 개발과 문서 작성, 코딩, 데이터 분석, 고객 응대 등에 폭넓게 쓰고 있다.
사실 이들 모델은 성능과 편의성, 생태계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체 모델을 처음부터 구축하지 않아도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나 기업용 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AI 기능을 도입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미토스 사태는 이런 의존 구조가 언제든 취약점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보여줬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주요 AI 기업과 가진 독자 AI 관계 기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18
jieunlee@yna.co.kr
특정 국가나 기업, 연구기관이 고성능 모델 접근권을 잃게 되면 기존 업무 흐름과 서비스 개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가격 정책이나 이용 약관, 데이터 처리 조건이 바뀌어도 국내 이용자가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구조라면 리스크는 더 커진다.
특히 국방·공공, 금융, 의료, 통신, 보안 등 민감 데이터가 오가는 영역에서는 해외 AI 모델 활용에 더 큰 제약이 따른다.
데이터 국외 이전, 보안 인증, 규제 준수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독자 AI 전략이 해외 AI를 배제하는 방식에 초점을 두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최첨단 범용 AI 모델 개발에는 막대한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 인력, 전력,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필요해서다.
미국 중심의 글로벌 빅테크가 수십조원, 수백조원 규모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모든 범용 영역에서 정면 경쟁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독자 AI의 현실적 목표는 해외 최고 모델의 전면 대체가 아니라 핵심 영역에서 통제 가능한 대안을 확보하는 데 맞춰질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무엇보다 국방·공공·보안 영역에서는 최고 성능보다 안정성과 통제 가능성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한국어와 국내 법과 제도, 산업 현장 데이터를 깊이 반영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국내 AI 모델이 강점을 가질 여지도 있다.
◇ AI 주권 경쟁 나선 주요국…핵심은 통제력과 대체 가능성
AI 개발에 주력하는 해외 주요국도 AI 주권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다루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프랑스는 미스트랄 등 자국 AI 기업을 키우며 유럽 차원의 AI 생태계와 데이터 주권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 빅테크와 협력하면서도 제조와 로봇, 반도체 등 자국 산업 기반에 특화한 AI 활용 전략을 추진 중이고, 싱가포르는 동남아 언어·문화권 데이터와 글로벌 기업 유치를 결합하는 방식의 AI 전략을 펴고 있다.
이들 사례는 AI 주권이 폐쇄적 국산화가 아니라 핵심 영역에서 통제력과 대체 가능성을 확보하는 전략에 가깝다는 점을 시사한다.
◇ 한국형 AI 투트랙 전략…'국산화'보다 선택권 확보
한국도 독자 AI 기반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와 네이버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국어와 검색, 커머스, 지도, 공공·기업용 AI 분야에서 역량을 쌓아왔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 계열 모델을 바탕으로 제조, 소재, 바이오 등 전문 지식 기반 AI 활용 가능성을 모색 중이고 SK텔레콤[017670] 역시 통신 특화 AI와 개인형 AI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24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팀 네이버 콘퍼런스 단(DAN) 2023'에서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X'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2023.8.24 [네이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정부도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과 그래픽처리장치(GPU) 지원, 데이터센터 설립,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 AI 생태계 구축 노력을 토대로 한국의 AI 주권 전략은 해외 최고 모델 활용과 국내 대안 확보를 병행하는 현실적 접근이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위정현 중앙대 가상융합대학장은 "AI 모델은 핵무기급 전략 자산으로 봐야 한다"며 "특정 해외 모델에만 의존할 경우 접근권이 제한되는 순간 산업과 연구 현장이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최고 모델은 이용하되 국내에서 통제 가능한 모델을 함께 키우며 오픈소스를 활용하는 등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며 "AI 주권은 국산 모델만 쓰자는 뜻이 아니라 필요할 때 대체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추자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미토스 사태가 던진 질문은 "해외 AI를 쓰지 말아야 하느냐"가 아니라 빅테크의 AI 접근권이 흔들릴 때 국가와 산업이 멈추지 않게 할 선택권을 한국이 갖추고 있느냐는 문제로 귀결된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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