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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 식별·드론·미사일 방어까지 AI가 주도
오폭 논란 속 군사용 AI 책임론도 확산

[연합뉴스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할리우드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봤던 인공지능(AI) 스카이넷(Skynet)과 같은 시스템이 실제 전쟁터에 쓰이는 모습이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서 재현됐다.
지난 수개월간 지속됐던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은 AI가 정찰부터 타격 목표 설정, 방어망 통제, 심리전에 이르기까지 교전의 모든 과정을 주도하는 최초의 'AI 전면전' 양상을 보여줬다.
이제는 군 병력, 전차, 대포 등 재래식 무기의 우위보다 AI가 주도하는 데이터 처리 속도와 알고리즘 고도화가 전쟁의 판세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 대량 표적 순식간에 식별…AI 참모의 등장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군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에픽 퓨리' 작전에 자체 개발한 AI 영상 분석 기술인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SS)을 투입했다.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가 주도해 완성한 이 시스템은 위성, 드론, 레이더 등 여러 출처에서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종합해서 1만3천여개의 타격 목표를 실시간으로 식별하고 우선순위를 산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개전 2주 뒤 팔란티어가 개최한 행사에서 미 국방부 AI·디지털 담당 최고책임자(CDAO)가 나서 '메이븐'을 소개하며 "전장에서 작업 처리 과정을 획기적으로 바꾼 시스템"이라고 극찬할 정도였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책임자는 "우리는 클릭만 하면 된다"며 "매일매일 개선되는 시스템은 메이븐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기존에는 수백 명의 정보 분석관이 수일에 걸쳐 진행하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추적 및 지휘통제시설 식별 작업이 팔란티어 등이 제공한 AI의 알고리즘을 통해 불과 수 초 단위로 압축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인간 분석관은 AI가 도출한 타격 제원을 최종 승인하는 역할로 축소되고 사실상 AI가 대규모 작전의 참모 기능을 대체하면서 전쟁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 드론에 생성형 AI까지 투입…교전 속도 극대화
미국과 이란이 운용하는 드론 자산도 AI 기술이 적용되면서 첨단 전투기 못지않은 위협적인 무기로 부각됐다.
드론에 AI 기술이 전면 적용되면서 실시간 비행경로 산출과 위성항법장치(GPS) 교란을 막는 방법까지 가능해졌다.
특히 중앙 통제 장치 없이 드론끼리 실시간 정보를 교환하며 표적을 공격하는 수십 대에서 수백 대 규모의 '군집 드론' 전술이 실전 배치 단계에 진입했다.
대규모 미사일 방어 체계에서도 AI의 역할이 돋보였다.
AI 기술은 실시간 탄도 계산 및 예상 낙하지점 분석에 활용됐다. 날아오는 미사일 중 인구 밀집지나 핵심 군사시설을 향하는 위협을 AI가 우선 선별해서 제한된 요격 자산을 할당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전장의 방대한 정보 처리를 위해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AI도 대거 동원됐다. 적군의 병력 이동이나 방공망 경계 현황 등을 LLM이 실시간으로 요약해서 지휘관에게 전달해줬다.
이 과정에서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의 LLM '클로드'가 타격 옵션 산출 등에 일부 활용된 정황이 파악되기도 했다. 이후 앤트로픽이 자사 기술의 군사적 사용을 배제하는 조치를 하면서 민간 빅테크 플랫폼 기업의 책임 문제가 대두됐다.
◇ 조작된 영상 유포 '인지전' 주도…자동화 위험 여전해
미국과 이란 전쟁에서 물리적 교전만큼 치열했던 것은 AI 기반의 인지전과 사이버전이었다.
엑스(X·옛 트위터), 틱톡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에는 '미 해군 에이브러햄 링컨호 침몰', '타국 무기 지원 트럭 행렬' 등 딥페이크 기술로 조작된 영상이 유포되며 전 세계 여론을 교란했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미국과 이란이 공격망의 취약점 탐색과 이상 징후 탐지를 두고 충돌했다.
하지만 이번 전쟁에서는 AI 시스템에 과도하게 의존하다 보니 부작용 또한 적지 않았다. 이란 미나브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 공습이 가해져 민간인 등이 숨진 오폭 사고가 대표적이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당국 조사에 따르면 이 사고는 업데이트가 지연된 구형 지도 데이터와 표적 설정 오류가 중첩된 상황에서 현장 지휘관이 AI의 타격 제안을 승인함으로써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하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조사 보고서를 기밀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미 상원이 국방수권법(NDAA)을 통해 장관 출장 예산의 75%를 보류하겠다며 압박에 나섰다.
AI 알고리즘의 오류로 발생한 민간인 희생의 책임이 빅테크와 군 지휘관, 국가 중 어디에 있는지를 규명해야 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미국과 이란 전쟁은 현대전이 재래식 무기의 물리적 충돌에서 AI가 주도하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경쟁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AI가 이제는 단순히 미래 기술이 아닌 스스로 교전 수칙을 통제하고 민간인의 생사를 가르는 핵심 군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향후 군사용 AI 운영과 책임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됐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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