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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 그는 결국 햄버거를 사먹지 못했다

입력 2026-06-14 0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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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 키오스크 사용 도와드렸더니…" 미담 화제


60세 이상 78% "디지털 기기 사용 어렵다"

키오스크 앞에서 쩔쩔…"뒤에 늘어선 줄에 식은땀"

"고령층 디지털 취약 문제, 생존권과도 관련"

"현장 창구·전화 등 오프라인 대체 수단 유지돼야"




어르신 디지털 격차 해소 위한 키오스크 활용 교육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예전에 CGV에서 노부부를 도와드렸었거든. 두 분이 영화를 볼 때마다 내 번호로 포인트를 적립해주셨는지, 1년에 영화를 세 번 정도밖에 안 보는 내가 VIP가 됐어."


지난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를 모은 글이다. 글의 작성자는 지난해 영화관 키오스크 앞에서 헤매던 노부부를 도운 일이 있었는데, 노부부가 이후 극장을 찾을 때마다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로 포인트를 차곡차곡 적립했다고 밝혔다.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미담이지만 동시에 고령층이 마주한 '디지털 소외'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부분의 생활 서비스가 스마트폰 앱과 무인 기기 중심으로 빠르게 바뀐 탓에 차표 예매·택시 호출부터 병원 진료 접수와 외식까지 고령층이 주를 이루는 디지털 취약계층은 곳곳에서 거대한 벽과 맞닥뜨린다.


김정근 강남대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고령층의 디지털 취약 문제는 생활권, 더 나아가 생존권과도 관련이 있다"며 "의식주와 연결된 서비스가 디지털 중심으로 바뀌면서 고령층의 실질적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유니버설 디자인 관점에서 버튼 위치나 글씨 크기 등 고령 친화적인 UI·UX(사용자 환경·경험) 기준을 만들고 이를 인증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울역 내 교통약자 우선 창구에 줄을 선 사람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지난 8일 서울역 내 교통약자 우선 창구에 줄을 선 사람들. 2026.6.14


◇ "로그인까진 겨우 했는데 그 뒤로는 뭐가 뭔지…"


지난 8일 서울역 현장 매표 창구 주변에는 직원에게 열차 시간과 표 발권 방법을 묻는 고령 승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부산으로 가는 박모(75) 씨는 "딸이 알려준 대로 (예매 앱) 로그인까지는 겨우 했는데 그 뒤로는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더라"며 "옆에서 하나씩 알려줘도 어려운데 혼자 하려면 더 어렵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역무원 이모 씨는 "출·도착역 선택 이후에 눌러야 할 부수적인 버튼이 많아 어르신들이 특히 복잡해하신다"며 "물어볼 때마다 도와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무원의 도움을 받아 표를 예매했다는 김모(69) 씨는 "옆에서 도와주는 안내 직원 덕분에 겨우 표를 끊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씨는 "직원이 '여기 누르세요, 저기 누르세요' 알려주니까 했지, 혼자 하라 그랬으면 몰라서 그냥 집에 돌아갔을 것"이라며 "젊은 사람들은 한 번 보면 기억하겠지만 우리는 돌아서면 잊는다. 화면도 자꾸 바뀌고 말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대전행 열차를 기다리던 70대 이모 씨도 "딸이 스마트폰으로 대신 예매한 화면을 캡처해서 보내줬는데, 솔직히 이것도 역무원한테 보여주면서 맞게 타는 건지 물어봐야 한다"며 "자식들이 바빠서 깜빡하는 날에는 고향 내려가는 건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디지털화된 것은 차표 예매만이 아니다.


김모(72) 씨는 역내 무인 사물함을 가리키며 "동전 넣고 열쇠로 돌리던 옛날 사물함은 다 없어졌더라. 아까 짐 넣으려다가 터치 화면이 어려워서 포기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지난해 8월 교육부 '제1차 성인디지털문해능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비율은 18~39세가 8.9%에 불과했으나 40~59세는 34.8%, 60세 이상은 77.7%로 나타났다.




서울역 내 승차권 자동발매기 이용하는 노인 돕는 직원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지난 8일 안내 직원이 서울역 내 승차권 자동발매기를 이용하는 노인을 돕고 있다. 2026.6.14


택시도 앱 호출이 일반화되면서 길에서 택시를 잡으려는 고령 승객은 빈 차를 만나기 어려워졌다.


서울연구원의 '2024년 택시 이용 시민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20∼40대는 60% 이상이 앱을 이용해 택시를 호출하지만, 60대 이상은 80%가 여전히 거리에서 손을 들어 택시를 잡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택시가 계속 진입하는 기차역 앞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8일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에서 차를 기다리던 정모(79) 씨는 "여기는 승강장이 있어 기다리면 타지만, 내가 사는 시골 길거리에서는 지나가는 택시마다 전부 '예약' 불이 켜져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급한 마음에 지역 콜택시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기사들이 모두 앱 호출만 받으러 가는 건지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앱을 설치하더라도 복잡한 이용 방법이 다시 발목을 잡는다.


권모(68) 씨는 "카카오택시를 쓰고 싶어도 결제 카드를 등록하라는 등 요구하는 게 많고, 호출 종류도 너무 여러 가지라 헷갈려서 안 쓰게 된다"며 "우리 같은 노인들에게는 그냥 길에서 몸으로 기다리는 게 더 편하다"고 밝혔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앱 사용을 전제로 한 서비스 체계는 노인들의 이동권을 제약하는 요소가 된다"며 "이는 사회적 배제의 한 형태이며 사회참여나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서비스로부터 배제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역 내 한 패스트푸드 전문점 키오스크 이용하는 고객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지난 8일 서울역 내 한 패스트푸드 전문점 키오스크 이용하는 고객. 2026.6.14


◇ "키오스크 뒤에 늘어선 줄 보며 식은땀 났다"


곳곳에 들어서는 키오스크(무인 정보 단말기), 셀프 계산대도 고령층을 압박한다.


지난 2월 농림축산식품부의 '2025년 외식업체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외식업계의 무인주문기 도입률은 2020년 3.1%에서 2025년 13%로 약 4배 확대됐다.


올해 1월부터 고령자나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배리어프리'(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키오스크 설치가 사업장에 의무화됐으나 노인들이 느끼는 체감 장벽은 여전하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최모(75) 씨는 13일 "처음 방문한 동네 병원 입구에서 커다란 키오스크를 마주하고 당황했다"며 "직원 대신 기계에 이름, 주민번호, 주소 등을 입력해 접수하고, 수납과 처방전 발급까지 키오스크로 하라니 쩔쩔맸다"고 밝혔다.


이어 "버벅거리면 뒷사람 눈치가 보여 긴장돼서 더 못하게 된다"고 호소했다.


동대문구에 사는 한모(78) 씨는 "요즘은 무인 편의점도 많고, 장을 보러 가도 셀프 계산대가 많다"며 "바코드를 직접 찍고 봉투가 필요하면 화면에서 선택하고, 할인 적용도 직접 눌러야 하니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뒤에 젊은 사람이 서 있으면 내가 느린 게 미안해서 피하게 된다"며 "직원에게 매번 묻기도 미안하고, 잘못 누르면 민폐가 될 것 같아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또 관악구에 거주하는 60대 조모 씨는 "최근 동네 햄버거 가게를 갔는데 결국 사지 못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키오스크 첫 화면부터 뭔가를 선택하라는 창이 끊임없이 나왔다"며 "잘못 눌렀는데 첫 화면으로 돌아가는 버튼도 못 찾겠고, 뒤에 늘어선 줄을 보며 식은땀이 났다"고 토로했다.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5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취약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 대비 77.9%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71.8%에 머물렀다. 이는 저소득층(97.0%), 장애인(84.1%), 농어민(80.6%) 등 다른 취약계층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서울역 내 무인 사물함 이용하는 고객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지난 8일 서울역 내 무인 사물함 이용하는 고객. 2026.6.14


이런 가운데 코레일은 올해 1월 설 명절 승차권 예매 때 65세 이상 고령자 등 교통약자에게 사전 예매일을 따로 배정했다. 인터넷이 낯선 이들을 위해 전용 전화 예매를 지원하고, 온라인 결제가 어려운 경우 역 창구에서 직접 결제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했다.


서울시도 전화로 상담원이 주변 택시를 배차해 주는 '동행 온다콜택시' 시범 서비스를 도입해 디지털 소외계층의 이동권 보장에 나섰다.


정 교수는 "디지털 환경이 워낙 빠르게 바뀌다 보니 노인들은 키오스크 교육을 받아도 새로운 장소에 가면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며 "이러한 변화의 속도 자체가 노인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장 창구나 전화 통화 같은 오프라인 대체 수단이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며 "단순히 기계를 놓는 것을 넘어, 사람이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노인 이용자에게는 큰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과도기에는 기업들이 인건비 절감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키오스크 옆에 도움을 줄 인력을 배치하는 등 사회공헌 차원의 보완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사용자가 말하면 시스템이 알아서 주문을 진행하고 결제만 확인하는 음성인식 기반의 대화형 AI 에이전트 모델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minj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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